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성대결절? 아픔을 통해 느끼는 감사

by 청블리쌤

중학교에 와 있지만 채움수업이라는 명칭으로 방과후 수업도 하고, 요일이 안 맞는 학생들을 위해서 격주로 수업도 해주고, 기초반 수업까지 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등학교에서 영어학습법 코칭 특강을 부탁받아 강의를 하고 오기도 했다.

마침 수업시간에 기타를 치고 팝송을 부르는 나만의 이벤트하고도 겹쳤다. 나의 노래는 감탄이 아니라 탄식이나 웃음을 일으켜 학생들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효과가 있다. 그렇게 생성된 친근함은 이후의 수업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 매년 이벤트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등학교 특강은 간절함으로 몰입하는 학생들과의 만남이었어서 너무 설레는 마음으로 네 시간 연강임에도 너무 몰입하면서 목소리톤을 계속 높였던 것 같다.

그러다가 지난 주말에는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 같아 묵언 수행처럼 시간을 보내고, 월요일인 어제 이비인후과에 갔다. 의사가 내시경으로 목을 들여다보더니 성대결절 초기라고 했다. 초기라도 결국에는 성대결절이라는 것 아닌가?

이제까지 말을 많이 하면 목이 아파서 그 좋아하던 수업을 마음껏 하지 못함이 늘 아쉬웠다. 그럼에도 난 수업을 포기할 수 없어 의무 시수 외에도 혼자서 기획한 수업이나 특강 등을 계속 진행하곤 했다. 마이크 없이는 한 시간도 수업을 할 수 없는 상태인데도... 한참 아프다 보면 다시 돌아오는 것을 반복했지만, 난 이전의 아픔을 통해서도 교훈을 얻은 적이 없다는 듯, 또 수업에 몰입하곤 했다.

한때는 기타를 치면서 고음의 노래를 부르는 것이 내 취미였는데... 교사가 된 이후로는 고음불가가 되었다. 목이 아파서 오래도록 약을 먹고, 대학병원에 가니 노래는 절대 안 되고, 수업도 많이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목이 한 번씩 아파도 목이 쉬거나 그러지는 않아서 그저 아픔을 참아내며 기다리곤 했는데...

성대결절이라면? 나의 고통보다 수업 듣는 학생들에게 줄 불편이 먼저 떠올랐다.

의사는 약 먹고 조금 있으면 나을 수 있다는 막연한 말을 하고 다음날에 오라고 했다. 그리고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았다. 스테로이드 복용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돌발성 난청이 왔을 때 이미 충분히 겪었기 때문에 복용을 망설였다. 약 복용을 하지 않고 다음 날, 너무 자주 다녀서 주치의 같은 느낌이 드는 단골 이비인후과를 가보기로 했다.

오늘 학교에서 수업할 때 아이들에게 물었다.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냐고.. 아이들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다면 다행이었다. 나만 불편한 건 상관없었으니까...

뭔가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건 불확실함을 없애주는 장점은 있겠지만, 난 어제부터 성대결절이라는 선언과 규정의 테두리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고민과 걱정을 멈출 수 없었다. 검색하며 염려를 더 키웠다. 건강염려증이 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을 정도로...

그리고 오늘 돌발성 난청과 이명과 어지럼증으로 휴직까지 심각하게 고려했던 7년 전 큰 도움을 받았던 그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그전에 목감기와 함께 온 심한 목통증으로 목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을 때도 완전하게 치료가 되었던 곳이기도 했다.

몇 년 만에 갔는데도 원장님이 반갑게 맞아주셨다.

증상을 이야기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원장님은 성대결절은 아닐 것 같다면서 내시경으로 확인하자고 하셨다. 바로 내시경을 보여주며 식도가 좀 부었고, 성대 주변에 염증이 좀 있을 뿐 성대결절이 아님이 확실하다고 단언하셨다. 스테로이드를 쓰면 더 빨리 낫겠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다른 종류의 약을 좀 길게 처방할 테니 복용하다가 괜찮아지면 끊으면 된다고 해주셨다.

당분간 불편함을 겪고 한동안 조심해야겠지만 병원을 나서며 벌써 완치된 것 같은 느낌이었고 지옥 같은 기분에서도 벗어났다. 교사인 나에게 목의 상태는 신체의 다른 부분의 불편함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여서 더 가슴을 졸였던 거였다.

방학 때 내 수업을 원하는 40여 명의 학생들을 외면하지 않아도 되어 너무 기뻤다.

다음 주에는 신규영어선생님들과 멘토링도 해야 하고, 방학 기간에는 다른 지역 영어과 1정연수 선생님들도 만나야 하고, 두 개의 고등학교에서 영어몰입수업도 해야 하는데...

어제부터 오늘 병원 가기 전까지는 모든 것을 다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함과 걱정뿐이었는데..

그저 너무 감사했다.

바울의 육체의 가시처럼 내게는 목이 육체의 가시라서 고통을 느낄 때 한 번씩 휴식하고 조절해야만 했던 것이 오히려 고통 속에서도 이제까지 가르치는 일에 열심을 다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 또 감사했다.

한계를 인식할 때에만 그다음 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때로는 내가 수업 중독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굳이 안 해도 되는 점심시간 인문학 특강도 계속 해왔었고, 야간 특보, 방학 중 특보 등도 계속 해왔다. 근래 3년간 교사, 학생, 학부모 대상으로 30여 회의 강연도 계속하고 있다.

이런 아픔이 내게는 교만하지 않을 기회인 것 같아 또 감사하다. 나이가 많이 들었지만 여전히 내 수업과 강의를 원하는 고객님(?)들이 있다는 것 또한 감사한 일이다.

아픔을 통해 강제 휴식을 취하면서 나의 부족함을 돌아보고, 그동안 당연한 듯 누렸던 축복의 기회들을 겸손한 마음으로 돌아볼 수 있어 또 감사하다.

교직경력이 계속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남아 있는 날들을 셀 수 있음이 너무 아쉽지만... 이런 아픔을 통해 단 하나의 기회와 단 하나의 수업도 더 소중하고 감사하게 대할 수 있을 것 같아 또 감사하다.

이렇게 생각을 이어가니 단 하루도, 단 한순간도 감사하지 않은 일이 없을 듯하다.

Thank you, Lo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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