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적인 (예비)교사들께

by 청블리쌤

내성적인 성격으로 인해 교사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종종 있다. 최근 만난 교생선생님도 내성적인 성격으로 고민하고 있었다.

활발한 성격은 교사로서 유리한 소질임에 틀림없지만 더 좋은 성격은 없다고 믿는다.

물론 내성적이고 소심한 사람은 일상생활에서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남들만큼 빨리 친해지기도 어렵고, 늘 주변을 살피며, 상처받는 것을 두려워하면서 모험을 하지 않으니 늘 소심해지기 쉽다.

그런 아이들에게 난 그건 단점이 아니라 사소한 불편함일 뿐이라고 말해준다.

학년초에 늘 그로 인해 고민하는 아이들을 만난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다수의 무리도 아니고 단 한 명의 친구다. 그런데 그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막막함도 대개는 한 달 정도가 지나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내성적인 사람은 친구를 못 사귀는 성격이 아니라 좀 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일 뿐인 거다. 활발한 성격의 사교적인 사람이 꼭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나는 것이 보장되지 않는 것처럼... 누구든 노력이 없이는 좋은 관계를 시작할 수도, 지속할 수도 없다.

MBTI를 자신의 명함처럼 소개하는 시대다.

난 검사할 때마다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그 중에 학생들 앞에서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 E가 나오고 학생과 마주하지 않는 나의 일상을 떠올리면 I가 나온다.

E(extraversion)는 외향성, I(introversion)는 내향성이다.

난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학생들 앞에서 내가 내성적이고 소심하다고 하면 아이들이 다 놀란다. 웃기지 말라고 하는 분위기다. 그럴 때마다 난 뿌듯하다. 나의 연기가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니까.

대개 교사는 학생 앞에서 다른 페르소나(Persona)를 입는다.

물론 삶을 관통하는 가르침만큼 가슴을 울리며 큰 변화를 일으키는 건 없다. 그러나 다른 페르소나로 아이들 앞에 서서 연기를 한다고 해서 거짓의 삶으로 포장하는 건 아닐 거다.

아이들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존재로 서기 위해 자아를 넘어선 영혼을 끌어모으는 노력으로 인한 숭고한 결과물이니까... 단지 나의 진심이 더 닿도록 나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애씀이 나의 속삭임으로 그치지 않게 목소리를 높이려는 노력이니까... 그저 나의 삶을 확성기나 확대경으로 큰 울림을 주려는 몸부림이라고...

내가 느끼는 또 하나의 열등감은 유머감각이다. 내성적이지만 아이들 앞에서는 필요한 연기를 하는 것처럼, 난 유머감각이 없어서 농담조차 철저히 계획해서 수업에 끼워 넣는다. 아이들은 잘 짜여진 수업 흐름에서 나의 이야기를 드립으로 인식할 정도다. 알고 보면 반마다 비슷한 수업시간 대에 똑같은 농담을 하고 있다. 타고난 유머감각을 당해낼 수는 없지만 노력으로 안 될 건 없다고 믿는다.

그래서 난 이렇게 위로해주고 싶다. 그저 자신의 모습 그대로이면 된다고. 그게 진정성 있는 진심의 모습이니까. 자신의 기질을 약점으로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강점이라고 생각해보라고.

내성적인 사람들은 대게 외부의 활동보다 내면에 더 집중할 수 있어서 학생들에게 공감할 기회가 더 많고, 세밀하게 학생들과 상황을 관찰할 수 있는 힘도 있다. 외부활동으로 아이들을 즐겁게 할 수 없으니 수업콘텐츠로 승부를 걸기도 한다.

어쨌든 교사에게는 늘 무대가 펼쳐져 있다. 수업이 가장 큰 무대이고, 학생들과의 개별적인 만남의 자리도 무대다.

그래야만 한다는 통념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 것은 다양한 기질로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힘이 될 수 있다. 억지로 바꾸려하지 않아도 있는 모습 그대로 특별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임을 학생들이 느낄 수 있으려면 교사들은 자신의 부족함과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낼 용기를 가져야 한다.

미리 판단해서 망설이고 주저할 이유가 없다.

교육경력으로만 보면 누구에게도 뒤질 자신이 없는 나도 여전히 실수를 한다. 그 실수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되기도 한다.

교생선생님들께는 실수를 마음껏 하시라고 했다. 실수와 좌절의 깊이만큼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일부러 의도적으로 좌절을 자초할 일은 아니지만 좋은 의도로 모험하고 애쓴 후의 실수나 실패는 자신의 성장뿐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 인간적인 숨쉴 공백을 제공하기도 한다고.

교육경력 25년을 향해 달려가는 나는 여전히 실수하면서 배우고 성장한다. 아픔과 고통이 면제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 길을 멈출 수 없다.

새 옷을 입듯 수업이라는 무대에서 아이들을 만난다. 매순간 진심이 닿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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