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불안함, 조급함을 넘어선 행복교육을 바라며

by 청블리쌤

교육의 전문가라고 하는 교사들조차 자기 아이들을 객관화하여 바라보기 어렵다. 어제 1정 연수할 때도 선생님들께 교사 엄마가 아이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학교에서 늘 대하는 우수한 학생들의 모델을 아이에게 강요할 수도 있고, 교육전문가인 부모의 코칭에 따르지 않거나 눈에 보이는 성과를 확인할 수 없을 때 아이에 대한 인내심을 갖기가 오히려 어렵기 때문이다.

기대를 하며 믿어주는 것은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뭐든 과도한 것은 옳지 않은 것이니...

그리고 무엇보다 개별화되지 않는 일반화의 오류는 오히려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 부모의 과한 주관성이 아이들을 객관화해서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면 아이들은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짐과 압박에 힘겨워할 수 있다.


어제 포스팅한 대로 진학사 멘토 과정으로 예비 고1 학부모 대상 온라인 강의를 했다.

지난여름 고1 대상 강의 때보다 인원을 훨씬 많았지만 관념적인 생각에 머물 뿐 강의하는 중에는 현장감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강의 후 20분간 채팅창에 쏟아지는 질문과 질문의 깊이를 보고 뜨거운 현장감과 절실함을 느꼈다.

질문의 기저에는 해결되지 못한 답답함이 있었다. 해결된 듯한 확신이 있는 분들은 아무리 현직 교사라 해도 전국적인 인지도로 검증받지 못한 교사의 말에 기댈 리는 없었을 것이다. 물론 오랜 세월 동안 고등학교 교육과 입시 전문기관으로 굳건하게 자리를 지켜 온 진학사에 대한 인지도와 신뢰도가 있었기 때문에 나를 믿는 것보다 진학사를 믿고 프로그램에 다들 참여했을 것이겠지만...

신청 마감이 지났음에도 뒤늦게 연락하신 분들이 계셔서 마감을 풀어 추가 신청을 받았다는 말씀도 담당자분께 전해 들었다.

줌으로 강의하면서 참여하시는 분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강의가 진행되면서 점점 인원이 늘었고, 적어도 중간에 나가시는 분들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 좀 더 힘을 내서 강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강의 후 남겨주신 학부모님들의 후기는 감격스러울 정도로 칭찬과 격려와 감사로 가득했다.

그중 답답함, 절실함, 방향성에 대한 고민, 조급함, 불안함의 마음이 느껴졌던 몇 부분만 발췌하면...


오랜 경험에 기반한 이야기로 공부의 기본과 속도를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너도나도 앞서가는 것만 강조하는데 차곡차곡 쌓으라는 말씀에 조바심과 불안을 내려놓는 데 도움 되었습니다.

기본기 잘 닦고, 중학교 실력의 허상에 빠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강의 내용도 좋았고 질의응답도 시원시원하게 정확히 답변해 주셔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막막했던 고교 영어공부에 많은 답을 얻었습니다. 자녀와 함께 강의를 들었는데 선생님 말씀 듣고 자신감도 많이 얻었습니다.

교육특구지역에 계신 선생님이신데도 사교육 해야 할 것 같은 부담도 안 주시고 편안하게 열심히 잘 들었습니다.

아이가 내신 영어 시험을 힘들어하고 불안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자료를 아이에게 보여 줄려구요.

시원스럽게 성심성의껏 답변 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갑갑했던 속이 뻥 뚫리는 것 같습니다. 정성 다해주신 만큼 노력해 좋은 결과 얻겠습니다.

고등학교 영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개안한 느낌이네요.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셨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얼마나 불안함과 조급함을 아이와 함께 안고 지내며 힘들어 하는지 느껴져서 가슴이 많이 아팠다. 그저 나의 강의와 답변이 미약하게나마 도움과 위로가 되었기를...

동일한 기준으로 판단하면서도 앞서가는 속도를 강조하는 지금 이 시대에 행복교육은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고, 개별화 학습은 앞서가는 것보다 더 큰 용기가 필요할 수도 있다.

결론과 도달점으로만 판단하는 현 시스템을 거부할 수 없으니... 그래서 내가 강조해 드린 건...

모의고사가 필요하다고 당장 모의고사를 풀려 하지 말고, 영작이 필요하다고 바로 영작 연습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연주와 운동경기를 하기 전 연습이 중요한 것이니, 특히 입학하기 전 지금 이 시기에 필요한 기본기에 해당하는 연습에 집중하시길 부탁드렸다.


고등학교는 무엇보다 자기주도학습에 의해 공부 내공이 결정되고, 암기보다 이해로 프레임 전환이 필요하니, 조금이라도 매일 정해진 분량을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하되, 초라한 출발점을 다그치거나 좌절하지 말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면 된다는 마음으로 조금씩 습관을 갖춰가도록 하면 된다고... 절대 남들의 속도에 신경 쓰지 말고, 남들 하는 대로 흉내 내지 말고, 아이의 출발점과 아이의 속도와 아이의 자연스러운 단계를 존중하며, 아이 본인이 일상의 사소한 성취로 조금씩 스스로 욕심내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그 외에도 실제적인 중고 영어 학습 및 시험의 차이와 구체적인 유형별 시험대비법, 겨울방학 때 필요한 다른 준비 등에 대해서도, 전체적인 학습의 방향과 마음가짐 등에 대해서도 말씀드렸다.


어떤 어머님은 내 강의를 들으시고, 어느 예비 고1 어머님이 아이가 혼자서 인강으로 영어공부를 한다는 데 도움을 주고 싶어도 아는 게 없어서 속상하시다는 글을 올리시기도 해서 내 블로그와 동영상 코스 링크를 알려드려도 되겠는지 댓글로 연락을 하시기도 했다. 자신의 아이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 분들과 나누시고 싶어 하시는 그 따뜻한 마음에 감동했고, 내 강의와 나의 교육방향에 대한 신뢰를 보내주시는 것 같아 오히려 감사했다. 난 기꺼이 그러시라고 답변드렸다.


부디 모든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이 불안함과 조급함과 답답함을 넘어서, 행복 교육의 과정에서 매 걸음 즐거운 배움과 성장의 길을 걷게 되길 간절히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어제 1정 연수 들었던 선생님께서 “모든 이야기가 감명 깊었고, 아낌없이 다 주면서도 하나라도 더 알려주려는 열심에 감사했고, 교사 생활 중 잊지 못하겠다”는 후기를 남겨주셔서ㅠㅠ 순간 난 가장 행복한 선배교사가 되어 있었다.

오늘 하루 종일 쉬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학부모님 후기와 1정 연수 댓글을 진통제와 치료약 먹듯이 몇 번을 읽었다. 효과가 있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7시간 강의를 마치고(Feat. 진학사 강의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