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력 튜터 연수의 감동

by 청블리쌤

오직 한 아이를 위한 집중 배움과 성장 지원

2022. 중등 기초학력 튜터 역량강화 연수 ‘슬기로운 튜터생활’


영광스럽게도 위의 연수 행사에 초대를 받아 '멘탈코칭에서 학습코칭'이라는 주제로 10월 31일 오후 30분간 강의를 했다.


강의하는 경력이 쌓이다 보니 3시간 정도 진행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30분은 강의 구성하는 것부터 오히려 더 고민이 되었다. 이제는 무슨 말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주제에 맞는 이야기로 채우다 보면 내 특유의 잡답 같은 이야기를 희생시킬 수밖에 없었다.


웃음이나 재미가 없는 강의는 실패라고 규정하는 나는 타협점을 찾는 그 대목이 정말 어려웠다.


대구 교육청 기초학력 향상 프로젝트에서 표방하는 “오직 한 아이”는 그 문구 자체가 감동이다. 공교육에 정착할 수 없어 사교육에서 희망을 찾으려 했으나 여전히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공교육 프로젝트라는 것에 엄청난 의미가 있다.


난 30분의 시간에 내 영어커리큘럼이나 동영상제작방법 등은 노션에 정리한 페이지에서 각자 찾아보도록 하고 선생님들을 응원하는 것에, 아이들에게 행복하게 다가가는 법에 대해 집중하고 싶었다.


처음 인사하고 청블리라는 별명이 보시다시피 선천적 매력이 아니라, 후천적인 노력(학생들 더 사랑하고, 실력을 더 키우려는 노력)으로 스스로 만들어가는 퍼스널 브랜딩, 마케팅이니 선생님들도 저 같은 뻔뻔함(?)과 당당함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시길 말씀드린 후, 시작을 아래 정도의 내용으로 진행했던 것 같다.




교사는 학생의 열정을 비추는 거울이라서, 선생님들의 열정을 본인의 능력이나 노력만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나도 열정교사라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알고 보면 열정적인 학생들을 운 좋게 만났을 뿐이다. 줄 서있는 학생들을 성적순으로 선별해서 받는 고액과외는 어차피 잘 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인지도 모른다. 나도 서울대 의대 간 학생들만 5명 가르쳤다. 서울대 의대는 내가 보낸 것인가? 나 아니라도 갔을 것이다. 이런 학생들은 가르치기가 오히려 쉽다. 열심히 준비한 내용을 고민 없이 그저 풀어만 줘도 알아서 다 이해하고 배움의 성과가 바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17년째 100여 명의 학생들 영어멘토링학습코칭을 해오고 있는데 별로 안 대단한 이유는?

1) 양심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자동화과정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많고 내가 귀찮으니 어떻게든 나의 수고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짰다. 단어 시험도 학생 스스로 하고, 학습한 교재 검사할 때 매일 날짜 기록하고 검사할 부분을 포스트잇 등으로 표시해서 제출하도록 훈련을 시켰다. 신기하게도 교사의 수고를 최소화할수록 학생들의 역할은 커지고 거기서 자기효능감이 더 생기기도 하며, 원래 학습코칭의 목적인 자기주도학습을 위한 독립의 과정을 이뤄가는 데 더 도움이 된다.


2) 간절함과 자발성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안내를 하자마자 보통 전교 1,2등이 제일 먼저 달려온다. 간절함으로 내민 손은 절대 놓지 않는 것이 내 원칙이기 때문에 성적에 관계없이 모두 다 수용하지만, 적어도 동기유발은 이미 되어 있는 학생들이다. 한 번씩 학생들이 흔들릴 때나 기운이 빠질 때 격려하는 전체 편지글을 써주고, 개별적으로 상담하고 만나서 용기를 주고 응원해주는 역할은 하고 있지만, 없던 동기를 생기게 하지는 않았다.


교직경력 20년이 넘었어도 아직도 동기유발하는 방법을 모른다. 아직까지도 내게 가장 큰 도전은 기초반 수업이다. 특히 중학교에서는 수업보다 고객 모시기에 더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의욕적인 아이들은 80명이 넘어도 수업이 가능했지만, 기초반 학생들은 4명만 모여도 여전히 힘들고 어렵다.


딸들조차도 내 뜻대로 못해서 큰 딸은 영어성적 급락할 때까지 기다려줘야 했고, 뒤늦게 시작한 둘째 딸은 같은 집에 살면서도 아이의 요청에 따라 줌으로 원격수업을 해주기도 했다.


학생이든 집의 아이든 기다림은 숙명이고, 당장의 성과를 확인 못하는 게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감동이 크다. 좌절하고 상처받은 학생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응원하는 어른 존재 자체 의미가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인생에서는 엄청난 의미다. 당장 공부를 시작하지 못해도, 성적이 바로 오르지 않아도, 오직 한 아이에 대한 존중과 진심으로 아끼는 마음은 아이의 인생을 바꾼다. 한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연수 전 사전 회의에서 장학사님은 쌤들이 연수 이후에 한 번 해 봐야겠다는 흥미와 용기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그게 아이들을 대하는 우리의 마음과 전략이기도 하다. 연수 한 번으로 끝장을 보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것처럼, 아이들에게도 완성을 기대하는 부담감을 주어서는 안 된다. 빈 컵에서는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스키마이론의 출발이다. 우리의 교육은 기초학력 학생이 아니라도 이벤트적인 완성이 아니라 빈 컵의 바닥만 채워주어도 이후에 학생 스스로 나머지를 다 채울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어야 한다.


당장의 성취가 보이지 않아도 문턱 넘어서기가 중요한 것이다. 결국 기초 공사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사교육조차 당장의 성취에 자유로울 수 없어 꽃꽂이를 강요하기도 한다. 아니 우리 시대와 어른이 아이들에게 당장의 성취를 강조하면 꽃꽂이라도 할 수밖에 없다. 영어에서 주어, 동사도 못 찾는 중학생에게 영어교과서를 암기시켜 당장 성적만 잘 받게 하는 것으로 지속적인 배움을 보장할 수 없다. 그러니 뿌리내리기를 해야 한다. 그 말은 선생님들도 당장의 성취에 조급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단, 잘 되어도 아이들이 감사를 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할 수 없다. 감사와 인정의 표현은 그저 우리가 덤으로 얻는 보너스일 뿐이기 때문이다.


중학교 교사인 제자가 중 2 때 가장 속 썩였던 중학교 졸업 제자가 멀쩡하게 학교에 인사하러 온 것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위로했다. 아이가 표현하지 않아도, 심지어 너 덕분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해도, 그 아이가 멀쩡해질 수 있었던 것은 감정노동을 하며 포기하지 않고 그 자리를 지킨 너 덕분이라는 것, 그 사실이 중요한 것이라고.


그리고는 아래와 같이 인사를 드렸다.



“단언컨대 선생님들은 가장 어렵고 중요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오직 한 아이를 위한 배움 프로젝트의 최전선에서 가장 힘든 일을 하고 계십니다. 제가 자격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들은 내 인사에 박수로 반응해 주셨다.


거의 120명 정도 되시는 분들이 앉아계셨다. 여기저기에서 아이들을 위해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애쓰시는 분들을 직접 뵐 수 있어서 정말 뭉클해졌다. 앞선 긴 시간의 연수를 들으시고 지친 상황에서 마지막 내 연수를 끝까지 경청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이후 연수의 개요>


* 상담같은 멘탈 코칭부터 - 교사도 상처 받으며 함께 성장하는 숙명


* 나의 학생, 나의 선생님 - 성장 후 사랑이 아니라 사랑 후 성장


* Connection Before Correction


* 멘토의 진정한 의미 역할과 학생들과 친해질 이유 – 낭비의 재정의(잡담이 경쟁력)


* 아이들에게 전해져야 하는 희망과 확신


* 학생들에게 유쾌한 강제성, 자녀들에게 다정한 무관심


* 다윗과 골리앗의 교육적 함의 – 나만의 옷으로 진심을 다하기


* 교사의 시간 낭비 = 예술 작품 같은 수업 = 학생들의 이해


* 진짜 배움이란? 배움의 성장과 역설


* 맥락의 중요성 – 교육은 맥락이다. 다른 사람 맥락 이해하기, 교과의 맥락 이해하기


* 맥락이 중요한 뇌과학적 이유


* 수업과 학습코칭의 방향 – 드라마를 정주행해야 하는 이유


* 단어 암기 비결로 전하는 희망


* 영어의 가장 중요한 기본기 - 발음원리


* 줄탁동시의 중요성 – 배움의 타이밍, 자기주도성


* 청블리영어커리큘럼 및 영어멘토링 사례 간단 소개


* 안내자료 사이트 소개


* 교사는 결국 자신이 필요 없는 순간을 위해 애쓰는 존재... 그러나 지금은 필요한 뭔가를 해줘야 함


* 학생들과 더불어 행복하시길^^



연수들으셨던 선생님 한 분이 내 블로그 서로이웃 신청하시면서 연수 너무 감사했다고, 정말 유익했다고, 내 제자들이 너무 부러워진다는 글을 남겨주셔서 감격했다.

연수를 재미있게 하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는데 내가 준비한 것 이상으로 큰 보상이 되었다.


물론 연수 진행하면서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던 많은 선생님들의 간절함과 열정의 흔적들을 선생님들의 몰입과 경청에서 이미 다 보상으로 받기는 했다.

마치고 고1 때 담임을 했던 제자가 인사를 하러 오기도 했다. 너무 자랑스럽고 뿌듯했다.


모든 과정을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했던 담당 장학사님의 세심한 배려와 꼼꼼한 열정과 리더십 역량에도 감탄했다.


이런 모든 노력과 애씀과 진심이 모여서 “오직 한 아이”의 인생은 변화되고 있는 것이었다. 모든 분들의 수고와 노고와 진심에 감사했고, 나 스스로도 더 열심히 사랑하고 행복을 전할 더 큰 동력을 얻었다.


내게 주어진 이 과분한 축복 같은 기회와 만남, 준비과정부터 연수하는 매 순간 그저 감사하고 설레고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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