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찾는 사람은 아마추어이고, 우리는 그냥 일어나서 일하러 간다. - 필립로스, <에브리맨>
인생의 모든 일에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학생들은 열정 같은 뜨거운 계기나 감동이 있어야 공부를 시작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동기나 의지와 상관없이 그냥 몸을 일으켜 책상에 앉아야 한다. 그게 공부하는 습관의 시작이다.
글쓰기도 영감이 떠올라야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쓰다보면 글이 된다. 쓰는 과정이나 시간만큼 발전하고 성장하는 건 물론이다. 글쓰기만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달라지기도 한다.
최근에 봤던 글쓰기 습관에 관한 책 두 권 중 몇 구절을 소개한다.
글쓰기가 만만해지는 하루 10분 메모 글쓰기 - 이윤영
20년차 방송작가가 글쓰기에 대해 문턱을 낮춰주는 친절함을 담아 쓴 책이다.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지침을 매일 조금씩이라도 실천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중 특히 마음에 남은 두 부분만 소개한다.
일기가 아닌 공적 글쓰기에는 늘 독자가 전제가 된다. 이 시대는 서적으로 출판하지 않아도 작가와 같은 삶을 살 수 있다. 저자는 글이 글 자체로 읽히려면 그 독자들 중에 아는 사람을 분리할 것을 아래와 같이 조언한다. 너무 가까운 사람은 객관성을 유지하는 비평가일 수 없는 탓이다.
글쓰기 수업에서 내가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가족이나 지인과는 글을 나누지 말라’는 것이다. 글은 순수하게 글 자체로 읽혀야 한다. 하지만 가족이나 지인은 그러기가 쉽지 않다.
지인이나 가족은 나의 평소 모습을 떠올리며 ‘글’보다 인간 ‘나’를 먼저 보기 때문에 내 글을 순수하게 ‘글 자체’로 바라보기 어렵다. 행간의 의미를 넘어 글자 간에 숨어 있는 ‘나’까지 샅샅이 읽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나에 대한 고정관념, 평소의 모습 등 글을 읽기에 불필요한 정보까지 너무 많이 알고 있다.
재차 강조하지만 글은 ‘순수하게’ 글 자체로 읽혀야 한다. 글의 흐름이 얼마나 논리적인지, 설득력이 있는지, 에피소드나 예시가 공감할 만한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핵심 주제어나 키워드는 무엇인지 등이 글에서 읽혀야 한다.
내가 쓴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잘 읽히는지 살피는 단계는 글쓰기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요즘은 글쓰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모임도 많고 책방, 센터, 도서관 등에서도 글쓰기 관련 수업을 많이 열고 있다. 처음에는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나 알더라도 글로만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사람들과 글을 나누자.
- 그러나 난 저자의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는다.
블로그 글쓰기의 경우는 공적 글쓰기이기 때문에 가족이나 지인이 읽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굳이 인식하지 않게 되는데 그게 글쓰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은 그 사전지식으로 인해 객관적인 글읽기가 불가능할 수도 있지만, 어차피 독서는 자신만의 느낌과 생각으로 주관화해서 읽는 과정인 것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 단, 혹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거나 불편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노력하는 자세는 필요하다.
책 제목에 맞는 아래의 주제와 같은 문구가 마음에 들었다. 특별한 느낌이 들어서 메모를 하기도 하지만, 메모를 하면서 특별한 느낌을 불러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메모로 시작하여 그게 조금씩 모이면 한 편의 글이 된다. 그리고 그 메모를 특별한 이벤트에만 제한할 이유는 없다.
평범해서 의미 없는 일상, 똑같기만 한 하루는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단지 우리가 그것을 평범하다고 느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길 뿐이다. 기록하고 메모하자. 평범했던 일상이 특별하고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고,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메모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매일 아침 써봤니? - 김민식
<7년을 매일같이 쓰면서 시작된 능동태 라이프>라는 부제가 붙은 김민식 PD의 글쓰기 책.
쉽게 설명하고 있어 술술 읽히면서도 쓰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다.
소신껏 쓸 것, 즐거움일 것, 가진 것을 나누는 것...
가진 것을 그냥 퍼주기도 하지만, 퍼주기 위해 지식을 채우고 견문과 시각을 넓히는 노력을 하며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삶의 과정으로서의 글쓰기...
작가의 생각 중 몇 개만 골랐다.
자기소개서든, 회사 업무상 서류든, 비즈니스 이메일이든 읽는 사람 눈치만 살피면 글의 알맹이가 없어집니다. 말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지 않거든요. 어떤 글이든 글을 쓸 때는 항상 쓰는 사람의 입장이 먼저 담겨야 하고, 그런 다음 수정 과정에서 읽는 이(심사위원, 직장 상사)가 배려되어야 합니다. 한마디로, ‘초고는 나를 위해, 수정은 독자를 위해’라고 할 수 있어요.
어쩌면 그것이 인생을 사는 방법 아닐까요? 언제나 나의 즐거움이 우선입니다. 혼자서 무언가 취미를 즐길 때는 나만 생각합니다. 골방에서 혼자 취미로 즐기던 결과물을 세상에 내어놓을 때는 조금 더 살펴봅니다. 나의 즐거움이 다른 사람에게 걸리는 것은 없는지 살펴봅니다. 남의 시선에 나는 어떻게 비칠까도 생각해 보고요. 그런데 처음부터 그걸 살피면 재미가 없어져요. 글이든, 인생이든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블로거로 살아보니 이 같은 변화가 크게 두렵지 않습니다. 블로거의 삶이란 기본적으로 지식을 나누는 삶입니다. 또한 자유기고가의 삶은 고정된 직업이 아니에요. 블로그를 운영하는 건 분명 노는 것인데, 하다 보면 은근히 일처럼 느껴집니다. 블로그에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공부예요. 과거에 우리의 삶은 청소년기에 배워서, 중년에 그걸 써먹으며 일하고, 노년에 쉬는 단계로 이어졌어요. 그러나 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후에도 30년을 더 살게 되었습니다. 그 30년을 마냥 쉴 수만은 없기에 끊임없이 배우고, 자신을 새로운 변화에 맞춰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