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오늘 하루 만에 중요한 강의가 두 개가 있단다. 아빠의 성격상 훨씬 전부터 철저히 준비하고 치열하게 노력했겠지. 그런데 그 노력의 정도나 최근에 많은 강연을 다녔던 경험치가 떨림과 불안함을 면제해 주지는 않더구나.
그 불암함과 부담 때문에 한 번씩 강연 제안을 거절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만, 강연에서의 만남과 감동과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아무런 느낌 없이 덤덤하다면 강연 중에 가슴 울리는 감동이나 벅참도 얻을 수 없을 것이니 일종의 치러야 할 대가 같은 거겠지.
수능을 앞둔 너의 심정도 생각해 보았다. 감히 아빠의 심정에 비교할 수 없을, 생애 첫 가장 큰 떨림과 불안한 마음일 것 같구나. 수능이 다가올수록 불안함은 커지고 상상력도 더 늘 거란다.
원래 수능의 존재감이 없을 때는 뭐든 상상할 수 있지만, 수능이 가까울수록 최악의 상황을 떠올리는 상상을 하는 게 인간적인 거란다.
뭔가를 더 잘하고 싶고 욕심이 날수록, 결정의 순간이 다가올수록 우리는 부정적인 여러 상황 속에서 희망을 찾고 싶어하지. 정말 잘하고 싶은 절실함이 없다면 불안함도 걱정도 없을 거란다. 이미 수시로 대학이 결정된 아이는 수능에 대한 아무 감각이 없을 거다. 반드시 수능을 응시해서 등급을 깔아줘야 한다는 친구들의 당부에도 아침에 눈을 뜨지 못해 수능장에 입장 자체를 못하게 되는 것도 아주 흔한 일이지.
모의고사 풀면서도 잘 풀리지 않는 그 문제 하나가 현실이 안 되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에 더 불안함 마음이 들기도 한단다. 그런데 전에도 얘기했지? 모의고사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지켜가는 것이 모의고사에 대한 우리의 태도여야 하는 거라고... 성적이 좋으면 기분 좋고 안심이 되어 공부 안 하고, 성적이 안 좋으면 기분 나빠서 공부 안 하고, 성적이 그대로면 공부해도 별 소용없다는 생각에 공부 안 하고... 아이러니하게도 모의고사는 우리의 평정심과 루틴을 빼앗아 가는 부작용이 있다는 건 이미 충분히 겪어 봤잖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모의고사를 보고, 한 문제, 한 문제를 그렇게 일관된 자세로 풀어야 하는 것은, 실전에서 있을지도 모르는 다양한 변수나 문제를 만날 때의 당황함으로부터 스스로를 지키는 면역을 키우기 위한 일이기 때문이란다.
늘 강조해 왔지만 수능을 앞두고 기억해야 할 것은 과욕을 버리는 일이란다. 이전의 좋았던 성적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것은 그걸 지켜야겠다는 욕심은 그것이 마치 자신에게 정당하게 주어진 권리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지. 수능 볼 때까지의 모의고사는 너에게 꿈의 크기를 정당화할 수 있는 성취의 기억이자 동기라는것 외에는 그저 가상현실일 뿐이며 모의고사 성적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공부를 안 하겠다는 다짐인지도 모르니 그 순간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채워가고 실전 감각을 익혔다는 느낌을 매 순간 간직하는 데만 의미를 부여하렴.
과욕은 루틴에서 벗어나게 하는 큰 부작용이 있단다. 그저 지금부터는 밤에 자고, 아침에 눈 뜨고, 밥 먹을 시간에 먹고, 문제 풀 때 풀고, 후회나 가정법은 머리에서 비워가고,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지 말고...
너의 걱정은 그럴 리 없지만, 혹시라도 현실이 되었을 때 함께 다음 방법을 찾으면 되니 네가 그렇게 오랫동안 가슴에 품으며 간직할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수능 그 순간 넌 모든 걱정과 오만 가지 생각의 흔적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몰입하게 될 것이며 문제를 풀어가는 황홀한 행복감을 느끼게 될 거란다. 그게 너의 도달점을 미리 정해서 억지로 맞춰가는 과정이 아니라 그저 제한된 시간에 너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너의 능력을 하나도 남김없이 다 발휘하여 도달한 그곳에서 너에게 맞는 행복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일 것이니 그 순간을 즐길 준비를 하렴.
너가 중학교 때 떨리기도 했지만 설렘으로 준비하여 댄스 무대에 서서 그저 행복을 누렸던 것처럼.
오늘 하루 너의 한계를 제한된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만큼의 역량만으로 다 덮어버리고 마음 편하게 모든 걸 받아들이렴. 한계를 넘어서려고 욕심을 내는 순간 리듬도 루틴도 깨지게 되니, 공부할 의욕이 생기지 않거나 공부가 잘 안되는 것에 대해서도 자책하며 마음 쓸 필요는 없다. 오히려 공부가 너무 잘 되어 브레이크를 걸 수 없이 날밤 새는 것보다 억지로라도 자리를 지키고 실전처럼 애쓰고 노력하는 사소한 과정이 더 나을 수도 있단다.
수능시험은 너의 그 사소함을 지켜나가며 자리를 지켰던 익숙함의 일상 중 하루일 뿐이란다. 조금 특별하긴 하겠지. 평소에 발휘하지 못한 초인적인 집중력과 힘을 발휘할 수도 있으니...
너를 방해하고 있는 것 같은 너의 걱정과 오만가지 생각도 그 순간이 되면 집중력의 에너지로 함께 힘을 보태줄 거란다.
그저 오늘을 살아가면 된단다. 지금 할 수 있는 일만 바라보고 멀리 내다보지 않는 것이 지금 이 순간에는 도움이 될 거다. 수능 끝나고 나서는 더 멀리 내다볼 기회가 있을 것이니...
그저 이 순간 너만의 무대를 준비해 가렴.
2022년 10월 26일
변함없이 널 사랑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늘 응원하는 아빠가 엄마의 마음도 함께 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