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지역 교육청에서 기초력 향상을 위해 1수업 2교사제, 온라인 튜터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의 학습공백과 격차를 공교육 내에서 채워주려는 시도이다. 학교의 상황과 수요에 따라서 선생님들이 파견되어 학생들의 학습을 돕는다. 수업교사와 함께 입실해서 수업시간 중에 수업을 이해하도록 실시간으로 도와주기도 하고, 점심시간이나 방과후에 학생들을 개별지도하기도 한다.
정말 어렵고 중요한 일을 감당하고 계시는 선생님들의 연수에 강사로 초대를 받았다. 내가 학교에서 실시하는 영어멘토링학습코칭의 방향과 그 프로그램의 방향과 닮은 점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30분 정도의 강의의 초안과 강의 자료를 준비하면서 글로 생각을 정리해 보려 한다.
<나의 선생님, 나의 학생이 주는 무게감과 희망>
"나의 선생님, 나의 학생"이라는 개념은 친밀한 관계 형성의 필연적인 결과물입니다. 더 좋은 선생님, 더 좋은 학생은 필요 없습니다. 그저 지금 내게 주어진 이 만남의 중요성이 담긴 감격스러운 말입니다. 이 개념에서 서로를(교사가 학생을 받아주는 것은 물론 학생들도 교사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준다는 은혜의 체험을 서로가 하게 되면 그때부터 진정한 배움과 성장이 시작됩니다. 충분히 훌륭한 교사나 학생이라서 그 자격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만남이 이뤄졌기 때문에 서로 더 노력하고 성장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교감의 중요성과 멘토의 역할>
그래서 특히 교육은 “Connection Before Correction(교육 전 교감이나 소통)”이 전제가 됩니다. 특히 선생님들은 멘토로서의 역할을 주로 하실 텐데..
그 멘토라는 개념은 <오디세이아>에서 유래했고, 그 작품에 나타난 멘토의 두 가지 조건은, 신형철 교수의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이라는 책에서 인용하면 이렇습니다.
1) 결정적인 순간에 두드러진 역할 안 함(멘티 자기결정, 자기주도권 인정)
2) 지혜와 명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이며, 나를 잘 아는, 내 편인 그런 사람만이 나를 진정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
그러니 멘토는 자신의 역할을 점점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학생들과 일단 많이 친해져야 합니다.
그래서 지식을 어떻게든 많이 심어주려는 조급함보다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을 준비하는 기다림이 더 중요합니다. 때로는 시간낭비를 의도적으로 해야 합니다. 잡담이 능력이라는 건 경영학도서에서 공공연하게 언급됩니다. 잡담에서 의외의 영감을 얻기도 하지만, 잡담이 있어야 친해질 수 있으니 공동체 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거라는 주장입니다.
<기다림의 의미>
이 프로그램에 대해 학생들보다 오히려 선생님들께서 성취와 성과에 대한 부담이 더 크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답답한 건 선생님들이 만날 기초나 기본 학생들은 성취에 대한 의지보다 무기력한 모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소위 상처받은 아이들인 것이지요. 그러나 달궈지지 않은 쇠를 망치질하면 부러지게 되듯, 오히려 선생님들은 너무 서두르시면 안 됩니다. 성취의 기억이 없고, 이 순간의 학습의 노력에 의미를 찾지 못하고, 늘 뒤처지는 상처를 감당할 수 없어 그 현실을 마주하지 않으려고 마음의 문을 닫은 그들의 단단해진 마음을 풀어주는 더 어려운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식 전달보다 더 중요한 상담자로서의 역할>
그래서 멘토로서의 역할 중에 더 중요한 것은 가르치는 것보다 무력감이 가득한 아이들에게 상담 같은 멘탈 코칭일 수도 있습니다. 희망을 노래해 주는 역할도 필요합니다. 막연한 희망이 아니라 결국에는 도달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죠.
기회가 된다면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지만, 그게 상담의 출발점이겠지만, 그럼에도 주도권은 교사가 아닌 학생들에게 있습니다. 아이들이 이야기를 먼저 꺼내려 하지 않는 어색한 침묵과 기다림은 필연입니다. 그러나 꼭 지금이 아니라도 좋으니 강요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들의 호감과 신뢰 기대?>
그런데 아이들은 선생님을 무조건 좋아하고 따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는 교생실습도 상처로 시작했습니다. 경력이 20년이 넘어서도 여전히 상처받습니다. 그래서 교사는 "상처 입은 치유자"라는 숙명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그 상처로 나 자신도 성장하지만, 그 상처로 인해 아이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공감대와 사명을 얻기도 합니다. 제 아내도 요즘 피아노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아이들의 반응에 따라 자책하며 힘들어합니다. 교사의 모든 메시지가 다 수신되는 게 아니고, 아이들의 태도와 성과에 따라 교사들도 일희일비하는 게 오히려 당연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교육의 자리에 있는 이들의 숙명이자 보편적인 현상임을 받아들이시길... 진심을 다하고 있음에도 그런 아픔이 있다면 더 노력할 이유가 될 수는 있겠지만, 무조건 선생님들의 잘못이나 부족함 때문이라고 자책하며 좌절하시거나 침울해하지 마시길... 그럴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으면 오히려 학생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 교감 없이 그저 사무적으로 학생들을 대하게 될 수 있습니다.
<상위권과 다른 기초반의 의미>
학생들이 줄을 서는 잘나가는 고액과외의 경우 학생들을 선별해서 받습니다. 결국 교사가 아니라도 잘했을 아이들이겠지요. 그런 아이들의 열정과 능력을 교사의 열정과 능력에 동일시하지 않아야 합니다. 기초반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그보다 훨씬 더 어렵고 중요한 역할입니다. 기다림이 숙명인 데다가 결국 학생들의 성과를 확인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때 기억하실 것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더라도 중요한 건, 교육적 파장을 조금씩 일으키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당장 꽃을 피울 수는 없다고 씨 뿌리는 걸 망설이지 않아야 할 이유입니다.
특히 선생님들의 교육은 문턱 넘어서기, 기초공사의 과정이어서 아이들은 고마운 줄 모를 수도 있지만 한 학생의 삶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신다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지셔도 됩니다.
물론 가장 큰 효과는 실력에 관계없이 먼저 손 내미는 아이들을 발굴하는 것입니다. 먼저 손을 내밀지 않은 애들은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은 아닐 수도 있다고 인정하며 기다려주는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학교에서 멘토링할 때 제일 먼저 달려왔던 학생은 서울대 의대에 진학했습니다. 정말 필요한 아이들에게서는 오히려 절실함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도 선생님들이 마주하게 되는 안타까움입니다.
<유쾌한 강제성>
배움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절실함도 의지도 부족한 학생들을 만나게 되었을 때 “유쾌한 강제성”을 연구하시는 것도 선생님들의 과제입니다.
학원숙제의 맹점은 아이들 수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선생님들은 학생들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지점에서 학생들이 용기를 낼 수 있도록 출발점 진단부터 해주시고, 찌질하고 사소한 분량에서 시작하여 꾸준한 습관 형성이 되도록 도와주실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아무리 노력해도 성적으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을 것이니 당장 누릴 수 있는 사소한 성취의 기억을 심어줄 기회를 찾아보시길.
<기본기를 위한 핵심내용 티칭 준비>
학습코칭을 넘어서, 가르침의 기회에는 고압축된 기본 핵심내용을 정리할 것이 요구됩니다. 기초나 기본 수준의 내용을 가르치기가 훨씬 더 어렵습니다. 아이들의 수준과 아이들의 세계에 맞닿을 언어까지 연구해야 하기 때문이고, 준비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는 생각을 넘어서는 교사의 시간낭비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재연구할 때 교사의 시간낭비는 학생들의 이해도와 비례합니다. 결국 선생님들도 아이러니하게 내용이 너무 쉽기 때문에 공부를 더 많이 하셔야 합니다. 예술 작품 같은 가르침을 목표로... 아이들에게 와닿을 내용을 준비하셔서 그게 닿았을 때의 기쁨을 선생님들도 느끼신다면 그 시간낭비를 멈출 수 없을 거라 믿습니다.
<퍼스널 브랭딩의 방향 및 사례>
그렇게 가르침의 내용이 축적되면 선생님들만의 컨텐츠가 생성이 되고 체계화되어 퍼스널 브랜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교사의 가르침은 책의 내용을 그냥 읽어주듯 전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니 그런 욕심을 내 보시길... 그리고 그렇게 자신만의 가르침의 내용이 구체화될수록 자신 있고 당당하게 자신의 가르침과 학습코칭에 대한 스스로의 마케터가 될 수 있습니다. 의무적으로 주어진 관계이거나 자발적이거나 아이들의 신뢰를 얻고, 그들에게 확신을 줄수록 교육의 효과도 구체화됩니다.
<자기주도학습의 시작>
그리고 결국 승부수는 자기주도학습입니다. 학생들이 주인공 의식 갖게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대에서 공연하는 주체는 교사가 아닌 학생이라는 사실도 명확하게 합니다. 학생 스스로 자기효능감을 느끼도록 도울 수 있다면 가르쳐준 것이 없어도 대 성공입니다. 그 자기효능감은 사소한 성취로부터 시작됩니다. 선생님들의 성취에 대한 조급함이나 불안감이 학생들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차분히 더 오래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시작이 미약해야 끝이 창대합니다. 혹 멋진 출발을 한 학생들은 이내 안 하던 짓을 계속 감당하기가 너무 부담스럽고 힘들어 원래 상태로 회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심지어 한심해 보이는 한 걸음도 격려하고 응원하면 아이들이 점점 더 힘을 낼 것이라 확신합니다.
<자기주도학습 사례>
영어멘토링 외에도 제가 학교에서 실시하는 자기주도 프로그램을 간략하게 소개합니다.
1) 영어단어시험
영어실력의 기본은 영어단어입니다. 어느 정도의 강제성이 없으면 아이들이 들여다볼 생각도 안 하면서 영어가 어렵다고 푸념만 합니다. 푸념만 하지 말고 행동할 것을 요구하며 다양한 환경과 방식의 테스트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수업시간에 무작위로 미리 내준 단어를 테스트하고, 통과하지 못한 학생들은 제게 와서 재시험을 치도록 강제했던 적도 있습니다. 학반에서는 학습도우미를 지정해서 매일 20개의 영어단어를 시험칩니다.
영어멘토링학습코칭의 핵심도 단어자기주도학습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약속된 시간에 지정된 장소에 비치한 영어단어시험지를 가져다가 각자 응시하고 채점까지 해서 제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테스트를 했고, 최근에는 구글클래스룸에서 구글설문지로 만든 온라인단어테스트로 점검합니다. 단어가 누적되면 그제야 수업도 알아듣고 문법도 이해하고 독해도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여기서 자기효능감이 생깁니다. 아이들도 그런 사소한 성취를 겪고 나면 스스로에게도 “유쾌한 강제성”을 적용하기 시작합니다.
2) 읽기의 중요성 – 매일 글 읽고 댓글달기 학습코칭
모든 기본기의 출발점은 우리말 읽기입니다. 그것도 매일 꾸준히 읽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하루에 한두 편씩 꼭 읽도록 강제성을 부여합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학생들이 각자 읽고 댓글을 달도록 하는 것입니다. 댓글로 요약하는 것이 어차피 생각을 키우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교실에 비치한 출력물에 댓글을 달도록 했지만, 지금은 온라인활동으로 진행합니다.
3) 진도표(플래너) 작성하여 점검하기
온라인으로만 점검하는 건 한계가 있어, 진도표를 작성해서 대면점검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평소 플래너를 쓰는 것도 점검합니다. 그냥 알아서 쓰라고 하면 제대로 안 하게 되니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합니다. 플래너에 한 마디 적어주는 것도 칭찬과 격려가 됩니다.
4) 온라인 비대면과 대면을 혼용하는 블렌디드 학습코칭
영어단어 및 동영상수강, 자습 진도 점검을 하는 영어멘토링을 확장하여 글읽고 댓글달기, 플래너 점검 등을 겸해서 자기주도 학습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합니다.
온라인 콘텐츠나 점검이 결합되면 시공간을 초월하여 영향을 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학습코칭 온라인 결합의 가능성>
구글클래스룸(학교 계정말고 개인계정 활용)을 주로 활용합니다. 구글설문지로 시험양식을 작성하여 바로 채점까지 가능하도록 구성할 수도 있고, 자기주도학습 진도표나 플래너의 인증샷을 올리도록 해서 점검을 할 수도 있습니다. 수시로 댓글로 상담 및 피드백이 가능합니다. 실시간 수업에도 활용할 수 있지만 교실을 벗어나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혹 동영상강의를 제작 업로드하게 될 경우 유튜브라면 구글클래스룸에서 재생할 경우 광고가 뜨지 않습니다.
동영상강의는 거창한 스튜디오 장비나 컨텐츠가 아니라도 됩니다.
동영상강의까지 하나둘씩 축적을 하다 보면 시공간초월 블렌디드 러닝 및 플립러닝까지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과욕은 금물입니다. 아이들이 굳이 시간을 내서 동영상강의를 수강할 가능성도 희박하니 상황에 따라 대처하시면 됩니다.
아이들의 필요와 수준(학업수준뿐 아니라 학습의욕도 잘 살펴야 함) 확인하면서 반응할 것을 권합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식은 공통적인 가장 기본적인 내용만 동영상강의를 보도록 하고 대면해서는 질문을 받는 식으로 피드백을 하는 것입니다.
<교사의 결정적인 코칭역할>
수업을 벗어나서 보면, 티칭 아닌 코칭의 역할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코칭의 과정은 학생들 개별 수준에 맞춰 출발점을 조정해 주는 가장 중요한 단계로 시작해서, 학생들의 학습격차나 공백을 메워주는 다리를 놓아주는 작업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곧 맥락의 중요성이라고 할 수 있죠.
스키마이론으로 보면 빈 컵에서는 배움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어느 정도라도 채워져 있어야 배움이 시작된다는 것이니 기초가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컵을 채우겠다는 무리한 욕심이 아니라 바닥부터 조금씩 채워 그다음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단계별 학습코칭이 필요합니다.
빈 컵의 상태에서 학습을 강요한다면 암기를 할 수밖에 없고 그 효과는 너무 미미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금방 지치고 포기하게 됩니다.
그래서 기본기 학습코칭에서는 기억원리에 맞게 유의미한 기본기로 맥락 연결을 도와주어야 합니다.
일단 출발점 진단이 가장 중요합니다. 여러 명일 때라도 개별수준 지도(학원 및 학교 일제 수업의 빈틈 공략)를 해야 합니다. 제 경우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학생들이 간절하게 모인다면 80명 이상을 데리고도 수업이 가능했지만, 기초반 수업은 4명도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출발점이 너무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본기 코칭의 본질을 비유하면 이러합니다. 드라마가 한창 진행중인데 12회부터 보면서 맥락이 형성되어 있지 않아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재미도 없어하는 아이들에게 드라마 1회부터 정주행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입니다. 보통은 큰 용기가 필요합니다. 더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죠.
다른 애들이 악기를 이미 연주하고 있고, 축구 경기에서 화려한 플레이를 하는 걸 보면서 본인은 초라함을 느끼고 있다고 해서 당장 연주를 시작하거나 축구게임에 투입하면 안 되는 겁니다. 연습을 해야 게임에 뛸 기회가 생깁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그걸 퇴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주변에서 그런 느낌을 계속 강요합니다. 그래서 코칭하는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괜찮다고 끊임없이 말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기초가 부족한 아이들은 당장의 노력을 성적으로 잘 보상받지 못하니 눈에 보이지 않는 소소한 성취를 강조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영어 단어 암기의 예를 들면, 당장 시간을 정해 놓고 당장 외우지 않으면 나머지 공부나 빡지를 쓰도록 시키는 건 큰 좌절감이나 번아웃에 가까운 소모를 가져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단어는 암기가 아니라 망각하는 거라고 말해줍니다. 그대신 부지런히 자주 망각하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서 끝장을 볼 때까지 계속 반복할 것이 아니라 시간 간격을 두고 반복해서 읽고 망각하라고 격려하는 거죠. 암기는 어려워도 망각은 누구나 자신 있는 영역이니까요.
억지로 암기시키면 희한하게 아이들은 단어뜻은 생각 안 나고 몇째 줄의 몇 번째 단어라는 것만 기억하기도 합니다. 노력 대비 너무 저효율의 과정입니다.
그러나 단어 암기가 안 되면 이유 찾아야 합니다. 우리는 때로 멈춤으로 더 많은 것을 보고 얻습니다. 왜 그런지를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어떤 아이들은 population과 pollution의 뜻을 혼동합니다. 단어를 발음해서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하게 읽을 수가 없으니까 대충의 형태로 의미를 기억하는 것이죠. 이건 마치 암호문을 암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니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해야 합니다. 문제의식이 있어야 해결책이 나옵니다.
이 경우 해결책은, 아니 모든 영어의 기본기는 파닉스입니다. 실제로 A, B, C도 잘 모르는 학생들도 꽤 됩니다. 그리고 그걸 음성적인 발음에 연결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문턱을 넘도록 해야 드디어 단어가 기억되기 시작하는데, 열정만으로 시간을 늘린다고 될 일은 아니지요.
구구단을 암기해야 개별적인 곱셈의 값을 일일이 암기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가장 본질적인 기본기는 암기가 아닌 이해의 과정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고등학교에서도 상위권학생들을 대상으로도 저는 발음강의를 꼭 합니다. 알고 보면 아이들은 영어단어를 읽는 게 아니라 암기하고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발음의 원리를 모르면 자기 마음대로 읽어버리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생깁니다.
<어쩌다 보니의 성취>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쩌다 보니의 즐거움”입니다. 내가 이걸 이만큼 했기 때문에 점수가 나오고, 뭔가를 풀 수 있고, 해석이 되는 게 아니라 그저 기본적인 것을 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어쩌다 보니” 해석이 되고 문제가 풀리는 경험이 아이들을 학습의 즐거움으로 이끕니다.
공부뿐 아니라 행복과 성공은 의식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과에 관계없이 소중하고 귀한 선생님들의 역할>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지식만이 아닙니다. 미국 SAT 고액과외의 경우 지식보다 멘탈관리에만 치중한다고 합니다. 과외하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기본은 되고 자기주도학습도 되는데 심리적인 요인으로 인해 힘겨워하기 때문에, 지식이 아닌 심리적인 안정감만 주어도 성적이 막 오른다고 합니다. 성적이 좋은 학생들도 그런 관리가 필요한데 기본반 학생들은 얼마나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 상상을 초월합니다.
당장 즉각적인 문제 해결이 아니라도 좋으니 그들과 진심으로 함께해 준다는 지지와 응원의 마음이면 아이들은 위기를 벗어날 힘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공부를 하는 것도 본인이고, 의지를 가지고 욕심을 내는 것도 학생 본인이니까요. 때로는 선생님이 손을 안 내밀고 기다리는 것이 억지로라도 이끌어 내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지만, 한 번씩 아이들이 먼저 손을 내밀 때까지 잠잠히 있는 여유와 기다림을 믿음과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함께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이후의 공부나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정말 유의미한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그래서 기초 기본학력향상을 위해 애쓰시는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성적향상으로도 보람을 느끼지만, 그렇지 않아도 박수갈채를 받아 마땅하다고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