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고민하시는 학부모님들께
어떤 분이 블로그에 역대급으로 긴 댓글을 달아주셔서 깜짝 놀랐다. 학부모상담 내용이었다. 긴 글 이상으로 학부모님의 깊은 고민과 고뇌가 느껴졌다.
사교육 없이 아이를 교육하는 행복교육이 모험이 되어버린 현시대에서 살짝만 주위를 둘러보아도 마음의 평점심을 유지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모두가 몰려 뛰어나가는 상황에서 과연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학원이라고는 베이스기타학원만 갔던 큰 딸은 고1 초반에 수학 인강을 조금 듣고 난 이후로는 심지어 그 흔한 인강도 듣지 않았다. 혼자서 알아가는 즐거움을 인강을 들으면서 스포 당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효율성과 속도보다 느림의 미학으로 원리를 추구하는 즐거운 공부를 한 셈이다.
큰 딸은 중학교 1학년 때 원하면 교육특구 고등학교 전교 1등을 만들어주겠다는 나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그런 결론을 정한 교육에서 행복할 수 없을 거라는 걸 본인도 알고 있었던 거다.
딸의 그런 생각은 "행복할 만큼만"이라는 고3 생활 좌우명으로 이어졌고, 그건 나의 평소 행복교육 철학과도 일치했다.
딸은 공부 자체에서도 즐거움은 느꼈고, 연애와 대구 예담고등학교 위탁교육에서 베이스기타를 치며 더 즐거워했다. 연애와 음악보다 공부가 더 재미있었다는 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고도 성균관대 공대를 논술로 합격했다. 심지어 논술학원은커녕 논술대비조차 하지 않았다.
사교육에 빅 펀치를 날렸다고 축하를 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그건 일반화할 수는 특별한 케이스라는 의견을 주신 분들도 많았다.
옳은 이야기다. 모든 이들에게 학원을 그만두고 딸처럼 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주장하지는 못하겠다.
내가 교사, 학부모 강연에서도 주장하는 건 당장 학원을 때려치우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주도성을 회복하라는 것이었다.
딸은 아예 학원을 안 갔기 때문에 일관되게 자기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혼자 할 수 있는 기본기와 학습 습관을 회복하지 않고 그렇게 자기주도성을 갖추지 않고는 학원을 그만두어도 바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학생들을 바라보며 중독된 금단현상 같은 느낌도 자주 받았다. 그리고 당장 실적을 내야 하는 내신성적과 모의고사 성적 때문에라도 불안함과 조급함에서 자유로울 학생과 학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일단 딸의 사례가 일반화될 수 없는 이유 중 몇 가지는...
딸은 수학적인 사고가 개념이해력이 좀 뛰어나긴 했다. 그래서 학원을 안 간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학원을 안 갔다는 말이 더 정확하다.
물론 딸의 목표가 의대였다면 수학선행을 안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딸은 현행 진도만 따라갈 정도였고, 고등학교 때는 학기 시작하기 전, 수학 내용을 예습하는 정도였다. 교육과정 개정 전 2학년 2학기 미적2와 기하벡터 시작하기 전 여름방학에는 그나마도 예습조차 하지 못해 한동안 애를 먹었다.
또 딸이 수시로 명문대를 가려고 했다면, 교육특구 고등학교를 다녔으니 특히 수학선행을 안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고1 때는 중3 과정이 어느 정도 되풀이되니 중3 때 이해중심으로 수학공부를 해온 전력으로 내신 1등급을 받았지만.. 그 이후 연애와 예담학교 위탁교육을 받았다는 걸 고려하더라도 특히 교육특구에서 내신 1,2등급은 무리였을 것이다. 수능도 그렇지만 고등학교 내신수학시험은 속도 기반이기 때문에 평소 공부방식과 어울리지도 않았다.
딸의 수학풀이법이 기발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수업시간에 세특을 위한 수학풀이 발표를 자주 하는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감탄할 때가 많았고, 아이들이 딸에게 신박한 풀이를 보여달라고 개인적으로 요청하기도 했다. 딸이 천재라서가 아니라, 풀이가 정말 신박해서가 아니라, 학원을 단 한 번도 간 적이 없고 인강의 커리를 탄 적도 없었기 때문에, 거의 표준화된 주변 친구들의 풀이와는 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렸을 때부터 각자의 성장과정이 다를 수도 있다. 이는 학습능력 중 심층구조를 구성한다. 큰 딸은 집에 TV 없앤 집에서 강제로라도 엄청난 양의 책에 노출이 되었었다. 대구중앙도서관에서 내 기준으로 아이들이 볼만한 책이라면 몽땅 다 빌려다 주었을 정도였다. 중학교 입학 후에는 자발성 없이는 한계가 있어서 지속적인 독서가 잘 안되어서 당장 고등학교 국어의 어려움을 겪긴 했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한 비문학 독서 읽기로 고3, 6월부터 수능까지 넉넉한 1등급 수준의 문해력을 회복하긴 했다. 학생들에게 매일 읽기를 강조하지만, 학생들마다 그 효과가 드러나는 시기가 다 다른 건, 이전부터 축적된 심층구조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면 도달하게 되어 있기는 하다.
딸의 기질도 정시에 특화되어 있었다. 여유 있게 자기만의 속도로 가는 학생들은 고등학교 내신과 생기부 활동 등에서 강점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런 딸도 중3이 되니 주변의 모든 학생들이 영어, 수학선행하는 모습을 보고 불안함을 내게 털어놓으면서 특성화고 진학을 고민하기도 했다. 그런 딸에게 내가 확신을 심어주고 꾸준히 상담하면서 방향을 잡아준 것이 사교육 없이 그 길을 갈 수 있는 힘이 되었을 것이다.
일반화시킬 수는 없지만 본질과 방향은 똑같다는 확신으로 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늘 그런 방향을 강조하고 실제로 그런 학습코칭을 멈추지 않는다. 나를 필요로 하는 학생들과의 절실한 만남에서 그 성과를 계속 증거처럼 확인하는 중이다. 물론 모든 학생이 나의 코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마음이 가난한 학생들 중 절실한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나를 못 믿어서이겠지만 이미 사교육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댓글을 남겨주신 어머님께서는 사교육 없는 중, 고등학교 학습법에 대해서 자세히 블로그 포스팅해 줄 것을 부탁하셨다. 그래서 그동안 포스팅했던 글 중에 해당될만한 포스팅을 하나로 모아보려 한다.
둘째 딸도 학원을 다닌 적은 없지만 언니와는 다르게 인강의 의존도가 좀 높기는 해서 사교육 없는 학습방향이라고 규정하기는 애매하지만... 학원, 인강을 하냐 안 하냐의 문제라기보다는, 자기주도성을 가지고 있느냐의 관점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무조건 사교육커리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학습하다가 필요한 요소를 인강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면 바람직한 행복교육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얼마 전 올해 졸업한 학반 학부모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의 욕심과는 달리 이 학생은 내 영어멘토링학습코칭에 참여하지 않았고, 뒤늦게 어머니의 강권으로 멘토링 연계 수업 신청을 해서 막판에 합류했다. 이미 영어멘토링 단어시험 및 온라인 학습이 몇 개월간 지속되었고, 연계 수업도 몇 달 동안 단계별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학원에 상처를 받고 학원을 떠나와서 내 공교육 프로그램에 합류한 것이 큰 위로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내 영어멘토링 학습코칭 과정은 실력을 늘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긴 하지만, 실은 그보다 더 중요한 본질은 습관형성과 각자의 출발점 인정이다. 학원에서도 레벨테스트를 하지만 학생의 수준과 속도에 맞춰주지는 못한다. 보통은 숙제 양도 어마어마해서 서바이벌게임을 진행하는 느낌까지 든다.
어머님은 전화에서 수준에 맞는 학원을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하셨다. 실제로 맞는 말씀이고, 그럼에도 보통은 언젠가는 실력이 올라갈 거라고 믿고 힘겨워하는 아이를 그냥 학원으로 돌려보내는 경우도 많다.
학생에게도 이미 지급한 청블리영어코스북으로 처음부터 꾸준히 하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말씀을 차마 드리지 못했다. 그 습관은 중3 때 영어멘토링 과정에 참여해서 나와 함께 했어야 했는데, 습관형성이 안 된 상태에서, 혼자서 진행할 수 있다고 확언을 할 수는 없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학원을 가기도 한다. 수준에 좀 맞지 않아도 혼자서 할 자신이 없으니까.. 무엇보다 학원만 다니면서 혼자서 해 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서 학원 다니는 것은 학습 중에 "학"에만 해당됨에도 "습"까지 커버하는 학습이라고 착각하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좋아질 거라 생각하고 그곳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오해가 없도록 학생과 학부모님께 늘 강조한다. 학원이나 인강을 그만두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출발점부터 수준과 속도에 맞게, 결론을 스포 당하면서 강제로 양치기 학습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 중에 즐거워하며 알아가는 배움의 기쁨을 회복하는 자기주도성을 가지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완성된 학습 위에 더 깊은 수준의 것을 도전하는 과정으로 활용하면 된다고... 학습의 주인공은 사교육이 아니라 학생 본인이어야 하니까...
아래 그동안 써왔던 포스팅을 모아보았다. 행복교육 발걸음 중 한 걸음이 되기를 기대하며...
https://blog.naver.com/chungvelysam/223019664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