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각>이라는 월간지에서 청소년 월간지인 <좋은 친구>를 99년 11월에 창간했다. 그걸 기억하는 이유는 편집 기자가 내 홈페이지 이메일로 글을 쓸 학생을 섭외해달라는 부탁을 했기 때문이다. 이전 담임 반 제자를 추천해 주었고 아래와 같은 글이 99년 12월에 실렸다.
이 글을 쓴 제자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지금은 고등법원판사로 활약 중이다.
특공대로 가신 우리 선생님
천방지축 고교 1학년, 우리 반을 맡으신 *** 영어 선생님은 첫날부터 특유의 서울 말씨로 17년 사투리 인생을 살아온 우리 경상도 열혈남아들을 소름끼치게 했다. 연륜(?) 가득한 마스크와 도무지 변함없는 분홍색 패션(남자가?) 뒤에 숨겨진 실제 나이는 스물여섯, 얼굴이 닮았다 하여 별명이 일본 축구선수 '나카타'였는데, 축구하시는 폼은... 에휴~
선생님은 '너!너!테스트'라는 독특한 영어시험으로 아이들을 공포에 떨게 했는데, "너!"라고 지적해 단어를 물어 보고 대답을 못하면 패는, 그야말로 단순 무식한 방법이지만 의외로 효과는 컸다. 한 번은 내가 "너!"하고 지명을 당했다. 머릿속으로 금방 밀어 넣은 단어들을 쭉 떠올리고 있는데 "지금 박찬호 몇 승이지?"하는 황당한 질문이 떨어졌다. "어? 그게... 저기.." "그것도 몰라. 나와!" 등짝에 '찰싹'하고 커다란 손자국이 찍히고 나니 눈물이 날 만큼 아팠지만 재밌다고 웃는 선생님과 아이들 얼굴에 나도 그냥 "허허" 웃어 버렸다.
무덥던 어느 날, "저, 특공대로 파견됩니다."라고 폭탄선언을 하신 선생님 말씀을 바보같이 그대로 믿고 "와~, 역시 대단하시다~!"하며 환호했다. 하긴, 특공대로 가신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곳이 'U.D.T(우리동네특공대)'라는게 문제였지만. 종종 빨간 방위 모자를 쓰고, 듬성듬성한 수염에 여전히 분홍색 티셔츠 차림으로 학교에 오시는 걸 보면 국방의 의무에 상당히 소홀하신 것(?) 같기도 하다.
든든한 형님처럼, 이해심 많은 친구처럼, 짓궂으면서도 늘 진지하던 선생님, 한 번쯤 공익사무실로 면회나 가봐야겠다. 반가워하실 선생님 생각에 벌써부터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