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생 지도를 마치며(Feat. 마지막 편지)

by 청블리쌤


교생실습 마지막 협의회가 있었다.

갑종, 을종 수업 협의회였지만, 교생 기간을 정리하는 소감과 격려의 훈훈하고 따뜻한 위로 같은 모임이었다.


교생 지도 교사 여섯 분 중 교생 지도 경험이 제일 많은 연장자라고, 내게 소감 발표 기회가 갑작스럽게 주어졌다.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런 정도로 말했던 것 같다.



교생선생님들 뵙자마자 사과부터 했습니다. 다른 지도교사님들은 다 젊고 잘생기고 멋있는데 나이 많은 지도교사라서 미안하다고. 사대부고에서 교생 지도했을 때는 30대였는데 지금은 너무 세대 차이가 나서 꼰대 같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구요.

그러나 지도에 경청하면서 사소한 피드백도 바로 수정하시는 교생선생님들의 배움의 자세를 보고 놀랐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배움은 계속되어야 하는데, 선생님들의 겸손한 배움의 자세를 보면서 잊고 있던 배움의 열정에 대해 돌아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절실함이 가득하고 당장이라도 아이들 만날 역량과 준비를 갖추고 계신데, 시스템적으로 어려운 교사 임용의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아이들 앞에 서게 되실 거니까, 부디 포기하지 마시고 앞으로 만나게 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계속 애써주시기를 응원합니다. 이곳에서 만난 아이들은 여러 선생님들 교직의 첫사랑이실 테니 막연하지 않게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는 힘이 될 거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쉽게 빨리 이룰 수 있는 길이 아닐 수 있어서 많이 아프실 수도 있겠지만, 아픔은 사명이라는 사실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을종수업하신 쌤이 제가 실수와 실패는 교생의 특권이니 마음껏 하라는 말에 힘을 얻으셨다고 소감을 전하셨는데, 저도 이 나이가 되도록 여전히 큰 실수를 합니다. 실수를 안 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실수와 실패를 통해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한다는 사실이 더 중요합니다.

성공 가도를 달리시는 것보다 선생님들이 혹 겪게 되실 아픔도 훗날 만날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더 큰 힘이 되실 거라 믿습니다.


결국에 교직에 서시게 될 여러 선생님들을 응원합니다.



그리고 교생선생님들이 한 분씩 소감을 이야기했다. 어떤 분들은 드라마틱한 시상식 수상소감처럼 울면서 이야기하기도 했고 그런 뭉클한 순간은 계속 이어졌다. 모든 선생님들이 숙연해지면서도 가벼운 웃음으로 눈물을 닦을 수 있는 휴지를 챙겨주는 것으로 위로와 격려의 마음을 전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로는

모두가 처음에 특히 힘들었고, 때로는 밤을 새워가면서 준비하면서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음에도 너무 바빠서 다른 교과 교생쌤들과 식사나 차를 하면서 마음을 오픈할 할 여유가 없었는데, 그 모임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본인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는 공감의 마음과 동지애 같은 위로가 느껴졌다고 한다.


많은 교생선생님들이 교직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고 오셨고, 처음부터 아이들이 환영해 준다는 느낌조차 받지 못해 힘드셨는데, 결국에는 아이들과의 교감을 이루고, 수업을 완성해가면서 성장의 폭을 실감하고 자신감까지 찾게 되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렇게 불확실하고 어려운 임용 시스템에서도 교사를 해야겠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는 소감을 발표할 때 뭉클해졌고, 격렬한 응원의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갑종 수업을 한 교생선생님은 10 정도를 했는데 100 정도의 역량을 끌어내주신 지도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 모두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우리의 젊은 예비교사들은 이토록 힘겨운 현실에서도 이렇게 치열하게 꿈을 키우며 애쓰고 있었던 거였다.


다른 지도선생님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을 거다.

교생선생님들 덕분에 일상에 매몰되어 가는 열정과 순수함과 배움에 대한 겸손한 자세를 다시 회복할 기회가 되었다는 것...

젊은 선생님들의 센스와 소통의 능력을 오히려 더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는 것...

교생선생님의 수업을 뒤에서 참관하면서 학생들의 입장이 되어보고 자신의 수업을 돌아볼 기회가 되었다는 것...


신기하게도 협의회는 딱딱한 사무적인 회의가 아니었다. 교생선생님들의 아픔과 간절함과 성장의 증거들이 넘쳐났고 선배교사들의 따뜻한 위로와 축복의 말과 마음이 교감으로 이뤄졌던 힐링의 시간이었다. 일방적인 지도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을 이뤄나가는 드라마 같은 성장 스토리로 채워졌다.


협의회 때 영어과 교생선생님 세 분 모두 나의 지도에 대해 공개적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였다. 선생님들의 성장을 향한 나의 진심이 전달된 것 같아 기뻤다.




추가 : 영어과 교생선생님들께 드린 마지막 편지...


1

선생님을 뵙고 저의 젊은 날의 열정이 떠올랐어요.

정말 잘 하고 싶고, 아이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고 싶은 간절함이 저에게까지 전달되었거든요. 선생님만의 소신과 방향을 가지고 있으시면서도 겸손한 배움의 자세로 매 순간 스펀지처럼 받아들이는 것을 망설이지 않으시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선생님의 성장의 끝은 없을 거라고 결론 내렸어요.


이런 선생님을 만나게 될 아이들은 정말 복받은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교단에 서시게 되는 건 선생님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시고, 부디 앞으로 만나게 될 아이들을 위해서 힘든 것 잘 이겨내시기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정식 임용의 꿈을 품고 노력하시되, 모두에게 인정받는 정식교사로서 서는 것만이 교사로서의 완전성을 이루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결국 정교사로 서시겠지만, 그 과정에서도 지금처럼 수업 하나, 만남 하나에 진심을 다하시면 좋겠어요.


제가 확인한 선생님의 능력과 열정을 생각하면 그 사소한 순간들에도 아이들의 유의미한 교육적 변화를 이끌어 내실 거라는 확신이 들거든요.


동생들에게 대표도, 대표수업자리도 양보하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동료교생들의 정신적 지주 같은 리더십을 발휘하신 것 같거든요. 솔선해서 챙겨주시고, 동생들의 성장에도 진심으로 마음을 잘 써주셔서, 이렇게 동료끼리 끈끈하고 멋진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꼰대 같은 저의 지도도 잘 이해해 주시고 잘 따라주셔서 고마운 마음이에요.


마음을 나누기 힘든 어려운 상황에서도 반 학생들을 위해 애써주신 것도 너무 감사해요. 아이들의 마음속에 좋은 영향으로 잘 살아남아 있을 거예요.



2

typical “I”라고 선언하셨으면서 수업하실 때는 어디가 “I”란 말인지를 의아하게 만드셨지만, 이내 선생님의 모습에서 저의 모습도 발견했어요. 교사의 페르소나는 우리의 평소 모습과 다른 모습을 진짜 일상의 모습으로 끌어내기도 하거든요.


아이들 덕분에 저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왕따처럼 소심하게 지냈을 사람인데, 이렇게 오랜 기간을 행복을 잊고 지낼 겨를이 없이 늘 행복해하고 있어요.


선생님들의 평소의 모습도 충분히 귀하고 특별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있을 때 더 빛날 거라고 확신합니다.


무대에만 서면 달라지는 그런 뭔가 다른 의미의 무대 체질이 보이기도 하구요.


대표수업의 짐도 잘 감당해 주시고, 모든 활동을 진지하고 열심히 참여해 주셔서 감사했어요. 아이들에게 주셨던 진심의 마음도 감사했구요.


피드백을 드리면 바로 수정하셨던 겸손한 배움의 자세도 좋았고, 더 애쓰고 노력하고 싶어 하시는 열정도 너무 좋았어요.


선생님의 수업에서 구현하셨듯이 우리의 듣고 보는 것으로도 아이들이 세상을 볼 수 있으니 선생님 삶 자체가 그저 의무적으로(?)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막막해 보이는 미래로 인해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놓치지 않으시기를... 아픔도 사명이라고 말씀드렸고, 그 아픔으로 인해 우리가 만날 아이들은 덜 아프고 더 공감을 받고 더 행복할 길을 찾게 될 것이니.. 그 아픔까지도 아이들을 위해 품으시면서 아이들과의 만남을 준비하시길 응원합니다.


결국에 정교사로 서시겠지만, 그 과정이 불완전하다는 생각하지 마시고, 어떤 기회로든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지금 같은 간절함과 진심과 행복을 전하시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기간 동안의 모습으로도 나중에라도 제가 지도교사였음을 자랑스러워할 것 같지만 끊임없이 더 성장하실 모습을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네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구요, 앞으로도 교육현장에서 계속 애써주세요.



3

교생 마지막 협의회 할 때 선생님의 눈물의 의미가 무엇일지 짐작이 되어서 더 뭉클했어요.

교사로서의 삶은 늘 높은 장벽을 넘으려는 도전의 과정인 것 같아요. 경험치가 쌓여도 면제받을 수 없는 매번 주어지는 미션이죠.


늘 새롭게 만나는 아이들이 때로는 상상하지 못했던 숙제와 미션을 우리에게 던져주거든요. 동료교사들과의 관계도 애쓰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좋아질 수 없는 거구요.


교생 기간 시작할 때 선생님이 가지셨을 두려움과 외로움이 가슴 아프지만, 누구 못지않은 열정과 노력으로 다 극복하시고 인정받으시고 완전한 일원이 되신 것 같아서 제가 다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요.


교생일지 곳곳에 묻어났던 아이들에 대한 찐 사랑과 어떻게든 도움이 되어 주시려 애쓰셨던 흔적을 보고 감동이 되었었어요.


교사에 대한 확신을 말로 제게 전달하지 않으셨지만, 어떤 자리에서든 선생님은 아이들을 만나는 걸 주저하지 않으실 거고, 계신 그 자리에서 긍정적인 에너지로 아이들의 긍정적인 유의미한 교육적 변화를 매 순간 끌어내실 거라고 믿어요.


성격과 자신감과 목소리와 어조 등 선생님의 타고난 장점을 잊지 마시고, 이번 기간 동안 더 충전하셨던 간절함과 성찰적 노력과 겸손한 배움의 자세로 앞으로 계속 터질 선생님의 포텐을 아이들에게서도 터뜨리실 수 있는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그런 역량과 소질을 가지고 계시니 기타를 배우셔서 수업시간에 노래로도 소통하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정작 필요할 때 시작하면 늦은 감이 있어서 지금부터 조금씩이라도 준비하시면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는 것 이상으로 평소 자신에게도 힐링의 시간이 될 것 같아요. 물론 그 힐링의 기운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질 기회가 있겠지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구, 아이들 위해 애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세분께 공통으로 드리는 멘트 – 닭살 주의ㅋ) 추억은 현실과의 단절이지만, 저는 추억으로만 남고 싶지 않네요. 현실적인 도움이나 조언이 필요하시면 연락 주세요.


2022년 선생님의 화려한 추억을 공유해서 기쁜 청블리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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