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와 사건은 다르다. 예컨대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이 사고이고 사람이 개를 무는 것이 사건이다.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고는 ‘처리’하는 것이고 사건은 ‘해석’하는 것이다. ‘어떤 개가 어떤 날 어떤 사람을 물었다’라는 평서문에서 끝나는 게 처리이고, ‘그는 도대체 왜 개를 물어야만 했을까?'라는 의문문으로부터 비로소 시작되는 게 해석이다. 요컨대 사고에서는 사실의 확인이 사건에서는 진실의 추출이 관건이다. 더 중요한 차이가 있다. 그 일이 일어나기 전으로 되돌아갈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 사고가 일어나면 최선을 다해 되돌려야 하거니와 이를 '복구'라 한다. 그러나 사건에서는 그것이 진정한 사건이라면, 진실의 압력 때문에 그 사건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게 된다. 무리하게 되돌릴 경우 그것은 '퇴행'이 되고 만다. -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작가는 이 이야기를 소설론에 대한 근거로 사용합니다. 소설에서 사건이 발생하고 주인공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 깨달음의 순간에서 멈추면 단편소설, 되돌릴 수 없는 진실에 자신의 삶을 합치시키기 위해 대대적인 실존적 단절이 시도되는 것이 장편소설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작가는 “단편소설은 삶을 가로지르는 미세한 파열의 선 하나를 발견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라고 멋있게 설명합니다.
우리의 삶은 사고와 사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면 대개 해석을 합니다. 원인을 분석하고 그 원인에 따라 원망과 좌절 등의 감정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우리의 삶에 서로 유기적이지 않은 단편적인 행동이 조금씩 영향을 주며 인과관계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간접적인 영향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남에 대한 원망과 스스로에 대한 자책의 테두리에 갇힌 사람들은 좀처럼 자유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넉넉하게 바라보지 못합니다.
사건에 대한 해석은 아픔의 대가를 치르고라도 취해야 할 필요한 행동입니다. 모든 일을 사고인 것처럼 그냥 지나치는 사람은 실패를 통해 배울 수 없고 성장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과도한 확대해석은 원망과 자책의 덫을 놓기도 합니다.
그래서 때로는 사건을 사고처럼 생각하는 경우도 필요한 듯합니다.
It’s not your fault. It just happened.(네 잘못이 아니야. 그건 그냥 일어난 일이야.)
It was an accident.(우연히 일어난 일이야. 의도성이 없었어.)
때로 이런 말이 큰 위로가 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