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격 - 신수정
전략적 무능(p.98)
2. 한 책에서 '전략적 무능'이라는 표현을 읽었다. 이 말은 우리가 모든 것에 유능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제대로 하고, 모든 것을 잘 하려 하면 바쁘고 에너지가 한없이 든다. 그러므로 때로 어떤 것들에는 '무능'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가장 가치 있고 중요한 일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는 전략적으로 대충 해도 된다는 것이다.
5. 일을 할 때도 내가 집중적으로 봐야 할 부분은 굉장히 깊고 꼼꼼하게 들어가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대충 본다.
6. 이런 식으로 몇 가지 영역에서 '무능'을 선택하면 의외로 시간이 많이 남는다. 그 시간에 자기가 원하고 필요한 것을 하면 된다.(후략)
7, 모든 것에 ‘유능'하기는 어렵다. 물론, 특정 시기(사업 초기라든지, 어떤 어려운 조직이나 일을 맡은 초기라든지, 전환기라든지, 자녀가 어리다든지)는 절대적으로 바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계속 그렇게 살 수는 없다.
8. 매우 바쁘게 살고 이를 좀 변화하고 싶은 분이라면 한 번쯤 거절하고 쳐낼 것. 좀 무능할 영역을 찾아보시라. 그거 안 한다고 죽지도 않고 큰일 나지도 않는다.
나도 삶에서 ‘전략적 무능’을 실천하며 산다. 그런데 난 전략적인 것이 아니라 그냥 무능한 거다. 누군가는 내게 교사를 안 했으면 어떻게 할 뻔했냐고 대놓고 말하기도 했다.
난 동료교사들과 그렇게 친하게 잘 지내지 않는다. 회식이나 모임은 가급적 빠지려고 애썼다. 술을 전혀 못하니 소소한 술모임에 날 초대하지도 않았고 난 그게 오히려 편하고 좋았다. 코로나 전에도 학교에서 점심식사도 혼자서 하는 경우도 흔했다. 식당에서 선생님들이 학년 선생님들이 왕따시키냐고 물으면 학년 선생님들은 억울하다면서 내가 학년 선생님들을 왕따시키는 거라고 자신들이 왕따 당하는 거라며 웃으면서 반응하는 일이 많았다.
그러나 수업, 상담, 학습코칭, 교재연구 등 학생들과 관련된 모든 것에는 절대 타협하지 않고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지내고 있다. 그것만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고 내겐 가장 의미 있는 삶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업무 중에서도 학생들과 관련되지 않는 것에는 온 힘을 다하지 않고 최소한의 노력만 한다.
그렇다고 업무를 피하지는 않는다. 다른 선생님들이 꺼려 하시는 일도 자원해서 감당하고 공동체의 분위기를 위해서 양보도 자주 하지만 학생들과 관련된 일은 절대 타협도 양보도 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교사들처럼 내게도 어느 순간에도 아이들이 우선이다. 내겐 그 기준만 명확하다.
언젠가 ‘올해의 스승상’ 후보로 선정되어 인터뷰를 할 때 기자와 교육부직원은 내가 멘토링을 이렇게 계속할 수 있는 것에 신기해하며 너무 바쁘고 힘들지 않냐고 물었다. 나의 대답은 “하나도 안 힘들다. 모든 선생님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역할을 묵묵히 다 해내고 계신다.”였다.
일단 학생들을 애정하는 것만큼 난 내가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이 하나도 아깝지 않다는 것이 그 출발점이고, 멘토링과정도 경험이 축적되니 교사의 역할을 최소화하고 학생들의 주도성을 더 살려주는 방법을 터득해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의 삶에 철저한 가지치기가 학생들과의 모든 활동 들을 힘들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이유다.
그래서 나의 취미는 독서와 미드나 영화 등 영어로 된 영상 시청이고, 그게 곧 아이들을 만날 나의 교재연구다. 나의 눈과 귀를 통해서도 학생들이 세상을 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난 모든 분야에서 잘 할 수 있고 모든 사람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포기했다. 겸허한 것이 아니라 그저 현실 인식이자 자기 객관화였다. 학교 선생님들은 감사하게도 그런 부족한 나를 존중해 주신다. 적어도 내가 학생들에게 얼마나 진심인지 다들 아시기 때문이다. 덕분에 난 죄책감 없이 나의 최소한의 예의만 갖추며 그저 학생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다. 그래서 주변 선생님들께는 늘 감사한 마음이다.
모든 분야에서 다 뛰어날 수 없고,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적이라면, 더 의미 있고 더 잘 할 수 있는 일에 더 집중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건 약점에 집착하지 않고 포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약점을 버리면 강점에 몰아주기가 가능한 것이다.
저자는 '전략적 무능'이라는 인용구로 그 삶의 방식을 응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