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어메이징 메리>를 보고 쓰는 후회(고1)

by 청블리쌤

어메이징 메리라는 영화의 원제는 Gifted(2017)입니다. 영재를 가리키는 말이지요. 영재는 재능을 타고난 것이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대학생 이상의 수학을 풀어내는 영재성을 타고난 초등학교 1학년 소녀는 행복할 수 있을까요?

모두가 사교육에 매달리며 능력 이상으로 발휘하면서 남들보다 앞서가기를 바라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는 분명 축복으로 여겨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억지로 사교육을 시키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아깝지 않은 것이 통념입니다. 남들은 애써도 안 되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면 마땅히 발휘되어야 생각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요. 그런데 그것이 아이의 행복과는 반대 방향이라면요?


고등학교 1학년인 제 딸은 입학하자마자 첫 중간고사에서 최고의 석차를 기록했습니다. 중학교 때의 성적으로 보면 말되 안 되는 석차여서 주변의 모두가 기적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평균회귀의 법칙이라고 아시나요? 좋은 것이든 안 좋은 것이든 결국 평균을 향해 달리게 된다는 법칙입니다. 그 이후 제 딸의 행보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저와 집사람은 처음의 성과에 감격하고 감사하고 우쭐하기까지 했는데 딸의 능력을 당연시하게 되고 나니 성적 떨어지는 것과 집에서 공부 안 하는 딸의 모습을 감당할 수가 없게 되어 ‘마음먹고 하면 잘 할 텐데 왜 저러고 있는지...’하며 잔소리는 늘고 답답함과 짜증이 늘었습니다.

그러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능력치를 반드시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또 그건 부모가 아닌 아이 자신이 선택할 몫입니다.


이 영화에서 영재성을 발견한 초등학교 교장이 메리를 영재학교에 보낼 것을 권합니다. 장학금까지 약속하면서 말이지요.


그런데 메리를 키우고 있는 삼촌은 이렇게 단호하게 말합니다.

Frank Adler: Just dumb her down into a decent human being.

인성을 갖춘 사람이 되도록 덜 똑똑하게 해주세요.

dumb down은 원래 상태보다 단순화하거나 질을 떨어뜨린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까 그녀의 영재성을 자꾸 키우지 말고 오히려 평범하게 내버려 두고 더불어 사는 인성을 지닌 사람이 되도록 해달라는 것이지요.

decent라고 하면 화려하지는 않더라도 모자라거나 부족함이 없는 정도를 표현합니다. 그리고 사회에 용납이 될 만한 도적적인 기준을 따르는 상태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여기서는 학업성취보다 인성에 대한 초점을 더 두는 겁니다. 더불어 사는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도록 해달라는 것인데 그 이유는 많이 가진 것, 남들보다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일 등은 책임과 대가가 따를 뿐 아니라 그걸 얻어내기 위해 희생할 것도 많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희생해야 할 것이 우리가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이고 아이의 진정한 행복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해집니다.


지금 제가 딸들을 향해 후회하는 것은 하고 싶어 하는 걸 무조건 못하게 제한하고 억누른 것이 많았다는 겁니다. 부모가 생각하는 가치와 세상의 가치에 맞춰 그 이상이 되기 위해 현재 아이들이 누릴 행복을 담보로 사교육만 시키지 않았을 뿐 억지로 끌고 왔었거든요.

특히 우리나라 부모님들 모두가 지고 있는 짐입니다. 충분히 어린 나이부터 아이들을 사교육의 테두리 안에 가둬놓고 있으니까요.


어린 나이인 메리가 자신을 키워준 삼촌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Mary Adler: He's a good person. He wanted me before I was smart.

삼촌은 좋은 사람이에요. 그는 내가 똑똑하기 전부터 저를 원했어요.


똑똑해서 재능이 있어서 뭔가 우월한 점이 있어서 등의 이유로 사랑한다면 슬픈 현실입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고 마음을 움직이는 사랑입니다. 어린아이도 그걸 압니다. 그 아이는 인정받기 위해 부모의 기대에 충족시키기 위해 억지로 노력하고 애쓰지 않아도 충분히 안정감을 느낍니다. 저는 학교에서 부모의 기대와 학생의 성장단계의 불일치로 너무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욕심은 부모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내는 것입니다.


제 딸도 그랬습니다. 제 뜻에 따라 1등을 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며 욕심을 냈고 지금은 그런 욕심을 안 낼 뿐입니다. 물론 평균은 하고 있습니다. 학교 꼬박꼬박 잘 다니고 있고 자습시간에 놀다가 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듣지만 11시까지 정해진 시간에 학교에서 공부도 하고 옵니다. 수업도 잘 따라가고 있습니다. 더 잘했으면 하는 욕심? 그건 제 영역이 아닌 거였습니다.


제 딸이 그저 즐겁고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능력을 얼마나 아낌없이 발휘하고 아쉬움을 남기지 않느냐는 부모의 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행복한 걸음을 내딛게 그저 사랑으로 기다리고 지켜보길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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