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오늘 30년도 더 된 오랜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비 오는 감성이 담긴, 나이가 들어가며 우리가 처음 친구였던 그 나이보다 훨씬 더 나이가 들어버린 집의 아이들을 바라보며 여전히 미래에 대한 희망과 설렘을 가지려는 삶의 숙제에 대한 결의에 찬 의지를 짧은 문자로 표현했다.
난 이렇게 답해주었다.
정말 비가 오네... 비의 감성을 일상에 묻어버린 지가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데 오랜 친구가 그 감성 있는 곳으로 데려다주는 느낌이다. 우리는 한때 지금은 사소해져 버린 것들에 대해서도 설레고 큰 의미를 부여하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현실의 불안함과 착각하면서 살곤 했지.. 그래서 그 사소함을 함께하는 친구의 존재가 우리에겐 더없이 컸던 것 같아. 이렇게 그때의 느낌의 끝자락이라도 덕분에 잡아둘 수 있어서 정겹고 고맙다.
어른이 되고 부모가 되고 세월의 무게를 지쳐가는 건강과 체력으로 버티면서 신앙과 삶의 희망을 놓지 않는 것... 너 말대로 우리의 숙제인데... 아이들은 자기들의 숙제가 제일 무겁고 힘들 줄 알겠지. 우리가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은 어른의 생각과는 다른 각본으로 각자의 행복을 찾으려 몸부림치는 것 같아. 어른이나 아이나 모두가 다 행복하기를...
그리고 문득 2003년 각별했던 제자의 이메일이 떠올랐다. 교사의 입장을 곰돌이 Pooh에 감정이입하며 썼던 글에 대한 단호하고 거침없는 반박의 글이었지만, 슬픔을 충분히 표현했다고 생각했던 내 글보다 더 슬펐던 느낌이라서 아직 잊을 수가 없다. 아직 젊고 어린 교사였지만 그래도 난 학생들을 통해 삶을, 감성을, 진심을 전하는 방법을 그리고 이별하는 방법까지도 배우고 있었다. 물론 지금도 학생들과의 교감을 통해 여전히 배우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젊은 교사가 아닌 그 이후의 나의 교사의 삶도 "세월 지난다고 다른 선생님들처럼 그렇게 되실 거 아니잖아요...제가 보기엔 그래요...그렇게 되실 것 같지 않아요.."라는 이 학생의 선언(?)에 비추어 보곤 했던 것 같아서
그 긴 세월의 흐름이 신기하기까지 하다.
떠나보낼 준비...............그거 벌써 하셔야 되는 거예요??.......
예전부터 느꼈던 거지만 학생들을 떠나보내야 된다는 현실에 대해 어떤 선생님보다 많은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아이들에게 더 많이 다가가셨고 그래서 더 많이 가깝게 지내셨고..
그래서 처음부터 정 많고 누구에게나 따뜻한 마음 주시는 선생님 모습에다 또 더해서 떠나보냄에 대한 생각 더 많이 하시는 걸 수도 있다는 생각도 늘 해왔구요..
지난번에 보내주셨던 Pooh에 대한 글을 읽을 때는 다시 한번 그 생각에 확신을 갖게 됐구요...
어쩌면 아직 학생들과의 헤어짐에 익숙지 않으실 수도 있을 테고....
그치만 제 생각은 그래요.....
다른 아이들 생각까지는 다 알 수 없지만 저는 그래요....
떠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장난감은 세월이 지나면 잊혀질 뿐이라는 거......
그거 아닌 것 같아요....
아니.. 아니라고 말하기 보다 이유가 다른 것 같아요..
잊고 싶지 않은데.. 절대 잊고 싶지 않은데....
늘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은데....
현실이 자꾸만 밀어내게 만드는 것일 뿐인 것 같아요...
저 나이에도 아직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
하는 식의 시선들 속에서...
그리고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려는 새로운 아이들의 존재를 느끼게 되면서...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티다가 결국.........
어쩔 수 없이 정말 좋아하는 장난감을 놓아버릴 수밖에 없는 거
그리고 점차 세월이 흘러가면서
또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만남을 갖게 되고.......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잊어버림을 당하게 되는 거고....
그런 것 같아요......
그러니까 장난감도 전혀 슬퍼할 필요가 없는 거죠..
아무리 볼 수 없고 다시 만날 수 없어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었다면
다른 사람들에 의해 강요된 잊음이었다면
마음에서 영원히 지울 순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더 간절해질 수도 있는 거겠죠...
다시 가지고 놀 수는 없어도
그때를 회상하면서 정말 행복해할 수 있는 거..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어른이 돼서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사실도 전혀 배제할 순 없구요...
"교사들은 제자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허전함으로 쳐다보면서 자신을 더 이상 기억해 주고 놀아주지(?) 않아도 예전에 그들의 곰돌이 푸우였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할 수 있고 그 추억만으로도 흐뭇해지는 존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구 오늘도 또 새로운 아이들에게 변함없는 푸우인거구요. "
그냥....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은 것 같아요....
미리부터 떠나보냄과 떠남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고...
물론 무조건 준비 없이 미뤄둘 수만은 없는 일일 수도 있지만..
솔직히 그래요....
저 또한 그런 생각 안 한다고 말할 수 없어요..
아니 사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그런 생각 해요...
그치만...그냥...선생님은 그런 생각 안하셨음 좋겠어요...
저야 이번이 마지막이겠지만....
선생님은...
앞으로 계속 그러실꺼에요??
해마다 우울해하시고 그러실꺼에요??......
차차 나아지겠지..
교사생활 많이 하셨던 분들 보니까 덤덤하게 잘 보내시더라...
그렇게만 생각하실꺼에요??...
그런 거 아니잖아요....
세월 지난다고 다른 선생님들처럼 그렇게 되실 거 아니잖아요...
제가 보기엔 그래요...그렇게 되실 것 같지 않아요..
특별하셨어요...지금도 특별하시구요...
그건 제 개인적인 감정과 관계없이........분명한 사실이에요..
편하고 친구 같고....
그런 선생님 없으세요.....
애들도 그렇게들 생각해요...
선생님 계셔서 참 좋았대요...
친구같이 편하고 가깝게 지낼 수 있는 선생님 계셔서 참 좋았대요..
선생님 덕분에 다른 선생님께도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대요...
다른 건 다 특별해도...
혼자 더 아쉬워하고 더 우울해하고 더 슬퍼하고..
...그러지는 마시라구요....
제가 싫거든요...
비도 오고 날씨도 쌀쌀해지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아빠께서 감기 때문에 회사도 못 가셨거든요........
내일 뵈요...
난 매년 학생들 떠나보내는 교사의 입장을 곰돌이 푸우에 감정이입하면서 학생들이 나의 그 슬픔과 사무치는 그리움을 알아봐 주길 바랐던 것 같다. 거의 20년이 지났고 더 이상은 현실 속에서 만나거나 연락을 하지는 않지만 그때의 생생한 느낌이 떠오른다. "내일 뵈요"라는 인사말이 진짜 학교에 가면 그때 그 만남이 있을 것만 같은 생생함이라서 더 가슴에 사무친다.
그래서 그게 지금 너무도 당연하게 내일 보자는 인사를 하는 일상 속의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하고 후회를 남기지 말아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