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신뢰란 상대를 인간으로 보고 존중하는 것이고 그가 잘할 수 있지만 또한 약하다는 것(악하다는 것이 아니다)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간으로 신뢰하지만, 그가 하는 일이 완벽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신뢰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인간은 신뢰 여부와 무관하게 실수할 수 있고 게으를 수 있다.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 그것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그가 일에 제대로 성과를 내고 보람을 찾고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 진짜 신뢰하는 리더가 할 일이다.
5. "처음에 믿고 맡긴다고 아무 체크도 안 하다가 뒤에 의심이 가니 점점 체크의 강도를 높이는 것은 의욕을 빼앗을 뿐이에요. 역으로 하세요. 처음에 기한 약속을 정하고 수시로 체크하다가 잘 돌아가면 점점 강도와 주기를 낮추세요. 그러면 다 Win-Win 합니다"
리더의 역할과 직원에 대한 신뢰에 관한 글이지만, 교사와 학생들의 관계에도 그대로 적용됨을 느낀다.
담임이나 교과지도를 할 때 처음에 너무 신뢰를 하거나, 너무 정을 많이 줘버리거나, 마음이 약해져서 예외를 두게 되면 이후에 감당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이들은 물론 인간은 예외를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서 은혜에 중독이 된다. 이후에는 좀 더 수위를 높여서 호의를 베풀어야 감동을 한다.
처음부터 떠들고 제멋대로 하는 아이들을 허용하면 이후에는 목소리를 더 높여야하며, 분명한 교육적 목표를 가지고 정당하게 아이를 지도해도 아이들은 더 짜증을 내면서 불평불만을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교사로서 처음에는 어느 정도 연기가 필요하고, 아이들에게 더 내어 줄 수 있는 것을 한보따리 가지고 있더라도 한꺼번에 개봉하지 않도록 조금씩 아껴서 주어야 한다.
계속 무서운 표정을 짓다가 한 번 웃어주면 아이가 감동하지만, 계속 웃다가 한 번 화내면 아이들이 싫어하며 오히려 짜증을 낸다.
아이들과 상황에 따라서 그 연기와 아낌이 어느 정도일지를 일반화시킬 수 없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오래 전 그 타이밍과 강도조절에 실패해서 결국 졸업할 때까지 완전한 화해를 이루지 못한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뭐든 너무 과해서는 안 된다) 원칙은 똑같다. 시작이 나쁜 남자 스타일일수록 이후 교육적 효과가 더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믿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심지어 치명적인 실수를 하고 다른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어도 결국에 자신만의 성장을 이뤄갈 것을 격려하고 응원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신뢰는 모든 순간 아이가 흔들리지 않고, 좌절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믿어준다고 하다가 나중에 몰아치는 것은 스스로도 감당이 안 되고 스스로 한심하다고 느끼는 아이들 입장에서는 더 큰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러니 처음에 아이들이 아직 긴장하며 탐색하는 시기에, 뭐라도 받아들일 수 있는 시기에 강력하고 명확한 메시지를 전하고 차차 아이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
책의 이 부분을 읽으면서 학교에서 16년간 실시했던 멘토링과정이 떠올랐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시작 첫 해에는 80여 명의 학생이 신청해서 결국 한 명만 살아남았다) 얻게 된 깨달음도 그러하다.
시작은 명확한 가이드라인으로, 학생들이 지켜야할 세부적인 사항을 명시하고, 위반했을 경우 경고조치 및 탈락 여부를 확실하게 하고, 위반했을 경우 한 번은 봐주는 등의 예외를 두지 않는다. 개별적으로 학생들을 만나서 수준을 진단해주고 출발점도 명확하게 한다. 제 때 점검을 받지 않을 때는 개별적인 연락을 하거나 학교에서 마주칠 때 격려하듯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확실하게 해준다. 일일이 간섭하기보다 처음에 강력한 어조로 메시지를 전달하며 제대로 습관을 들이면서 훈련을 시키면 그 다음에는 별로 개입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자동으로 진행된다. 갈수록 아이들도 습관형성이 되기 때문에 애쓰지 않아도 루틴처럼 반응한다. 1년간 그 과정을 지나고나면 영어기본기는 물론 꾸준히 학습하는 습관까지 형성이 된다. 초반 이후에는 학생들이 서서히 자기주도성을 회복하면서 진행되기 때문에 100명의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도 힘들거나 어렵지 않았다.
시작이 중요하다. 강렬한 시작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