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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Mar 23. 2023

꽉 채우지 않은 완성(Feat. 유키즈 ep.186)

유키즈 186회(2023.3.23)에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출연했다.

인터뷰 내용 중 그의 연주가 주는 전율만큼이나 내 마음을 쾅쾅 울렸던 인터뷰내용이 있었다.


연주를 많이 한다고 긴장이 덜 되고 그런 게 아닌 것 같아요

여전히 연주를 앞두고 긴장되지만,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그 긴장감에 적응 된 것


연주를 앞두고 긴장감이 전혀 없다면 잘 하고 싶은 열망도 부재해서일 것이다. 긴장감은 무대에 서기위해 치러야할 비용이고 꾸준한 연습은 긴장감 속에서도 실수하지 않게 해주는 이유가 된다.



(쇼팽 콩쿨) 대회 내내 미스터치가 한 번도 없었다고요?

 

있었던 것 같아요. 미스터치는 거의 매번 나오죠.

음이 너무 많으니까. 그래도 그게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먼저 들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음들이 모여서 음악이 되긴 하지만 음 하나하나보다는 좀 더 큰 그림을 항상 보려고 노력을 해요.

클라이맥스가 어디인지, 큰 그림이 보이게...

거의 모든 음악엔 클라이맥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부분이 계속 아름다우면, 계속 모든 부분을 아름답게만 표현하면

나중에 다 들었을 때 이 중요한 순간이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할 것 같은 거예요.

아름다운 부분, 내가 특별하게 살리고 싶은 부분을 ‘아낀다’고 해야 되나요?

그게 클래식 음악의 매력인 것 같아요.


모든 노래도, 우리의 삶도 그렇다. 여백의 미가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악곡은 음표 사이의 여백으로 표현된다. 우리의 욕심과 의욕으로 모든 순간을 다 아름답게 소유할 수도 없다. 우리 삶에 굴곡이 필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행복한 순간들만 계속된다면 늘 그 이상의 행복을 갈구하며 불평불만 가득한 상태로 인생은 피폐해질 것이다. 결핍을 통과하고 간절함이 살아나야 평범해보이던 일상 같은 사소한 순간들에도 전율하고 감격할 수 있다. 여백의 미는 특별한 것을 강조하며 소유하도록 도와주는 것뿐 아니라 그렇게 매순간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을 제시한다.


매순간이 다 완벽할 수도 없다. 완벽에 대한 집착은 완성을 망칠 뿐이다.

세계가 인정하는 피아노의 마스터가 미스터치를 인정하고 전체 연주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인터뷰 자체가 내겐 큰 위로가 되었다.

분명 완벽한 적도 없었으면서 그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해 평생 힘들었던 나는 이제야 여유를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영어멘토링 하면서 제발 단어 시험 100점 맞을 때까지 완벽하게 학습하려 하지 말고, 70점만 맞아도 쭉쭉 넘어가라고... 그 대신 다시 한 바퀴 돌면서 다시 기회를 보라고.. 다시 볼 때에도 완벽을 추구하면서 비장하게 멈칫거리지 말라고...


꽉 채우지 않아야 오히려 완성으로 나아갈 수 있다.


여백에 대한 예전 포스팅

https://blog.naver.com/chungvelysam/2226749046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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