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떠난 자리에 추억여행
강동고 비포스쿨 강의를 마치고
어제 직전 학교인 강동고등학교 신입생 비포스쿨 영어학습법 강의를 다녀왔다.
떠난 지 2년 된 기억 속의 출근을 재현하는 길을 떠났다. 4년간 1년에 300번 정도 총 1200번 정도를 오가던 길이었고,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아 생생한 기억일 줄 알았는데, 점점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억지로 끌어내야 했다.
영원히 반복될 것 같은 일상이었는데, 끝나고 나니 단 한 번이 너무 크고 특별한 의미가 되어 지하철을 내리자마자 울컥했다. 학교에 가는 길에 자주 가던 카페에 들러 안부 인사를 전하며 커피 맛을 잊을 수 없었다며 커피를 한 모금에 딸려 들어온 추억의 잔재들에 또 한 번 울컥했다.
교감쌤으로 모셨던 교장쌤께 인사를 드렸다. 그때처럼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추억의 잔재를 찾아 학교 전체를 돌아보았다. 교실마다 전자칠판이 들어오고 폐쇄된 공간의 자습실을 스터디카페로 새롭게 단장한 낯설음 사이로 익숙한 느낌이 사소한듯 간신히 비집고들어왔다.
그때도 청춘은 아니었지만, 지금보다는 젊었으니...
4년간 젊음을 바쳤고, 사계절을 네 번 겪어내었다.
그 젊음의 시간은 재생되는 것이 아니고 그 기간만큼 나이가 들었으니, 나의 젊음을 그곳에 온통 다 두고 온 느낌이었다.
2년 전 2학년에 진급하는 아이들을 두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겼고, 아이들이 사무치게 그리워 개교기념일에 불쑥 찾아가려는 생각은 코로나 시국에 민폐일 것만 같아 힘겹게 억눌렀었다.
보다 더 젊었던 시절에 직전 학교에 불쑥 찾아갔을 때 아이들이 날 보려 몰려들고, 또 놀라면서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 든다는 말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현실 속의 인물이 아닌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멀어진 존재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먼발치에서라도 아이들을 바라보며 기억으로 화석화되는 걸 조금이라도 늦추고 싶었지만...
어쨌거나 소원하던 그 학교를 찾았는데 아이들이 졸업한 후의 텅 빈 듯한 공간이 텅 빈 기억의 허전함을 암시하는 것만 같아 서글펐다.
추억여행은 기억의 단편, 그 파편을 이어붙이는 작업일 듯했다. 연결고리가 사라져가는 그 폐허 같은 흔적에서... 말 그대로 remains 유적, 폐허... 세월이 흐르고 망가지고 파괴되는데도 그대로 남아 있는 그 잔재가 느껴지는 듯했다.
추억은 그 잔재와 폐허의 미화물이자 기억의 왜곡일지도 모른다. 지나고 나면 웬만하면 다 좋은 느낌이 드니...
기억 속의 익숙한 아이들이 떠난 자리에 새로운 아이들이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때 그 아이들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착하고 순수하며 절실해 보이는 아이들의 만남에 진심과 최선을 다했다.
아이들은 하루 종일 강의를 들으며 지쳐있었음에도, 애정 어린 강의를 느꼈던 것인지, 낯선 나에게 수줍은 박수를 쳐주었다. 찡했다.
그들도 나처럼 행복을 꿈꾸는 순간이었기를, 계속 함께 할 수 없는 아이들이지만 그들의 행복 걸음과 꿈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응원하는 나의 마음이 부디 가닿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