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청블리쌤 Apr 14. 2023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수업시간에 professional이라는 단어가 나와서 학생들에게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말해주었다.


일단 amateur는 라틴어로 amare(to love), amator(lover)에서 유래했다. 뭔가를 좋아해서 열중하는 상태(형용사)가 사람(명사)을 의미한다.

아모르 파티(Amor Fati)은 "운명을 사랑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첫 번째 결정적인 차이는 실력

전문성


두 번째 차이는 태도

아마추어는 "하고 싶어서", 프로는 "하고 싶지 않아도"

그러니까 아마추어는 하고 싶을 때만 하고, 하기 싫을 때는 하지 않을 자유가 있지만, 프로는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우리 학교 남학생들은 축구하러 학교 온 것처럼, 점심시간에 여지없이 축구 경기를 열정적으로 뛴다. 누가 시켜서는 그렇게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된다. 그러나 프로 선수가 그저 하기 싫다는 이유로 훈련이나 경기에 참여하지 않으면 곧 방출될 것이다.


세 번째 차이는 돈

돈을 받고 하면 프로, 안 받고도 하면 아마추어다. 아마추어는 때로 돈을 내고 하기도 한다.


전문성의 차이는 타고난 재능에서도 갈리지만, 결국 두 번째와 세 번째 차이에 의한 무게감으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무나 프로를 꿈꾸지 않아야 할 이유다.


큰 딸이 베이스기타 전공을, 둘째 딸이 실용댄스 전공을 고집했을 때 난 단호하게 거부했다. 딸들의 마음을 쉽게 돌릴 수 없었던 , 경제적인 투자를 해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딱 잘라 얘기했다.

그러면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얘기했던 것 같다.

평생 음악과 댄스를 좋아하려면 아마추어로 남아야 한다고. 프로가 되는 순간 모든 일상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거라고. 그것이 생업이 되면 결과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그 성취와 인정의 굴레에서 즐거움을 발견하지 못할 거라고...

이런 반대와, 그 현실의 무게조차 그 열정과 간절함으로 넘어선다면 프로가 되어야 할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정말 음악을 사랑한다면 아마추어로 남으라고...


큰 딸은 그럼에도 예체능 위탁학교에 한 학기 반을 방과후형으로 다녔고 자기 발로 자발적으로 돌아왔다. 지금은 공대생이 되어서 대학 밴드 베이시스트로 아마추어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들은 학생인데... 학생으로서 프로인지, 아마추어인지?

프로라고 감히 대답하는 학생은 없었다. 그리고 아마추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는듯했다.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한 적이 없었을 것이니..


학생들에게 강조했다. 중학교까지는 아마추어처럼 하고 싶을 때만 공부해도 전교 1등까지 할 수 있지만, 고등학교 이후에 프로로 전환하지 않으면 원하는 목표를 절대 이룰 수 없을 거라고...


그런데 아이들에게 공부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은 학원을 다니는 것으로 공부한다는 경력을 읊는다. 학원은 가고 싶지 않아도 가야 하고, 숙제도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니, 그런 면에서는 프로의 길을 가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인지... 그러고 보니 학원을 다닌다는 건 결과와 성취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는 하다.


그러나 프로의 입문은 강제가 아닌 자신의 열심과 아마추어 정신이었음도 생각해야 한다. 애초에 처음부터 자발적인 의지 없이 강요에 의해 프로가 되기를 강요받았다면, 성장과 성취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프로가 된다는 것의 시작은 즐거움과 행복이었고, 꾸준한 성장의 과정을 자발적으로 감당한다는 의지의 실현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 자기주도성을 키운 학생들이 당장은 더딘 것 같아도 결정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처음부터 학원을 가서 프로가 아니라, 스스로 자발적인 열정에서 시작하여 학원의 도움으로 성장을 이룬다면 진정한 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학원만으로 프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늘 조급해하고 불안해한다.


큰 딸의 고등학교 과정을 지켜보면서... 학원을 보내지 않고 사교육 없이 대학을 보낸다는 원칙을 적용하면서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이 글을 쓸 때는 큰 딸이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아무것도 결정된 것 없는 소망 없는 불안함의 깜깜한 터널 같았고... 다른 이들처럼 사교육으로 터널을 비추어야 불안함에서 벗어날 것만 같은 유혹도 거부했다. 학부모인 나도, 당사자인 딸도...


사교육으로 성취를 이뤄내야 하는 과정이라면 차라리 프로가 되지 않기를 원했다. 딸에게도 늘 행복한 공부를 강조했다. 아빠의 바람대로 딸은 행복한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그저 행복했을 뿐인데, 그래서 그 과정에서 이미 다 이룬 것 같은 만족감을 누렸고, 그냥 마지막 발걸음을 내딛는 곳이 도달점이면 되었던 건데... 그 도달점이 성균관대 공대 논술전형 합격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우리 반은 아침마다 휴대폰 내기 전에 담임인 내가 학급 밴드에 올리는 글을 한 편씩 읽고 댓글을 단다. 반 학생들에게 어제 수업시간에 프로와 아마추어 차이를 얘기해 주고, 오늘 아침에 아래 글을 밴드에 올려 주었다.


고1 때 딸의 첫 중간고사를 앞두고 써주었던 편지글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계에서 불안해하던 딸에게...


<위 편지글의 일부>

...

아마추어로 삶의 여백을 지니며 그 여백을 여유와 즐거움으로 채우길...

결과를 놓고 판단하며 좌절하기보다 그냥 과정 중에 즐거워하며 결과는 안중에도 없기를...

우리 삶의 여정은 그 한 걸음으로 이뤄져 있는 거잖니. 도달점으로 내딛는 그 걸음도 한 걸음이듯.

....

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며 책임을 다하는 것을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에 단지 좋은 결과를 위해 의미 있는 순간들을 스쳐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

...




작가의 이전글 영어 교과지도 조언 for (예비) 영어교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