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합격 후 인문계 남고에 발령을 받았다. 우리지역 임용 신규교사로서는 최초로 인문계 고등학교 발령이라고 들었다. 난 대학원 진학을 하면서 군대를 계속 미루었다. 군미필 교사라서 덕분에 학생들과 나이차가 많이 나지 않았다. (3년 재직하면서 석사를 마쳤고 이후 군복무 후 다시 같은 학교에 복직해서 1년을 더 근무했다)
모든 게 신기했다.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것도 신기하고, 학생들이 내 수업을 듣는 것도, 필기하는 것조차 신기했다.
난 학생들에게 나이를 숨겼다. 아니 굳이 이야기하지 않았다.
지금은 나이에 비해 동안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그 이유는 일찌감치 내가 노안이었기 때문이다. 군미필 대학교 4학년 때 교생 마치고 양복차림으로 학교축제하는 거리에서 유세나온 분께 교수님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초임 교사로서 노안은 장점일 수 있었다.
떨리고 신기한 느낌을 초임 아닌 것처럼 태연하게 연기로 커버했다. 물론 능숙하게 아이들을 관리하지는 못했지만 아이들은 나를 초임교사로는 보지 않았다.
첫 10개월 쯤 지났을 때 수업시간에 나이를 커밍아웃했다.
아이들에게 "올해로서 교직경력 10..... 개월"이라고 하니까 모두들 충격으로 뒤집어졌다. 차라리 10년이라고 했으면 아무도 놀라지 않을 분위기였다. 모두가 사기 당했다고 허탈해 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난 첫 해 학년을 걸쳐서 2학년 한 개반을 했던 것 외에는 계속 1학년을 했다. 그 당시만 해도 고3 담임은 완전 마이너리그 선수가 바라보는 메이저리그였다. 나이로나 실력으로나 넘사벽 같은 느낌이었다. 하긴 내 나이과 경력으로 고등학교 1학년 담임도 감지덕지긴 했다.
내 나이는 외딴 섬 같았다. 신규교사가 일반고에 오는 구조가 아니었으니... 내 바로 위에, 내가 오기 전에 가장 귀염둥이 포지션이셨을 두 선생님이 나보다 6살이 많았고, 보통은 그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다.
처음에는 대화를 시도할 선생님조차 없었다. 신규교사에 경험이 없으니 바로 담임을 하지도 못해서 친해지기가 더 어려웠다.
지금은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며 지내지만, 어차피 난 학생들과 더 친하게 지내는게 더 중요하다. 아무리 그래도 처음 몇 달은 교무실에 있기가 너무 어색했다.
그때는 0교시 수업, 방송수업을 하던 시절이다.
아침 등교시간이 6시 45분이었다. 아침이 아니라 새벽이라고 해야겠네ㅠㅠ 동절기에는 새벽별 보고 출근했으니...
1학년 학생들조차 6시 50분부터 영어듣기를 하고 0교시 수업 후, 방송수업을 들었다. 정규시간 후 보충수업 및 야자는 필수코스였다.
힘들고 지친 기억이 있긴 해도 꿈같은 나날을 보냈다. 초임 때에는 남학생들의 친한 형 같은 친근함으로 다가갔던 것 같다. 아이들과 나이와 심리적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에 교감이 쉽게 잘 이뤄졌다.
그 때 학생들이 남긴 글 중 세 편...
<선생님에 대한 11가지~!!>
1. 이름 : ***(애칭은 신승훈, 나카타, 핑크팬더ㅡㅡ;)
2. 학교 :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집에서 나홀로 재수 1년, **대학교 영어교육과(**학번), **대학원 영어영문과 영어교수법 석사?? 오~~
3. 먼저...고등학교때~?
공부 한띠까리~?해따~ 오~대단(존경의눈빛~!!^^찌리리)카카
4. 선생님도 재수해따(재수할때...열심히 안하면 망친다나~? 재수하지않도록 열심히 합시다ㅡㅡ;)
5. 군대 최전방을 가따`..(선생님의 말씀으론....근 데 믿기지 않음 )군대 갔다 온지 안돼서~ 방망이를 잘휘두른다나`? (선생님:어퍼져~??ㅡㅡ^)
6. 가정에서는 약하다(들리는소문에의하면..설마 공처가?)
7. 공부안하는놈 보면 패고싶다(다들 공부합시다~!)
8. 마이크를 연결 하고나서~ 꼭 처음에 후후 거린다~!!(나의 뛰어난? 관찰력으로 보면 항상은 아니지만 거의 그렇타)
9. 선생님=나카타(굳~!!과연 축구 실력은~?)
10. 선생님등교할때 자전거끌고 온다(내친구가 말해줬음...)
11. 선생님은 박정현의 열열한 팬~!?(콘서트에도 가고..노래도 알고 키 나이 등등~ 다알고있음...콘서트에서 박정현이 헤드 빙빙 돌리때..같이 나가서 돌리고 싶어다고 함..) 선생님은 신세대??ㅡ.ㅡ^
2. 쌤요.......... 점심시간에...........
오늘 점심시간에여 제 친구 2명과 농구코트에 있는 돌담에서 농구 구경하고 있었슴다...
근데 제 오른쪽에 있던놈이 농구를 하고 있는 한 학생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야, 전마 ***쌤 안닮았나?"
그 말에 전 친구가 가리킨 놈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보니 진짜 쌤과 닮았슴다...
그래서 대구고에 저런 놈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왼쪽에 있던 놈이 이렇게 말했슴다
"빙시들, 진짜 ***쌤이다."
경악?????????!!!!!!!!
쌤이 젊으신지 아님 같이 있었던 놈들이 늙었는지 몰라도 그때 진짜루 쌤이 학생인지 알았어여.....
학생들과 같이 뛰시는 모습이 넘 보기 좋습니다...
**쌤 화이팅!!!!!!!!!!
3. 특이한 사람 ...
처음에 볼때부터 .. 알고야 말았다 ...
싸이코 기질을 ...
나도 .. 민간인들이 보기에는 비정상적인 인격의 소유자라서 ...
보통의 선생님과는 다른 .. 상당히 색다른 분위기의 사람이다 ...
지금까지 관찰로도 특이점이 아주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
일단 자유 분방한 사고 !! 내가 본 선생의(나는 어지간한 분이 아니면 님을 않붙인다 )
거의 85%는 연구가 거의 없는 .. 그런 인간이다 .. 그저 책만 읽어주는 .. 그래서 어쩌면 학원에 비해 학교가 뒤처진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
하지만 이분은 ... 연구를 한다 ??? 상당히 부지런 하시다 ..높이 .. 평가한다 ..
부지런 하다 .. 난 .. 자전거 타고 .. 귀에 이어폰 꼽고 .. 출근 하시는 선생님 처음 보았다 .. ^^; 처음에는 학생??? 인줄 알았다 .. 정체가 무었인고 ... 하고 .. 복학생이 확실해 .. 하고 나는 판단했었는데 .. 나중에 .. 보니까 .. 선생님이었다 .. 젊게 사신다 .. 세상의 이목을 보고 행동하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길을 간다 (on my way )... 멋지다 .. 상당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