일의 격-신수정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다가 문과계열로 대학진학준비를 하고 있는 둘째 딸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에 바로 주문하였다.
공학과 경영학을 전공하고 다양한 경영 경력을 거친 현 KT Enterprise 신수정 부문장의 삶으로 말하는 성장, 성공하는 조직, 성숙한 삶에 대한 역작이다. 끊임없이 배우는 겸손의 자세와 독서에 대한 열정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울렸다. 이미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많은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얻어 검증된 내용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하였는데 작가의 통찰력과 삶으로 인해 경영학 이야기를 교육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부분적인 발췌가 무의미할 정도로 정말 좋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숏폼 형태에 최적화된 글이어서 글의 흐름이 끊길 염려 없이 매일 조금씩 볼 수 있는 장점도 지녔다.
경영, 교육 분야뿐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성장을 꿈꾸는 모두에게 다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을 고르고 골라서 교육학적 관점을 더하여 정리해 보려 한다.
무언가 처음 배울 때 어떤 선생님을 찾아야 할까?(p.65)
1. 자녀에게 무언가 가르치려 할 때 어떤 선생님을 찾아야 할까? 도홍찬 씨의 책'을 읽다 보니 이런 내용이 나온다. 심리학자 벤자민 볼룸은 120명의 세계적인 스포츠 선수, 피아니스트에게 그들을 가르친 첫 번째 선생님에 대해 물었다. 그들의 실력 수준을 평가하라고 했더니 평균 수준이라고 말한 사람들이 62%에 달했다고 한다. 14% 정도만 뛰어난 수준이라고 답했다.
2. '평균 실력의 선생님으로부터 어떻게 뛰어난 제자가 나올 수 있을까?"라고 고민하던 그는 대상자들에게 평균이라고 답한 교사들의 특징을 적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친절하고 다정했다', '좋은 분이었다', '인내심이 뛰어나셨다', '초콜릿을 주셨다', '레슨받으러 가는 게 즐거웠다' 등의 답변이 나왔다.
3. 세계적인 제자들을 키운 초기 선생님들의 특징은, 학습 내용을 잘 가르치는 것보다 그들이 배우는 피아노, 테니스, 수영 자체를 좋아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좋아하게 되었을 때 제자들은 지속할 수 있다. 지속하게 된 이후에는 강하고 실력 있는 선생님을 만나도 감당할 수 있다. 자녀들에게 초기에 무엇을 가르치려 한다면 어떤 선생님을 찾아야 할까?, 우리가 무언가 초기에 배울 때 어떤 선생님을 찾아야 할까?에 대한 답이 여기 있다.
교사인 내게 도전장처럼 다가온 글이었다. 코치가 선수보다 실력이 더 뛰어날 필요는 없다.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을 이끌었던 라바리니감독은 심지어 그 흔한 선수 출신도 아니다. 경기는 감독이 아니라 선수가 뛰는 것이라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다.
공부는 학생이 하는 거다. 왕년에 교사가 공부를 잘했다는 증거는 굳이 필요 없다. 대학교 때 초등학생 영어 그룹과외를 할 때 학부모들이 대학성적증명서를 요구한 적이 있다. 내 딸은 성균관대 공대라는 이유만으로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를 증명하지 않고도 수학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기회를 얻었다. 공부를 잘해본 사람이 잘 가르친다는 상관관계를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는 거다. 때로 너무 공부를 잘했던 사람은 도움이 필요한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언젠가 동료 국어선생님한테 국어 공부 잘하는 방법을 물었는데, “원래부터 잘해서 잘 모르겠는데요.”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런 대답을 하는 교사라면 서울대를 나왔더라도 우리 애를 맡기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진심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물론 공부의 경우 전문적인 지식과 필요 이상의 많은 연구와 노력과 경력이 묻어나야 하는 건 기본이긴 하다. 가르친다는 것은 내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냐를 학생들에게 과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라는 오해를 받을 각오로 내용을 압축 단순화하여 재구성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을 의미한다.
어떤 경우에든 학생들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면 안 된다. 그들만 무대에서 돋보이고 교사는 무대 뒤에서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아야 한다.
넘어질 때 함께 아파해주면서도 학생들의 확신이 흔들리지 않게 현실을 바탕으로 한 현실적인 격려를 해줘야 한다.
교사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그 순간을 위해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부터 교사가 가르칠 내용을 최소화시키면서 학생들의 주도성을 일깨워야 한다.
교사의 목표는 학생들을 빨리 하산시키는 일이 되어야 한다.
나의 영어수업과 영어멘토링의 목표는 영어가 취미와 힐링의 과목으로 평소에 학생들이 영어를 취미처럼 지속적으로 하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그리고 그건 충분히 가능한 현실적인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