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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Apr 15. 2023

고3 단기 영어수업을 마치며 전해 준 편지

오늘 토요일마다 오전 4시간씩 5주간의 수업 일정으로 진행된 고3 대상 영어 1등급 프로젝트 수업 마지막 날이었다.

자전거와 지하철 및 도보로 왕복 2시간을 다녔고, 연강도 부담이 되었지만, 힘든 줄 모르고 설렘으로 수업을 맞았고, 아쉬움으로 수업을 마쳤다.

1등급을 목표로 한 절실한 고3 학생 대상 수업이어서, 성취와 기다림 사이의 묘한 긴장감을 감당해야 했고, 내 수업과 학생들 스스로의 학습 사이의 역할의 모호함이 늘 있었는 데다가, 애초에 5주간의 기간으로 1등급 미션을 당장은 완료할 수는 없었던 과정이어서 열린 결말 같은 아쉬움과 여운이 진하게 남았다.


물론 나의 역할보다 기본단어부터 평소에 꾸준히 익혀야 했던 학생들의 역할이 더 중요했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이 기본기를 확립하고 영어문장이 명확하게 보이도록 돕기에 넉넉한 시간이 아니어서 쉬는 시간도 제대로 확보해 주지도 못하고, 농담이나 다른 이야기들도 자제하면서 수업에만 몰입해야 해서 학생들과 친해질 기회를 갖지 못한 아쉬움도 크다. 물론 너무 짧은 기간에 만나게 된 외부강사였으므로 필요 이상의 친근함과 교감은 불필요할 거라는 조심스러움은 있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호의적으로 수업에 몰입했고, 내게 감사의 인사도 잊지 않았다.

내 수업에 끝까지 몰입해 준 학생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오늘 새벽에 수업에 대한 설렘과 마지막 수업이라는 아쉬움으로 인해 잠을 일찍 깼다. 수업 중에는 비장해지고 싶지 않아서, 학생들에게 몇 마디 단체 편지를 써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 바로 글을 써서 지하철 출근길에 프로젝트 수업을 위해 일시적으로 개설한 단체 톡방에 올렸다.


아래 글은  학생들에게 오늘 수업 전에 남겼던 편지ㅠㅠ



1등급 프로젝트 학생들에게 마지막 수업을 앞두고


5주 차 수업을 앞두고 마지막 수업이라는 생각에 혼자 비장해졌고, 3년 전에는 매일처럼 일상처럼 오가던 출퇴근 길을 또 마지막으로 다녀올 비장함으로 새벽을 깨우며 여러분들에게 편지를 씁니다.

비장한 각오로 시작했을 여러분들의 애초에 정했던 목표 도달 여부와 관계없이 여기까지 함께 한 간절한 의지와 노력, 그리고 수업시간에 보여주었던 놀라운 집중과 몰입도만으로 여러분들 삶에 한 획을 긋는 중요한 경험과 성취를 이루어내었다고 확신합니다.

여러분들이 그동안 보여준 모습으로도, 수능으로 가는 길은 여러분들에게 여전히 열린 가능성과 희망으로 여러분들 앞에 좌절의 이유가 아닌 기회로 열려 있을 거라고, 또 여러분들의 노력 역시 멈출 일이 없을 거라고 믿습니다.


It ain’t over till it’s over.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수능 전에는 모든 것이 가능성이고 수능 후에는 현실이다


여러분들의 한 걸음이 사소하지만 중요한 의미를 만들어가는 행복걸음이 되기를, 끝까지 그 걸음을 멈추지 않기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이제 여러분들은 다른 사람의 도움을 굳이 받지 않아도 스스로 영어공부가 가능할 수준에 거의 다 이르렀습니다. 여전히 습관처럼 평소 단어를 시간 간격을 두고 읽으면서 독해에서 자주 마주치는 반가움을 자주 느낄 것이고, 감이 아니라 스스로 완전히 납득하며 문장 내 단어의 의미와 역할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정확한 분석 끝에 문장끼리 정교하게 의미가 연결되는 체험을 하면서, 결국 문단 전체 흐름을 정확하게 꿰뚫고 문제해결을 거뜬하게 할 수준에 이르게 될 겁니다. 그 여유의 순간이 당장 오지 않고, 점수로도 바로 나타나지 않아도, 영어해석능력을 스스로 적용하면서 해석을 하는 사소한 성취에서 나오는 확신을 품으면서 꾸준히 읽기를 바랍니다. 꾸준하게 국어 비문학독서를 병행하면 국어와 영어에서 모두 그 확신이 현실이 되어 가는 걸 확인할 거라 믿습니다.

모두들 모의고사가 아닌 수능에서 1등급에 도달하도록 합시다^^


5월, 6월, 7월 모의고사에서는 시간 내 모든 지문을 다 풀고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여러분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내는 여러분들만의 풀이전략을 체득할 기회를 가지되, 아직까지는 정확성과 속도를 올릴 기회가 있으니 평소에는 제가 4, 5주차에 보여주는 문장분석처럼 정확한 문장해석을 바탕으로 한 독해에 집중해 주기 바랍니다. 여름방학을 기점으로 시간과 속도를 의식하면서 버릴 건 버려가면서 전략적으로 접근할 방법을 마음과 몸에 새겨야 하지만, 그 전에는 어떻게든 더 실력을 올리도록 애쓰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을 만나서 반가웠고, 여러분들의 순수하고 간절한 열정을 마주하게 되어 기뻤습니다. 여러분들의 꿈을 향한 발걸음을 끝까지 응원하겠습니다.


딸들에게 사랑과 격려의  마음을 담아 주었던 편지글의 일부를 동일한 마음으로 여러분들과 나누려 합니다.




결과를 놓고 판단하며 좌절하기보다 그냥 과정 중에 즐거워하며 결과는 안중에도 없기를...

우리 삶의 여정은 그 한 걸음으로 이뤄져 있는 거잖니. 도달점으로 내딛는 그 걸음도 한 걸음이듯.

...

잘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며 책임을 다하는 것을 배우며 성장하는 과정에 단지 좋은 결과를 위해 의미 있는 순간들을 스쳐 보내지 않았으면 한다.

...

지금 노력은 그동안의 축적되었지만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만 한 그 노력과 실력을 하나씩 깨워내는 또 다른 축적의 시간과 과정인 거니까.

아직 발휘되지 않은 결과가 수능예측이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주변의 일반화된 이야기에도 귀를 닫고 너만의 길을 가렴. 아빤 끝까지 노력하고 완주해낼 너의 발걸음만 응원하는 거란다. 오히려 수능 전에 너무 성적이 잘 나와서 그걸 지켜내야 한다는 불안감보다 할 수 있는 데까지, 갈 수 있는 곳까지 가면 된다는 편안함이 담긴 긴장감이면 더 좋겠다. 수능 때 내딛는 발걸음이 너의 도달점이기를. 그러나 긴 인생에서 그게 최종 도달점은 아닐 것이니 그때도 너가 갈 수 있는 길을 선택하고 전진하면 되는 거라고.

...

넌 너만의 길을 가렴.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의미 있는 거란다. 오늘 공부할 수 있는 기회와 행복만 누리렴. 행복도 성취도 추구하는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주어지는 거란다.

너무 힘내려고 애쓰지 마라. 성적이 잘 안 나왔다고 더 속도를 높일 필요도 없다. 그냥 오늘의 일상에서 소소한 성취의 의미를 찾아보렴. 기적은 사소한 일상의 반복이란다. 우리는 늘 기적을 꿈꾸지만 기적은 요행이 아니란다. 멈추지 않으면 무조건 성장하는 거란다. 오늘 끝장낼 각오로 비장해지지 말고 멈추지 않을 평범함만 붙들렴.

아빠는 언제나 네 편이다. 너의 눈물과 아픔조차 응원한다. 결국 웃게 될 그 순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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