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무조건 학원을 끊으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영어멘토링 학습코칭을 받으면서 자기주도학습을 익혀가는 학생들에게도 일단은 시간을 관리할 수 있다면 학원과 양다리를 걸치라고 말한다.
자기주도학습 습관이 형성되지 않은 학생들은 학원이라도 가야 그나마 지속적인 배움이 일어나기 때문이며, 용기를 내어 학원을 그만두더라도 금단현상처럼 다시 학원을 되돌아가기 때문이다.
물론 학원의 방향이 무조건 다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대개는 각자의 수준과 속도를 존중해서 기본기부터 쌓아주기보다는 정해진 결론에 맞게 아이들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중학교의 경우 아이들이 문장구성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없어도 본문을 암기하거나 본문의 이해도와 상관없이 많은 분량의 문제를 푸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 아이들이 영어를 무조건 암기하는 과목으로 인식하며 흥미를 잃어가는 것이고, 또 하나는 노력에 비해 영어실력이 제대로 쌓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신대비 영어학원을 다니는 경우 시험 결과에 따라 건강하지 못한 반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성적이 잘 나오면, 그래서 중학교 내신 기준으로 90점 이상으로 A라는 결과를 받아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는데, 적어도 학원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면 애를 쓴 것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는 좌절감의 늪에 빠진다. 이 경우 자신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움츠려들거나, 학원이 제대로 가르치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학원을 바꾸는 두 가지 경우 중 하나의 결과로 이어진다. 전자의 경우 영어학습에 대한 동기와 흥미를 잃어가고, 후자의 경우 자신의 부족함을 돌아보지 않고 외부환경을 탓하는 합리화에 빠져든다.
그런데 특히 중학생일 경우 대개는 학원에서 하는 걸 따라 하면 성적이 오르긴 한다. 중학교의 내신 시험의 범위와 문제의 특성상 고난도로 학생들을 변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디가 절대평가로 90점 이상만 맞으면 최고의 등급의 성취를 얻기 때문에(그러나 중학교마다, 시험 때마다 다르지만, A를 맞은 학생들의 범위가 40%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 말은 40%까지 나와도 큰 무리가 없다는 것인데, 40%까지가 중학교에서는 A라면, 고등학교 상대평가에서는 40%는 4등급과 5등급의 경계다. 게다가 100점을 맞았어도 제대로 된 기본기를 갖추고 실력을 갖추지 못하면 고등학교에서 무조건 성적이 떨어지게 되어 있으니 원하는 실력을 쌓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
물론 그 조치가 학원을 더 많이 다니고 의존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중학교 학원에서는 고등학교를 대비하기 위해 문법도 가르치고, 단어도 공부시키지만 보통은 고등학교 모의고사 기출문제로 학생들의 학습을 유도한다. 그래야 학생들이나 학부모들도 고등학교 대비가 되고 있다고 믿는다. 마치 수학의 경우 중학교 현행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고등학교 선행을 하고 있으면 위로가 되는 것과 유사한 것이다.
그래서 난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수업을 열심히 듣는 것도 큰 의미가 있고, 그것이 무슨 과목이든 시작할 때는 정확한 개념을 익히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긴 하지만, 그 과목의 실력은 혼자 하는 공부에 의해 좌우된다고.
고등학교 가서 똑같이 수업을 듣고 똑같은 시간을 시험공부에 투자해도 성적은 다 다르다. 심지어 극단적인 예를 들면 어떤 학생은 5시간 시험공부를 하는데 5등급 나오고, 어떤 학생은 여유 있게 1시간 시험공부해도 1등급이 나오기도 한다. 그것은 누적된 시간 총량의 차이다. 영어는 더 오랜 시간을 들여서 노출된 정도와 그 익숙함으로 실력이 결정되기 때문인데, 이는 다른 과목이나 음악, 스포츠 등 모든 기능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지속적인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반복의 힘인 것인데, 실제로 뇌과학적으로도 미엘린이라는 신경을 둘러싸는 물질로 증명이 되기도 했다. 자주 하는 반복이 지속될수록 자동화처럼 기능과 지식에 통달하는 단계에 이르게 되는데, 그 시간의 투입과 노력이 정직하게 반영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혼자서 연습하고 공부하지 않으면 영영 실력이 제대로 쌓이지 않는다. 학습의 개념은 배움과 스스로 하는 연습으로 이뤄진다. 영상으로만 보고 자세를 익힌다고 해서 혼자서 실수와 좌절을 반복하면서 하는 연습이 없다면 실제로 악기 연주를 할 수 없고, 스케이트나 수영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학생들이 학교수업 후에 학원수업으로만 공부가 된다고 생각한다면 그냥 노력 대비 산출값이 불일치하는 헛수고의 악순환에 빠져든 것이다.
그러나...
영어든 뭐든 노출의 힘이 중요하긴 하다. 어떻게든 주워듣기만 해도 자신도 모르는 익숙함이 축적되면 어느 순간 제대로 된 학습으로 훨씬 단기간에 능력이 발휘될 수 있는 것이다.
그 제대로 된 학습은 자신의 출발점을 인정한 그곳에서부터 발달단계와 속도에 맞춘 기본기확립의 과정이다. 이 기본기는 혼자 하는 공부를 보장하는 최소한의 핵심지식체계를 말한다. 수학의 구구단과 계산절차에 대한 기본기는 이후 다양한 형태의 곱셈식을 혼자서 해결하도록 해준다. 이 기본기가 없다면 곱셈식이 새로 나올 때마다 암기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자기주도학습의 두 가지 핵심 키워드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습관형성과 혼자서도 학습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학습 단계와 위계에 맞춘 기본기 확립이다.
학교에서 개인적으로 진행하는 영어멘토링 학습코칭도 그 두 가지 키워드로 진행이 된다. 각자 속도는 달라도 결국 도달하게 될 기본기 확립의 목표를 향해... 적어도 내가 제시하는 방향은 옳다는 확신으로...
작년 중 3 졸업생들이 찾아왔다. 높은 수준의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영어내신 성적이 잘 안 나와서 힘겨워하고 있었다. 그들 중 두 명은 끝까지 내 멘토링에 참여했던 학생들이어서 나도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했다. 단계별로 쌓아올려 결국에 완전하게 발휘될 시점이 어느 때인지(심지어 기말고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도 시켰다) 알 수 없지만 결국 드러날 것이라는 확신과 희망도 함께 주었다.
이 학생들은 중학교 때 영어 학원에 의존하지 않았었다. 작년에 멘토링 진행과정에서 이 아이들이 영어단어와 문장에 충분히 노출되지 않은 느낌을 받아서 이런 정도의 조언을 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교육특구인 수성구 학생들은 학원에 다니면서 영어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로 영어를 주워들은 경험치가 쌓여 있어서, 노력에 비해 의도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아 고민하던 학생들에게 영어멘토링코스를 제시했을 때 단기간에 완성해냈다. 그 이후에 영어성적이 본 괘도에 올랐고. 실은 자신의 수준에 맞게 재미있게 공부를 했더라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면서도 더 잘 할 수 있었을 것이지만, 올바른 방향을 만나니 그전의 축적된 경험치가 연결고리를 찾아 단시간에 실력을 갖출 수 있는 힘이 되었던 거다.
그런데 너희들은 그런 축적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지금부터라도 그 경험치를 의도적으로 많이 늘려야 한다. 단어도 더 자주 많이 보고, 문장 분석도 더 많이 해가면서 더 욕심을 내야 한다."
아이들이 그 이후 나의 조언을 완벽하게 따르지는 못했지만, 이제 와서 그 노력이 부족했다는 말로 판단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들은 그럼에도 매 순간 진심이었고 내 기대만큼은 아니라도 나름 성실한 노력을 이어왔기 때문이었다. 난 당장의 성적이 아니라 그 이후의 실력발휘에 대한 비전을 그들에게 확인시켰다. 반드시 도달하게 될 길이라고...
기말고사를 대비할 때, 고등학교 내신은 시험범위 이상의 실력을 요구하니 두 가지 방향으로 할 수 있는 데까지만 준비하고 기말고사 직후부터는 시험공부와 관계없이 영어내공을 더 확실하게 준비하자는 현실적인 조언도 해주었다.
그동안 열심히 해 온 덕에 수업은 다 이해가 되겠지만, 고득점은 그걸로 충분하지 않다고. 자신이 뭘 모르는지 제대로 파악해서 메워야 하고, 혼자 힘으로 문장을 분석하고 구성하는 시각과 내공을 키워야 한다고. 그 정확성으로 유창성을 이끌어내면 시간과 노력도 차츰 절약할 수 있게 되고 여유가 생길 거라고.
그러니 수업 전에 반드시 혼자서 지문을 읽으면서 예습하고, 자신이 이해 안 되는 부분은 기대감을 갖고 수업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그 이후에는 시험기간까지 미뤄두지 말고 혼자서 지문에서 모든 단어의 역할과 의미가 다 납득이 되었는지를 그때그때 확인하면서 마무리하도록 해보라고. 미뤄두면 절대 감당할 수 없는 시험범위의 늪에 빠질 것이니.
그리고 정확성을 더 발휘하면 좋지만, 자신의 역량껏만 하라는 주의도 주었다. 보통은 자신의 준비도만큼 문장이 보이게 되어 있어서, 감당할 수 있는 약간의 challenging한 부분만 익혀도 대박이라고. 더 큰 정확성에 대한 아쉬움은 평소 수업과 관계없는 청블리코스에서 제시하는 기본기를 완성해가면서 점점 더 체계화하고 조금씩 더 완전학습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해주었다.
어제는 또 중3 학생이랑 상담도 했다. 청블리코스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학생이지만 간절함과 치열한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위의 얘기를 해주었다.
그 학생도 학원을 그만두고 청블리코스만 혼자서 해내고 있었지만, 학원을 안 가는 여유를 그냥 여유로만 누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렇게 조언을 해 주었다.
"방향이 맞는다고 해서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을 학원 다니는 학생들에 비추어 볼 때 절반도 투입하지 않고 다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라.
학원의 효과는 영어의 경우 주워듣는 힘도 있지만, 하고 싶지 않을 때도 공부를 하게 하는 절제력과 비자발적이긴 해도 학습습관 형성을 도울 수도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비자발적인 학습습관 형성은 의미 없다고 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자발적인 학습습관 형성에도 애쓰지 않는다면 자기주도학습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거다.
학원에서 수준과 속도를 고려하지 않고 기본기를 무시한 과정이라면 100%의 투입을 해서 20-30%만 얻어낼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공부방향만 맞을 뿐, 20-30%의 투입도 안 한다면 실력의 확립은 그만큼 더 늦어지는 거고, 그걸 고등학교 가서야 실감한다면 늦어진 만큼 시험 칠 때마다 상처받고 힘들 거라고.
고등학교 과정은 불공정게임이다. 높은 수준의 고등학교일수록 고등학교 시작해서의 노력의 양이 아닌 준비도에 따라 그 축적되고 누적된 시간과 노력의 경험치에 따라 이미 어느 정도의 등급은 결정이 된 거나 다름없는...
내 영어코스는 혼자 하는 공부를 보장해 주는 기본기 과정이고, 그 이후에 취미와 힐링의 영어공부로 이어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지만, 지금 이 순간은 취미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고등학교에서의 여유 있는 행복공부를 위해서 지금 조금씩만 더 욕심을 내야 한다. 그건 외부의 압력으로는 안 되는 거고 전적으로 너에게 달린 일이다.
꾸준하게 혼자서 학습할 자신이 없으면, 학원에서 어떤 수준으로 어떤 내용을 배우든 상관없이 학원으로 돌아가서 뭐라도 지속적으로 할 기회를 가져야 하는 게 더 낫다."
사실 학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타협이다. 안 하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게 더 나으니까 부모님도 아이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학원을 보낸다.
그렇지만 그게 다가 아니고 자동으로 공부를 잘하게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학원의 도움을 받더라도, 오히려 그 도움은 결국에는 혼자서 공부하기 위한 자발적인 학습습관 형성과 기본기 확립을 위한 것이라고 의식을 전환해야 한다. 의식만 전환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자기주도학습에 필요한 학원 과정을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선택하면 더 좋겠다.
그런데 학원에 다니기 시작하면 의존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오히려 자기주도학습에 대한 절실함으로 더 애써야 한다.
아토피 피부염에 스테로이드제를 쓰면 당장은 증상이 호전되지만 이후에 오히려 더 악화되기도 해서,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비유를 한다. 정말 필요하면 부작용이 있더라도 약을 써야 한다. 그러나 꼭 필요할 때만 최소화시켜 사용하는 현명한 전략이 필요한 건 의약품만이 아니고 학원에도 적용된다.
그리고 지금 학원을 잘 다니고 있다면 만족하며 그냥 수동적으로 흘러가지 말고 서서히 혼자 하는 습관과 학습 역량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