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의심과 질문, 인문학과 철학의 시작(고1)

by 청블리쌤


사실 인류 역사는 ‘버릇없는’ 요즘 애들이 ‘버릇 있는’ 어른으로 변해가는 과정입니다.
버릇은 단독자로서의 ‘나’들이 집단으로서의 ‘우리’가 되도록 만들어진 장치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버릇이 없다는 말은 어른들끼리 만들어 놓은 틀 안에 그 아이들이 아직 들어가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이렇게 본다면 아이들한테 버릇이 없는 것은 아이들 잘못이 아니에요. 이건 아이들의 직업이에요.

어른들은 어른의 단계가 인간으로서의 이상적인 단계 내지는 바람직한 단계라고 착각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해요. 어린이들이 아직 어른이 아닌 단계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어린이를 미성숙한 상태로 본다는 것은 어른의 단계를 성숙한 단계로 전제하고, 그 시각으로 어린이들을 보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러면 어린이는 어린이로서의 삶, 어린이로서의 세계를 한 번도 살 수가 없습니다. 항상 아직 미성숙한 어른으로서만 대접받는 것이지요. 어린이를 어린이의 세계로 돌려주어야 합니다.

인문학을 한다는 것은 사실 버릇없어지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익숙한 것, 당연한 것, 정해진 것들에 한번 고개를 쳐들어 보는 일이에요. 왜? 익숙하게 하는 것, 편안하게 하는 것들은 자기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그럼 무엇이냐? 관습이거나 이념이거나 가치관이거나, 뭐, 그런 것들이죠. - 인간이 그리는 무늬(최진석)


저는 어른이 되고 나서 평생 그 버릇없는 아이들을 상대하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교사의 숙명이지요. 그리고 집에서는 딸들이 사춘기를 지나면서 늘 버릇없음을 바라보아야 하구요.

큰 딸은 고1인데 얼마 전 아빠로서, 그리고 20년 고등학교 영어교사로서의 체험을 바탕으로 던진 조언을 따르기를 거부하며 자신이 직접 부딪혀봐야 그래서 그게 실패이고 실수라는 걸 직접 체험해야 배울 수 있지 않겠냐고..
그전에는 중1 딸에게 공부를 성실히 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현실적인 상황까지 곁들여 이야기를 하니 자신은 어차피 공부를 해도 다 취업이 되지 않을 거면 자신이 좋아하는 메이크업을 하면서 취업이 안되겠다고...그러면서 자신의 얼굴에 열심히 메이크업 실습을 하고 있구요.

부모와 자식은 늘 그 갈등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부모도 자식이었을 때 그런 답답함을 느꼈음에도 자식을 키우면서 답답하고 힘든 부모의 역할을 되풀이합니다.

4차 산업의 키워드는 경쟁적으로 쌓는 지식의 양이 아니라 connection(결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것도 남들이 생각하지 못했던 낯선 것과의 결합일수록 좋은 것이지요. 헬리콥터 장난감의 결함을 발견하고 날개의 불안정성을 해결하려는 생각으로 네 개의 날개를 달아보자는 낯선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드론을 개발한 한 중국 청년은 그 특허로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중국의 명문대를 나와서 대기업 취업이 당연시되던 때에 드론이라는 아이디어로 창업한다고 하였을 때 모두가 말렸다고 합니다. 말리는 사람들의 입장은 이제까지의 3차 산업의 입장이었던 것이고 그 청년은 4차 산업이라고 일컫을만한 결합으로 모험을 해서 대성공을 거둔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유머는 예상을 뒤엎는 낯선 것들의 결합으로 인한 웃음 요소입니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창의력으로 비롯된 것이지요.
시인은 보통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낯선 것과 연결하여 새로운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재미있는 수업도 평범하지 않은 결합 요인이 있어야 발생합니다.

결국 낯선 결합은 틀을 벗어나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게 위의 책에서 언급하는 버릇없음입니다. 그래서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도전이 없다면 출발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저 지식을 받고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의심하고 남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인문학의 출발인 것이지요.

그래서 교육에서도 그런 바람이 불기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아무리 고급스러운 지식이라도 AI(인공지능)보다 앞설 수 없습니다. 검색하면 다 나오는 지식을 머릿속에 넣는 것보다 정보에 어떻게 접근하고 그 기존의 정보를 어떤 식으로 결합할 것인가 하는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상하 수직적인 지식의 전달과 그 축적으로 이룰 수 없는 철학의 깊이입니다.
위의 저자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이라는 저서에서 철학에 대한 진정한 정의를 이야기합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성공한 모델이 되었던 것은 지배계층이 따로 있지 않고 평민들끼리 만든 평등한 관계에서 나라가 시작되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동등한 그 시선의 높이에서 진정한 철학의 시선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저자는 진정한 철학에 대해 아래와 같이 이야기합니다.

철학은 앞선 철학자들이 남긴 내용, 즉 사유의 결과들을 숙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숙지한 그 내용들을 퍼뜨리고, 또 그들이 남긴 철학적인 내용 그대로 따라 살아보는 것도 아닙니다. 문제는 그들이 사용했던 시선의 높이에 동참하는 능력을 배양해서 독립적으로 사유하고 행위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철학이란 철학자들이 남긴 내용을 숙지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자기 삶의 격을 철학적인 시선의 높이에서 결정하고 행위하는 것, 그 실천적 영역을 의미합니다. 문제를 철학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철학이지, 철학적으로 해결된 문제의 결과들을 답습하는 것이 철학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 탁월한 사유의 시선(최진석)


교사나 부모로서 늘 어린 세대를 대하는 1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완성된 지식을 전달하려는 사명감을 갖기보다 어설프고 답답해 보여도 학생 스스로 깨달아가고 알아가며 자신만의 문제해결능력을 갖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한 것이지요. 정답이 아니라도 아이들의 의견과 생각을 존중하며 길들여지지 않는 그래서 때론 통제할 수 없어 보이는 엉뚱한 생각들을 존중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후진국일수록 대답을 많이 하고 선진국일수록 질문을 많이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끊임없는 의심과 의문, 그리고 질문 그리고 정답이라 확신하고 머물지 않도록 해주는 것 어렵지만 기성세대가 새로운 세대에게 새시대를 맞이할 길을 터주는 방법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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