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하는 공부의 정석

by 청블리쌤

공부는 학습이다. 학은 배우는 거고, 습은 혼자서 익히는 것이다. 학습이라는 말만큼 공부의 정의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말은 없을 것 같다.

학은 배움의 필수조건이다. 학이 없다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뭔가를 익힐 수가 없다. 혹 익히게 되더라도 너무 오랜 시간을 들이게 된다.

김연아 동영상을 보기만 해서는 흉내조차 낼 수 없다. 보는 것, 배우는 것은 큰 도움이 되겠지만, 실제로 스케이트를 신고 넘어져 보지 않으면 영영 제대로 익힐 가능성은 없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학”하고 학원에서 또 “학”을 한다. 그걸 우리는 열심이라고 하고, 열정이라고 하기도 하며, 학부모는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고 믿는다.

학생들도 힘겹지만 남들처럼 그 자리를 지켜야 불안함과 조급함에서 그나마 벗어날 수가 있다고 믿는다. 물론 시험성적으로 보장받지 못할 경우, 더 큰 불안함을 감추기 위한 방법으로 또 다른 학원을 선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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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 공부의 정석-한재우>이라는 책에서는 혼자 하는 공부를 연주하는 것에 빗대어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악기를 연주할 수 있으려면 리허설, 공연보다 연습을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그런데 보통은 충분히 연습을 하지 않고 바로 공연을 하려 하고 또 그렇게 강제하기도 한다. 각자 발달속도와 수준에 맞는 충분한 혼자서 하는 공부 시간이 보장되지 않은 채, 학생들은 학습의 가장 중요한 핵심인 “Why?” 없이 그저 암기에 내몰린다. 물론 때로 암기가 더 빨라 보이기도 하고, 당장의 성적에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여전히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그것은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라고 생각하는 거다.


그러나 왜 그런지를 혼자 곰곰이 생각해 봐야 내용이 눈에 확실히 들어오기 시작하고 이해가 되기 시작한다. 이유를 알아야 인과관계로 지식의 체계를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공부방식은 아이들에게 여유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오히려 공부할 때 여유와 품격까지 느껴지는 이유다.


누구나 똑같은 수업과 시스템으로 생활하는데 학습의 성과는 다 다르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 자신은 옆의 친구와 똑같은 시간을 공부한 것 같은데도 결과는 사뭇 다르다. 이걸 불공평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책에서 인용한 내용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시작하는 시기가 같고, 음악 활동을 하는 시간이 비슷한데, 실력이 분명하게 차이가 나니, 이것이야말로 재능의 차이가 아닐까. 이 지점에서 중요한 이야기가 하나 등장한다. 학생들은 모두 실력 향상에 직결되는 활동이 무엇인지 확신하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혼자 하는 연습’이었다. 혼자서 연습을 해야 실력이 향상된다는 사실을 다들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혼자 하는 연습을 실천으로 옮기는 학생은 많지 않았다. 왜 그럴까. 혼자 하는 연습은 퍽 괴롭기 때문이다.


혼자 하는 연습을 덜해서 실력이 떨어진 보통 그룹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최우수 그룹과 우수 그룹은 연습 시간이 똑같은데, 그것이야말로 재능의 차이가 아닐까. 연구진들은 방대한 데이터를 샅샅이 뒤진 후에 그 답을 찾아냈다. 비밀은 학생들의 이력에 있었다. 연구진은 모든 학생들에게 악기를 처음 시작한 이후 일주일마다의 연습 시간을 적어달라고 했다. 악기를 연주하는 학생들은 보통 ‘몇 살 때, 일주일에 며칠 레슨을 받았고, 하루 연습 시간은 얼마였는지’를 기억한다. 그 자료를 토대로 지금까지 해온 총 연습 시간을 계산했다. 그랬더니 그 결과는 너무도 분명하게 답을 드러냈다. 18살이 될 때까지의 누적 연습 시간이 최우수 7,410시간, 우수 5,310시간, 보통 3,420시간으로 판이하게 달랐던 것이다. 연습에 투자한 시간은 확실히 더 나은 실력으로 직결되었다. 최우수 그룹과 우수 그룹 간에도 누적 연습 시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모든 것은 연습의 결과였다. 최우수 그룹에 속할 만큼의 연습 시간을 가지고도 보통 그룹에 머무르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보통 수준의 연습량을 가지고도 운이 좋아 최우수 그룹에 속한 사람 역시 단 한 명도 없었다. 우리는 ‘재능’이란 것을 찾기 위해 이 연구를 시작했지만, 결국 연습을 제외한 어디에서도 재능의 존재를 찾을 수 없었다. 설사 재능이란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그 역할은 훨씬 미미하다.”


베를린 음악 대학의 모든 학생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활동, 실력 향상에 직결되는 활동, 그리고 ‘누적 시간과 실력은 비례한다’라는 사실이 데이터로 입증된 활동. 바로 혼자 하는 연습, 혼자 하는 공부다.


재능이 있든 없든 누구나 공평하게 1만 시간 혹은 10년 이상 연습량을 쌓은 뒤에야 좋은 결과물이 나왔다. 만약 ‘천재’라든지 ‘타고난 재능의 소유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미 1만 시간 혹은 무명의 10년 동안 많은 연습을 거친 사람이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화가 미켈란젤로Michelangelo도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당장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도 똑같고 똑같은 학교수업, 학원수업을 듣고 있어 산술적으로 같은 시간을 들인 것 같지만, 알고 보니 누적 공부 시간이 달랐던 것이다. 누적된 시간만큼 사전지식과 기본기를 바탕으로 현재 진도를 더 잘 이해하고 있다면 이야기는 완전 달라진다. 그말은 누적 공부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에 대해 너무 낙담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나도 결국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니까. 물론 좀 더 치열할 이유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나의 발달수준을 넘어서서 남들 흉내를 내는 건 의미 없는 일이다. 능력껏 갈 수 있는 데까지만 일단 가면 기회가 있다.


작가가 지적한 대로 천재라고 불리는 거장들의 성취 뒤에는 치열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숨어 있다. 아래 스티븐 킹의 인터뷰 내용을 인용한 대목도 인상 깊었다.


『쇼생크 탈출』, 『미저리』의 스티븐 킹Stephen King은 스릴러 소설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 4,000만 부가 넘게 팔렸다. 한 인터뷰에서 기자가 스티븐 킹에게 “글을 언제 쓰느냐”고 물었다. 그는 “생일과 추수 감사절만 빼고 1년 내내 글을 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거짓말이었다. 스티븐 킹은 나중에 자서전 『유혹하는 글쓰기On Writing』에서 이렇게 정정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생일과 추수 감사절에도 글을 쓴다.”


그러나 열심만으로 좋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하던 대로 하면 오래 하더라도 나아지지 않는다고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경고했다고 저자는 언급한다. 자신이 쓴 글을 검토하고 교정하려 할 때 거의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다. 자신이 쓴 글의 잔상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오류조차 넘어가기 때문이다. 시간이 더 흘러서 다시 보거나 다른 관점으로 볼 때 문득 오류가 보이는 경우가 있다.


학교에서 시험문제 출제할 때 그렇게 안 보이던 오류를 학생이 바로 발견한다든지, 시험지 인쇄하고 나서 발견한다든지 하는 경우도 그런 경우다. 관점과 시각과 방법을 유연하게 바꾸지 않으면 발전이 없을 수도 있다는 의식이 중요하다.


그런데 혼자서는 힘들다. 혼자 공부하는 힘과 습관은 자기주도성은 평생공부의 가장 큰 자산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반드시 피드백이 필요하다. 처음에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배우는 것도 필요하지만, 혼자 익히는 과정에서의 피드백은 혼자 하는 공부에 날개를 달아준다.


작가는 피드백에 대해서 이렇게 인용한다.


골드만삭스의 최고 교육 책임자였던 스티브 커Steve Kerr는 피드백이 없는 연습을 ‘커튼 뒤에 서서 보지 않고 볼링공을 던지는 것’에 비유했다. “어떤 기술이든 연습을 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받지 않는다면 두 가지 일이 벌어진다. 우선 실력이 향상되지 않고, 그다음에는 실력 향상에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게 된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건 겸손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것도 겸손한 자세로만 가능하다. 자신이 무조건 옳다는 생각은 성장하지 않겠다는 고집일 뿐이다.


배움의 과정은 명확하다. 정확한 개념과 기본기를 누군가에게 배우고, 혼자서 그 내용을 바탕으로 그 다음 단계에서 왜 그런지를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이해를 하려 애쓰는 것이다. 후자의 과정은 반드시 혼자 해야 한다. 그리고 오개념이나 아집에 빠지지 않게 기회있을 때마다 피드백을 받는 일이다. 피드백은 선생님, 친구 등을 통해서도 받을 수 있지만, 혼자 공부할 때는 시험을 통해서도 받는다. 문제를 풀면서도 받는다.


학생들은 시험대비를 위해 문제를 푼다. 그런데 문제를 푸는 건, 자신이 놓쳤던 개념을 보완하고 완성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그러니까 개념과 내용학습을 우선적으로 하고 나서 문제를 풀어야 의미가 있는데, 많은 학생들이 개념도 없이 문제를 바로 푼다. 그러다 시험문제에 적중하는 문제가 있다면 쉽게 맞히겠지만, 그건 일회용 지식에 불과할 수도 있다.


기본 개념을 익히고, 문제를 풀면서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나면 어떤 유형의 새로운 문제도 감당할 수 있다.


그리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멘토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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