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
배달의 민족 앱으로 잘 알려진 '우아한형제들'과 관련된 <이게 무슨 일이야!>라는 책을 우연히 보다가 ‘송파구에서 일을 더 잘하는 11가지 방법’이라는 대목에서 많은 생각에 잠겼다. 우아한형제들의 직장문화를 대변하는 구체적인 가이드인데 교육적 맥락에서도 의미있는 부분이 보였기 때문이다. 거창하지 않고 사소해보여서 더 마음에 와닿았다.
그 중 몇가지만 교육적 맥락과 개인적인 맥락에 적용해보려 한다.
자세한 내용은 김봉진대표가 직접 영상으로 소개하는 내용 참고
https://story.baemin.com/3359/
1. 12시 1분은 12시가 아니다
너무 당연한 얘기라서 더 와닿는다. 다들 모르는바가 아닐텐데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게 오히려 놀랍기만 할 정도다. 지각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회의 시간 등의 약속에 관한 메시지라고도 한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에서 시간이 바뀐 것은 사람들이 9시 1분에서만 지각만 떠올리기 때문일 것 같다)
지각을 막는 방법은 없다. 벌을 주거나 벌점을 주면 자신의 지각의 행동이 그걸로 퉁쳤다고 생각하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지각할 경우 벌금을 매기니까 오히려 지각이 더 늘었다는 연구결과를 본 적이 있다. 벌금을 내면서 양심의 가책이 덜어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이런 얘기는 한다. 지각하는 사람들은 일단 신뢰를 잃고 시작하는, 지는 게임을 하게 될 거라고. 남들이 자신의 숨겨진 가치를 찾아내려 애쓰지도 않게 만드는 사소해 보이는 습관이 지각인 거라고...
지각을 하지 않는 것은 성실함이기도 하지만 남을 위한 배려이기도 하다. 약속시간에 늦는다면 내 시간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시간을 훔치고 있는 것이나 나름없으니까...
딸들을 지각하지 않게 키우지 못한 아빠인 난, 교사로서 무력감을 느끼지만, 내 삶과 일치하지 않아도 학교에서 아이들이 지각하는 것을 지도해야 한다. 남의 자녀들이라도... 하는 심정으로... 그러나 정말 어려운 미션이다.
3. 잡담을 많이 나누는 것이 경쟁력이다.
자신의 전문적인 분야만 고집하지 않고 서로의 것을 소소하게라도 나누는 문화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 같다. 의외로 잡담이나 수다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고, 서로의 경계를 넘어서 친해질 기회가 되기도한다. 그 친근감은 공동체 분위기 유지의 근간이 된다.
그런데 경력이 쌓여도 난 동료선생님들과의 잡담이 힘들고 어렵다. 누가 말을 먼저 걸지 않으면 1년 내내 학년실에서 거의 말도 안 하고 지낼 때가 많았다. 3년간 동학년을 해서 많이 친해진 선생님도 2년 차부터 대화를 시작했고 3년 차일 때 농담을 주고 받게 될 정도였다.
고효율을 추구하는 내 개인성향도 있지만, 사교성이 없는 소심함이 더 큰 이유다.
내가 일반 회사의 조직문화에 있었다면 공동체 생활이 제대로 되었을까 싶을 정도다. 쑥스러움과 소심함으로 그저 조용하고 과묵한 이미지로 굳어져 갔다. 10여 년 전, 학교 수업아카데미 행사로 전교직원 앞에서 사례를 발표한 적이 있다. 강의 후, 한 선생님이 내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가와서 감탄하던 장면을 잊을 수 없다. 평소 나의 모습과는 완전 다른 반전에 놀란 반응이었다. 선생님들 앞에서 준비한 내용을 수업하는 것처럼 발표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무대위에서 연기하듯 내 이야기를 하면 되는 거니까... 나의 기질과 소심함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난 교사들 모임과 회식자리를 부담스러워했다. 술을 전혀 못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일대일로 대화하는 건 괜찮은데 보통 세 명 이상의 무리에서는 급침묵을 지키게 된다. 그런 나의 부족한 사교성이 불편할 때도 많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선생님들과의 관계에 소망을 두지 않고 학생들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작년부터 여기저기서 수석교사를 하는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많이 들었다. 권유가 아니라 왜 안 하고 있냐고 의문을 가진 분도 있었다. 나를 잘 알고 계신 수석선생님께 생각을 물으니 수석교사가 내게는 어울리지 않으며, 지금처럼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게 더 어울린다는 대답이 오히려 고마웠다.
교사들과의 관계가 내게는 너무 어려운 일인데다가 난 그저 학생들에만 집중하고 싶다. 게다가 수석교사는 담임을 할 수가 없으니 아이들과의 관계가 친밀해지기 어렵다는 것... 그렇지 않아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이들과 거리가 점점 멀어질텐데, 담임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그나마 그 최소한의 끈이라도 잡지 못하는 느낌일 것이어서...
직전 학교에서 나이가 들어 업무부장을 해야한다는 교감쌤의 강권이 있어서, 계속 담임을 고집했더니... 학년부장을 시키셨다. 능력이 아니라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학년부장을 하면서도 난 동료 선생님의 인화나 친목에 신경쓸 겨를도 능력도 안 되는 걸 인정하니 오히려 편했다. 아예 첫 인사할 때부터 학년 선생님들께 부적격 학년부장이니 나에게서 어떤 역할을 기대하지 말라고 했고, 회식 같은 것도 없을 것이니 편한 분들끼리 친목을 다지시라고 당부까지 했었다.
교사연수 강의를 하고, 신규교사 멘토링을 하고, 학부모강연을 하는 활동도 수석교사의 역할 중 하나인데, 학생들에게 집중하는 것을 방해받지 않는 선에서 감당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과분하면서도 감사한 일이다. 게다가 내가 초대받은 강의는 자발적인 모임인 경우가 많아, 서로 의무감으로 애쓰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었다.
잡담은 어떤 경우에는 시간낭비가 아니다. 우리는 낭비을 통해서 건강을 지키기도 하고(효율을 생각하지 않고 쉬기도 하고,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으로 걷는 등의 운동을 할 수 있으니), 더 친해지기도 한다. 친하다는 건 기꺼이 시간낭비, 돈낭비를 감당하겠다는 의지의 실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학생들과는 기회가 될 때마다 잡담도 하고 농담도 주고 받는다. 물론 고등학교의 언어와 수준에 익숙해 있다가 중학생들과 나이가 더 들어서 소통하는 것이 아직 많이 어렵지만, 그런 과정 없이 아이들과 친해질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애를 더 쓰게 된다.
친해져서 교감이 이뤄져야 수업도 더 잘 되고, 영어멘토링도 최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사명감을 가지고 애쓰는 중이다.
4. 쓰레기는 먼저 본 사람이 줍는다
너의 일, 나의 일 경계를 오히려 명확하지 않아야하는게 공동체 생활이다. 학교에서는 이런 말을 자주 주고 받는다. “제가 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요.” “왜 그걸 제가 해야하죠?”
어디서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학반에서도 학생들에게 당번을 정해주는 거다. 청소당번(이왕이면 각자 확실한 구역까지), 주번, 1인 1역할... 그런데도 그 경계를 넘어서서 자기 일처럼 봉사하는 학생이 한두명씩 꼭 있는데 이런 학생들로 인해 모두가 편하고 행복해진다. 이런 학생들은 당장 성적이 안 나와도 결국에는 어디서나 필요한 존재가 될 것이라 확신하며 그들을 축복하고 격려한다.
나의 대학 시절 전공수업 들을 때 칠판 지우는 당번이 따로 없었다. 특히 연강을 할 때는 쉬는 시간에 칠판 필기가 그대로 있어서 바보같이 내가 나서서 지우고 지우개도 털어 놓는 일을 꾸준히 했던 것 같다. 내게 리더십이 있었다면 당번을 정해서 해보자고 했을텐데 사교성, 리더십이 없는 소심한 나는 감정노동없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선택을 했던 거다. 자발적으로 한 일이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그게 교직에서의 나의 생활에 대한 예고편이었다. 성질도 급해서 일을 빨리 처리해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누구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다 해버리는 선택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와 동학년을 하면 당장은 편하지만, 한 해가 지나면 바보가 된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그게 칭찬은 아니었던 것 같다.
아무도 안 하려고 하는 일을 자원하는 경우도 많았다. 학년초에 학년별 대표수업을 자원받는데 아무도 없어서 그냥 내가 한다고 했다. 그러면 공동체의 평화는 확실히 지켜지긴 한다.
그렇게 나처럼 살아야한다고 주장하고 싶지 않지만, 자기가 정한 선만 지키고 손해보려고 하지 않는다면 공동체의 평화는 지켜지지 않을 것임은 확실하다. 내 것이 아닌 쓰레기를 줍는 사소한 일로 경계가 조금씩 무너져 결국에는 서로가 서로의 영역을 주장하지 않고 협력하는 문화를 형성하는게 가장 이상적이다. 특히 교직에서는 착한 예스맨이 힘든 업무분장을 맡게 되고, 일도 다 몰리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소수에 의해 지켜지는 평화는 한 사람의 고통값이고.. 건강한 문화가 될 수 없다.
그래서 나이 들어서 난 반성하는 중이다. 진정한 리더십은 자신이 다 하지 않고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임무를 분배하여 함께 움직이도록 해야한다는 진리를 실천하지 못했으므로... 충분히 기다리지 못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