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식 수업 vs 학생활동 수업

<다시, 공부 다시, 학교>를 읽고

by 청블리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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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학교를 둘러싼 질문에 대한 답변, 그리고 진정한 배움의 고민을 담아 놓은 훌륭한 책입니다.


강의식 수업 vs 학생활동 중심 수업


보통은 "고등학교 수업 vs 중학교 수업"으로 단순화해서 보기도 하고, 같은 고등학교라도 지역별 격차에 따라 구분해서 보기도 합니다. 특히 영어는 사교육의 영향력과 오랜 시간 노출로 인한 학력격차가 너무 커서, 같은 고등학교라도 어떤 지역에서는 강의식 수업을 지루해하며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영어를 완벽하게 완전학습했더라도 고등학교 영어는 문턱이 너무 높아 쉽게 넘어가지 못합니다. 갑자기 학구적이며 추상적인 내용과 긴 문장과 복잡한 문장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학생들의 영어에 대한 흥미를 고려하여 학생활동 중심의 수업을 한다는 것이 과연 학생들의 학력향상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서는 늘 고민스러웠습니다.


물론 일주일에 몇 시간 수업 시간을 강의식으로 한다고 해서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보장할 수는 없어서 교사들은 어차피 교실 밖 지속적인 학습을 유도 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교사가 효율적으로 지름길처럼 제시하는 수업 중 영어학습의 코칭 역할을 포기할 수 없다고 늘 생각했습니다.


흥미 위주의 수업을 하면서 단어에서 연상되는 그림을 그리고, 색칠을 하고 조별로 작품을 만들어 내는 활동들이 과연 영어실력에 관계가 있는 것인지... 때로는 학생들이 문턱을 넘어서도록 도와주기보다 흥미라는 요인으로 잠시 아이들의 힘겨워 보이는 걸음을 멈추게 하며 보류시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수준이 높은 고등학교에서는 활동 중심 수업보다 강의식 수업을 더 선호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대다수의 학생들이 흥미를 유발하는 활동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기본기를 갖추어 어떤 종류의 수업을 진행해도 잘 이해하며 지적 호기심이 충족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수준이 좀 낮은 학생들은 진지한 영어수업에 대해 거부감을 갖게 되고 흥미를 잃고 꿈속을 헤매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 번씩 재미있는 활동이나 영상 등으로 아이들의 관심을 붙잡아 두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물며 이제 영어에 대해 제대로 처음 시작하는 중학교 학생들에게 진지한 내용의 영어는 아이들을 지치게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래서 아이들이 학습하는 학습내용보다 아이들의 흥미를 지속시키는 수업방식이나 활동에 치중하는 것도 당연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제가 힘을 얻은 것은 강의식 수업보다 무조건 학생활동 중심 수업이 더 좋다는 막연한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당연히 암기만 강요하는 주입식 교육은 좋은 게 아닙니다. 우스갯소리로 한국인의 지식수준은 수능 전날에 최고에 이르고 수능 다음날 50%로 감소한다는 말이 있듯이, 시험을 위해 기계처럼 암기한 지식은 자기 것이 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주입식 교육이 강의형으로 이뤄지다 보니 강의형 교육이 그 오명을 뒤집어쓴 것뿐이에요. 학습자의 이해 수준에 맞춰 지식을 구조화해 전달하는 강의형 수업, 실감 나는 사례와 끊임없는 피드백이 오가는 강의형 수업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과학적 근거 없는 낙관론으로 학생 스스로 수업을 주도하라고 방임하는 건 우리가 경멸했던 주입식 교육에 대한 대안이 결코 될 수 없습니다. - 송성민교수


모든 강의형 수업이 다 나쁜 것도 아니고, 모든 학생 중심 수업이 다 좋은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교사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학생 주도적인 수업을 진행한하는 것이 특히 준비도가 낮은 학생들을 진리나 성취에서 더 멀어지게 만들 수 있다는 논리가 그다음 인용문에서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스키를 배우러 갔는데 강사가 "혼자 한번 타고 내려와보시죠. 스스로 터득하면 희열도 느끼고 좋지 않겠습니까"라고 말한다면 어떨까요? 수영을 배우러 갔는데 "50m를 수영해서 와보세요. 스스로 영법을 깨달으셔야 됩니다" 한다면요? 황당한 일이죠. 학생 주도 활동형 교육도 잘못하면 이런 식이 될 수 있어요. 지식과 개념의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하라고 하면 특히 중하위권 학생들은 길을 잃을 수밖에 없어요. 더하여 시간문제도 있습니다. 시간이 무한정 있다면 차근차근 천천히 깨달아가게 할 수 있겠지만 학교 교육은 시간이 정해져 있어요. 초기에 지식이 갖춰지지 않은 학생은 갈수록 벌어지는 지식 격차에 허덕이게 돼요. 1/2+1/5을 2/7라고 대답하는 학생이 있다면 기본적인 덧셈은 하지만 통분을 모르는 거잖아요. 그런 학생에게 혼자 깨우치라는 건 너무 가혹하죠. 교사의 인위적이고 직접적인 개입이 반드시 필요해요. 활동형 교육의 취지는 좋지만 교육적으로 성장이 일어나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 경인교대 이대식 교수


교사는 효과적으로 단순화하여 압축된 내용을 아이들에게 임팩트 있게 전달할 방법을 늘 연구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수업 중 학생활동 연구보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방법을 찾는 할 교재연구가 더 우선순위라는 것입니다.



배움은 무작정 교사가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는 것만으로 나타나기 어렵습니다.


일단 교사에게 배운 것으로, 코칭을 받으면서 학생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해봐야 합니다. 시험의 중요성은 석차를 가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찾아내는 것입니다. 그 부족함을 찾아내는 과정에서 배움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학생들이 수업 중 쪽지시험에서라도 불안감 없이 당당하게 자신의 부족함을 마주하면서도 힘을 낼 수 있게 격려하는 것도 교사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이 책에서는 학습이 일어나는 것을 기억의 인출로 설명합니다.

어제 무엇을 했는지 오늘은 잘 얘기할 수 있겠지만 몇 년 후에는 어제 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어제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자주 이 기억을 인출해야 합니다. 제가 지금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일들은 여러 번 반복해서 기억했던 것들입니다. 열 살 때 일을 한 번도 인출한 적이 없다면 지금까지 기억하지 못했을 거예요.


저는 학습이란 우리가 배운 지식의 창고에 기억을 저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용하지 않으면 곧 잊어버립니다. 책을 읽었더라도 지속해서 그 지식을 사용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다시 인출하지 못하게 됩니다. '인출 연습'이라는 건 배운 지식을 계속 사용하는 거예요. 그리고 세상에 적용해보는 것이죠. - 워싱턴대 헨리 뢰디거 교수



시험을 위해 5시간 공부할 거라고 가정해봅시다, 시험 전날 5시간을 공부할 수도 있을 거고, 5일 동안 1시간씩 공부할 수도 있을 거예요. 벼락치기는 모든 학습시간을 시험 직전에 사용하는 거죠, 대부분 벼락치기를 장려하지 않는 것은 학습내용을 배우 짧은 기간 동안만 기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오래 기억하려면 시간을 두고 반복하고 다시 기억해봄으로써, 기억과 지식의 약한 연결고리를 강하게 결속시켜야 합니다. 어떤 정보에 노출된 뒤 그것을 다시 떠올려보는 것만이 장기기억에 남을 수 있습니다. - 버지니아대 다니엘 윌링햄교수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읽기”


제가 영어단어 학습 등을 강조할 때 늘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말은 단 번에 우리는 뭔가를 완벽하게 기억하거나 학습을 이뤄낼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우리는 더 부담 없이 망각을 즐기며 더 큰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안되어도 자꾸 실패해보고 틀려보고, 생각이 날 듯 말 듯 한 과정을 거치면서 결국에는 자신도 모르게 학습이 되어 있음을 체험하는 것이 진정한 배움의 기쁨입니다.


그런데 학생들이 똑같은 정보를 제공해도 이해도와 기억의 정도와 학습효과가 차이가 나기도 하는데, 저는그 차이가 늘 문해력(literacy)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늘 학생들에게 “매일 꾸준히 조금씩이라도 읽기”를 강조합니다. 국어 성적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공부의 기본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문해력이 학생들 공부시간, 노력의 정도 등에 불평등을 느끼게 만들기도 합니다. 문해력이 높을수록 적은 노력으로도 더 큰 성과를 거두게 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도 이 내용에 대해 이렇게 인용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학생들의 이해도를 확인해보면 낱말 뜻을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았습니다. 단어의 의미를 바탕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추론이 많은데 그것을 따라오지 못하는 거죠. 추론 능력이 떨어지면 교과서를 읽을 수 없게 되고, 교과서를 못 읽으니까 교과 내용을 따라갈 수 없고, 그것이 학습의 결손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 교원대 박영민교수


그리고 활동 중심 수업을 해본 교사들은 늘 느끼는 것이지만, 특히 고등학교에서는 활동 중심 수업 후 정해진 진도 분량에 대해 깊이 있는 내용이 말라버린 핵심적인 내용만 전달하기 바쁜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내신과 관련해서 언급을 안 해주고 시험범위에 포함시키기 어려운 상황이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히 중학교 수준의 영어(가장 기본적인 어휘와 문법, 그리고 문장 구조에 대한 기본적인 내공)를 학생들이 학습하도록 유도하지 않고 흥미 위주로만 진행해서 생기는 학습의 결손을 떠안고 고등학교 수준의 영어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고려하면, 최소한의 학습량에 대해서는 타협이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듭니다.


게다가 중학교 때 중학교 내신만을 위한 학원을 열심히 다녔던 경우는 근본치료보다 증상 치료, 그러니까 당장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임시방편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이 공부를 하게 되어 노력한 것만큼 기본기가 쌓이지 않는 상태에서 진학을 하게 됩니다.


문장의 구조나 원리를 이해하기보다 그저 교과서를 암기하고, 영문도 모르고 반복시켜서 암기한 대로 성적이 나오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교사가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은 재미있는 활동으로 수업을 채우는 것보다, 전달하는 내용을 재미있게 재구성하는 것을 연구하는 일입니다. 학습의 원리와 배움의 기쁨을 학생들이 이어갈 수 있도록 말이지요.


특히 배움에 의욕이 있는 학생들은 교과와 직접 관련 없는 활동에 대해 오히려 부정적으로 반응합니다. 예를 들어 단어나 문장에 대한 이미지메이킹으로 색칠을 하는 것이 영어학습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불만을 갖게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사실적 지식을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것을 기억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우리의 뇌는 많이 생각하는 것을 중요할 것이라고 가정하여 그것을 장기기억에 저장하려고 시도한다. 이 말을 수업에 적용시켜본다면 교사는 수업 시간에 가르치고자 하는 내용을 학생들이 많이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학생들은 배운 것, 즉 생각하면서 배운 것을 장기기억에 보다 쉽게 저장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교과 수업이나 활동 중에 학생들이 배워야 할 내용을 생각하도록 수업계획을 세워야 한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다룬 영어 수업에서 했던 꼭두각시 인형 만들기를 생각해 보자. 이 수업에서 학생들은 꼭두각시 인형의 조종 방법을 생각하느라 시간을 많이 사용했다. 꼭두각시 인형에 색칠하기와 조종 방법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수업이 「로미오와 줄리엣」에 관한 영어 수업이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유형의 수업활동은 근본적인 수업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활동에 많은 시간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회비용도 매우 크다. 이러한 활동 중심 수업은 아이러니하게도 암기 위주 학습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셰익스피어의 꼭두각시 인형 수업에서 학생들은 작가 셰익스피어에 대해서나 그의 작품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해 실제적으로 거의 생각하지 않고 몇 시간을 허비할 것이다. 이에 따른 시간 부족으로 학생들이 정작 생각해야 할 지식이나 연마해야 할 기능들은 짧은 시간에 압축해서 기계적으로 배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이 단원에서 평가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학생들은 교과 내용에 관한 지식을 충분히 시간을 갖고 의미를 따져가면서 학습하지 못했기 때문에 평가에 대비하려면 복습을 하면서 의미를 생각해 보지도 않고, 사실적 지식을 암기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책이 될 수밖에 없다. - 영국 교육전문가 데이지 크리스토둘루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 일곱 가지 교육 미신>


앞으로의 시대가 더 크게 요구할 것이 확실한 창의성 부분에서조차 기본기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강조합니다. 자유로움은 절제와 훈련을 통해 더 빛을 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뇌가 창의적 수행을 할 수 있도록 훈련 가능하다는 것이 제 연구를 통해 밝혀졌죠. 재즈 음악가들은 복잡한 음악의 구조와 실용적인 이론을 많이 알고 있습니다. 즉흥연주가 가능한 연주자 대부분은 전문 연주자예요. 연습도 많이 하고 음계와 화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특정한 패턴의 연주도 많이 해왔을 겁니다.


스스로 창의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학생들과 높은 수준을 가진 연주자의 차이는, 아마 뇌의 전두엽 피질 부분을 얼마나 훈련했느냐에 달려 있을 거예요. '창의성은 타고나는 것이다'라는 생각은 잘못된 겁니다. 그건 세상뿐만 아니라 인간의 발달에 대해서도 너무 단순하게 생각한 겁니다.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해 코로나 시대를 겪으며 사람들은 말합니다. 오히려 이 시국이 교사의 필요성을 더 두드러지게 했다고.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 부모들이 교사들의 역할을 부분적으로 떠맡게 되면서 학교와 교사의 역할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학생들에 대한 애정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교사와 학교에 한해서 우리는 그 분량만큼의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교직생활 23년이 넘어가는 저는, 특히 중학교의 초년생으로서 교직생활이 몇 년 남았건 상관없이 고민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저의 고민은 교직을 떠나는 그 순간까지도, 그 이후에도 계속될 것 같습니다. 고민으로 완전히 해결될 이슈는 아니지만, 고민 없이는 해결을 꿈꿀 수도 없음을 교사들을 잘 압니다. 그래서 많은 교사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희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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