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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의 비결(Feat. 라이커빌리티 - 김현정)

by 청블리쌤

<라이커빌리티>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힘'이라는 부제가 붙은 김현정 작가의 책


호감과 인정을 얻는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는 능력이다. 이 또한 선천적인 능력과 후천적인 능력으로 나뉘는데, 이 책에서 저자는 전자를 lovability, 후자를 likability로 규정한다. 타고난 매력은 분명 강점이지만, 대중의 질투를 유발할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부러워할 것은 아니라는 것과, 오히려 선천적 매력이 부족한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노력하면 사람들이 더 공감하고 응원하면서 더 호감을 갖게 될 수 있다는 것을 저자는 분명하게 말한다.


40대 넘어서 대구여고에 근무할 때 20대 총각 선생님 한 분이 신기한 듯 내게 인기의 비결을 물었었다.

객관적으로 볼 때 자신이 나보다 훨씬 젊고, 더 잘생기고, 키도 크고 더 매력적이라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의도도 담겨 있었던 것 같다.


그때는 대답을 못하고 웃어넘겼는데 지금이라면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제가 타고난 매력이 없어서요."


난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원하지 않는데도 강제로 기타치면서 노래를 들려준다. 아이들은 놀란다. 저런 실력으로 굳이 공개적으로 기타를 치고 노래를 한다고? 그런데 노래를 하고 나면 오히려 학생들과 더 가까워지고 친해지는 걸 확연하게 느낀다. 오히려 노래를 완벽하게 해서 학생들을 감탄하게 했다면 거리가 더 멀어졌을지도 모른다. 내 노래를 듣고 탄식하면서 그런 인간적인 모습에 더 반응을 하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내 용기에 감탄했을 수도 있고, 인간적인 모습에 위로를 받고 더 공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학생들은 내 딸들의 영어성적이 잘 안 나온다는 이야기에 더 큰 위로를 받았다. 딸이 평소에 늘 잘해왔고, 그래서 좋은 대학을 갔다는 이야기로 일관되었다면 호감보다는 거부감이나 질투가 더 들 수도 있었겠지만, 평소 잘 못했던 이야기를 부끄러움 없이 다 공개하고, 그 과정에서 오히려 약자를 응원하는 마음이 더 들 수도 있어서, 결과적으로 드라마틱하게 어쩌다 보니 대학을 잘 간 이야기에 대해서 환호하며 자신들도 할 수 있다는 위로를 얻는 것 같았다.


그렇게 난 학생들에게 있는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공감을 끌어냈다. 나 역시 그들을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하며 더 큰 희망을 품고 기다려주고 지켜봐 주면서 진심을 다해 아이들을 만났다. 전교생 이름을 다 외워서 이름을 불러주는 것이 인격적인 만남의 시작점이었다.


그리고 평소 수업과 학습코칭과 상담 등의 환경에서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짝사랑 같은 사랑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시간낭비 같은 노력으로 예술작품 같은 수업과 컨텐츠를 준비했다.

영어수업에 사랑과 인생 이야기 등의 명문장을 예문으로 녹여내어 삶을 함께 가르치려 애썼고, 한 번씩 영어가 아니라도 진심을 담은 애정 어린 잔소리를 아이들이 좋아해 주었다.

교육특구 대구여고의 학생들이 내 수업을 특히 많이 좋아해 줬다.


학생들이 간절함으로 내민 손을 절대 놓지 않고, 결국 더 이상 내가 필요 없는 순간을 위해 수업하고, 영어멘토링학습코칭을 하는 것이 내 교육 목표였다.

매년 영어멘토링 학습코칭으로 100명 이상을 교실 밖 학습 프로그램으로 만났고, 점심시간 인문학 독해 특강도 희망자를 받아 무료로 수업을 진행했다. 반 학생뿐 아니라 누구라도 상담 요청을 거부한 적 없이 진심으로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평소 이름을 외우며 했던 인격적인 관찰이 개별화된 상담을 늘 가능하게 했다. 모두에게 나의 교육과정과 활동을 강요하지는 않았지만, 원하는 학생이 있다면 단 한 명도 소외되지 않도록 했다.


방학 특보수업 신청자가 60명이 넘었을 때 성적으로 인원 조정하지 않고 시청각실에서 그대로 진행하기도 했다.

언젠가 40명쯤 되는 학생들이 신청했을 때는 오후 교외체험활동 갔다가 다시 학교에 돌아와서 수업할 학생들만 신청을 받겠다는 말도 안 되는 미션에도 한 명도 빠짐없이 돌아와서 두 시간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의 열정도 대단했다. 그런 그 아이들이 중간고사 마친 다음날 밤에도 모두가 몰입하며 수업듣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도, 그 모습을 학년부장님이 보시고 감탄하셨다. 물론 그건 나의 열심보다 아이들의 열심에 대한 감탄이었을 것이다. 난 마중물처럼 조연으로 그들의 열심을 만나 준 것뿐이었다.


‘청블리’라는 별명을 객관적인 이미지로 상상했던 사람들은 내 비주얼을 보고 의아해 한다. 반 학생조차도 엄마가 내 별명을 듣고 선생님이 러블리하시냐는 물음에 “그렇지는 않고”라고 대답했을 정도다. 그러나 전혀 속상하지 않다. 난 내 비주얼로 승부를 걸 수 없다는 걸 이미 어린 나이부터 받아들였으니까... 내 키를 조금이라도 더 키우려는 부질없는 상상 대신, 난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했다. 부족함을 받아들이니 오히려 더 성장하게 된 역설이다.


교육특구 대구여고에서 시작된 ‘청블리’라는 별명은 내가 분홍색 옷을 입고 갔을 때 비꼬는 식으로 시작되었지만, 이후의 아이들은 나의 수업과 학습코칭 등의 교육활동에 담긴 내 진심과 노력과 조건 없는 사랑을 보고는 자발적으로 “청블리”를 외쳐주었다.


여기까지가 대구여고에서 나의 인기의 비결이고, 그 장황한 설명이다. 타고난 매력을 발산하는 일이었다면,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질투 어린 시선을 감당해야 했겠지만, 타고난 매력 없이 그저 진심을 다하는 노력에 그저 호감을 가져주는 것 같았다.


물론 여전히 나의 노력은 부족하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많은 노력이 더 필요함을 느끼지만...

완벽함에 대한 만족감이 아니라 여전히 부족하지만 그래서 멈추지 않을 거라는 사실에, 그렇게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


어쨌거나 내 삶으로도 이미 체험하고 있는바여서 이 책의 내용이 너무 공감되었다. 우리가 알 만한 친숙한 사람들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너무도 재미있게 풀어 설명하고 있어서 누구에게나 큰 위로가 될 만한 책일 것 같다.


인격을 관통하는 진리, 삶을 통과하는 교육... 내가 추구하는 교육의 방향이기도 한데...

그 인격이란 훌륭함만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완벽한 것 같은 모습은 거부감을 갖게 할 수 있다. 연약하고 부족한 모습이 있다면 아이들은 그 자체로 이미 위로를 받는다. 그리고 그 부족함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개선의 의지와 노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니 학생들이 함께 공감하며 용기를 내면서 같이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책 내용 중 몇 부분만 발췌하여 소개한다.




사랑을 받는 것은 쉽지 않다. 보통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만함을 의미하는 러버빌리티는 타고난다. 아름다운 외모나 카리스마 같은 것이다. 카리스마 역시 ‘신이 주신 은총’이라는 뜻의 희랍어다. 하지만 라이커빌리티는 내가 만들어간다. 타고나는 것을 잘 다듬어서 라이커빌리티를 만들 수 있으며 이것은 노력의 산물이다.

사랑은 감정이고, 결혼 생활은 일(노동)이다. 러버빌리티는 타고나는 것이고, 라이커빌리티는 노력의 산물이다. 러버빌리티를 타고났더라도 그것을 이 라이커빌리티로 바꾸지 않으면 위험하다. 타고난 러버빌리티가 없어도 라이커빌리티는 만들 수 있다. 축구스타인 박지성 선수는 잘 생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노력과 성취로 그는 웬만한 미남보다 괜찮아 보이는 훈남형이 되었다. 그렇게 될 수 있다.



- 오히려 타고난 매력이 없는 사람들이 라이커빌리티 면에서 더 유리할 수도 있다. 그래서 감사하게도 난 늘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사람들은 우선 ‘좋아하느냐, 안 좋아하느냐’를 정해놓고 그 프레임에서 이유를 찾는다. 그래서 부족함이 오히려 매력처럼 느껴진다.



- 완벽함이 있어야만 호감을 얻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자신의 부족한 모습도 솔직하게 드러낼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변화를 일으킨다는 것은 사람들이 리더의 영향을 받아서 변화할 마음이 있을 때, 그리고 변화할 때를 말한다.

사실 사람들은 구체적인 사실에 별 관심이 없다. 그리고 금방 잊는다. 그들에게 남는 것은 어떤 대상이나 사람에 대한 감정이다. 그 감정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 의해 결정이 되기도 하고,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작은 느낌들이 쌓여서 굳어지기도 한다.

“사람들은 옳은 말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따릅니다. 옳은 말을 많이 하는 리더보다 내가 좋아하는 상사의 말을 따르게 되어 있어요.”



- 가시적인 성과나 리더의 객관적인 능력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영향력이 중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누군가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그 사람을 좋아한다기보다, 좋아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말과 행동에 자발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팬덤 현상도 그렇게 이해할 수 있다.




완벽해 보이는 면이 처음부터 드러나면 드러날수록 그 인기는 갑자기 뚝 떨어지는 포물선을 그린다. 하지만 살면서 서서히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들을 늘려나갈 때 인기는 오래간다. 여러 가지 사안에서 올바른 판단과 좋은 행동으로 호감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라이커빌리티를 높이는 것이다.

사실은 생각보다 사람들은 ‘완벽한 사람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누차 말하고 있다. 완벽한 척을 해서 사람들에게 받는 미움이 더 클 수도 있다. 오히려 가감 없이 자신을 드러낼 때, 그리고 라이커블해지기 위해서 노력할 때 사람들은 더욱 큰 긍정적인 감정을 나에게 가지게 될 수도 있다.


- 그러니 처음부터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거다. 특히 자신의 준비도나 능력을 넘어서 과도하게 애쓸 필요는 더 없는 거다.





다음은 라이커빌리티를 높이는 비결 중 몇 가지

사람들은 약간 만만한 사람을 좋아한다. 최소한 내가 부족한 인간이라는 것이 읽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천재로 타고나 쉽게 성취한 것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로 무언가를 얻은 것이 보일 때다.

강수진 발레리나와 축구선수 박지성 씨의 발. 김연아 씨의 무대를 어찌 질투하겠는가?“

비인간적이기까지 한 자기 관리와 노력이 보여지면 된다. 보는 사람에게 “누리고 있는 것이 부럽긴 하지만, 그렇다고 저렇게까지 힘들게 살고 싶지는 않아”라는 마음이 들면 된다.


누리는 모든 것이 내 노력의 결과라 하더라도 좋아해주는 데는 값을 치러야 한다. 라이커블해지고 싶다면 대상을 가리지 않고, 과도하게 베풀어야 한다. 유재석 씨가 정상을 이렇게 오랫동안 유지하는 비결이다. 그는 무명 시절의 이야기나 자신의 신체적 한계를 가감 없이 개그의 소재로 삼는다. 굉장히 겸손한 태도도 그렇다. 그는 무명의 후배들에게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기회를 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사람들은 잘못과 부족함이 없는 것보다 그것을 인정하는 모습을 좋아한다. 그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내 부족한 면이 보일 때 사람들은 나에게 와서 도움을 구한다. 내가 그에게 안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자신의 부족한 점을 드러내도 부끄럽거나 평가나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내가 좋아해야 상대도 좋아한다. 라이커빌리티라는 단어는 좋아하는 능력과 좋아함을 받는 능력 모두를 의미한다. 반대의 의미인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는 같은 의미다. 상호 호혜의 원칙이다. 다른 사람을 좋아할 줄 아는 사람을 사람들은 좋아한다.


이청득심(以聽得心), 잘 들어주면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중요한 협상 장면에서는 기선을 제압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사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제압당한 사람은 굴복은 하지만 협조는 하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마음을 상하게 한 값을 치른다.




심리 전문가가 이야기한다. “너무 완벽한 부모가 되려고 하지 마세요. 공부하라고 애 잡고, 완벽한 상을 만들어놓고 거기에 맞춰서 키우다가 관계 틀어지고 아이는 훌륭한 아이인데도 패배감과 열등감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냥 삼시 세끼 굶기지 않고, 때리지 않고, 사랑만은 아끼지 않고, 부모로서 주어진 도리만 하는 그냥 괜찮은 보호자가 되면 됩니다.”


- 너무 애쓰면 오히려 더 망치는 경우가 더 많다는 건 참으로 역설적인 상황이다. 교육현장은 그런 역설의 집합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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