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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May 12. 2023

교생지도 및 공개수업으로 돌아본 수업 방향

교생지도와 수업공개를 하면서 내 수업을 다시 돌아보았다.

교생선생님들은 활동중심 수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대학에서 배웠고, 그렇게 수업을 구상하고 계셨다. 지도교사인 내 역할이 대폭 축소된 느낌이었다. 

이제까지도 어떤 수업이든 수업디자인은 각 교생선생님들께 맡기고, 난 내용적인 오류를 수정해주거나 second opinion을 제시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원래도 두드러지지는 않았지만 이번에는 부쩍 더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수업구상에 대한 피드백을 드릴 때 아예 지도가 아니라 의논이고, 협의라는 전제를 두었다.

활동중심수업 연구회의 주요 멤버이신 타 학교 두 분의 수석교사선생님이 내 수업참관을 하시게 되어 나의 컨텐츠 중심 수업이 시험대 위에 선 느낌이었다.

교생선생님들께는 이렇게 수업하시면 안 되고, 이런 수업 모형도 있음을 감안하셔서 참고만 하시라고 이야기하면 그만이지만, 수석교사 선생님의 참관은 문제를 파헤쳐 뭔가 더 개선해야 하고 현실적으로 고민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동반되었다.

2차 수업공개는 우리반이어서 더 편한 분위기가 들었다. 참관 인원도 적어서 아이들의 부담이나 긴장감도 크지 않았던 것 같다.

긴장감이 덜한 바람에 먹히지도 않는 썰렁한 드립 때문에 혼자 머쓱해졌다. 그래도 말의 속도를 통제하면서 1차 때만큼 급하게 마구 쏟아내지는 않아서 다행이었다.

2차 공개수업에 참관하신 수석쌤이 수업 전에, 체육대회 전날, 아이들이 온전히 집중해 있지 않는 그 시간대에 담임쌤과의 의리를 어떻게 지키는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씀해 주셔서 격하게 공감하기도 했다.

1차 수업 참관하신 수석쌤은 내 수업을 보시고, 내 수업방향과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뭔가 다른 부분이 있다면서 깊이 고민해 보겠다고 하셨다. 난 학생들이 스스로 깨닫게 하는 과정, 즉 학생들이 지식을 체계화하는 주체가 되지 못한 차이가 아닐지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이야기했다. 

영어는 진도교과가 아니며, 최소한의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학생들에게 그 이상의 심화활동은 의미가 없을 거라고 변명을 했다. 중3이든 고1이든 어떤 경우에든 내가 해줄 수 있는 역할은 자립할 수 있는 기본기의 체계화된 내용을 최대한 압축해서 전달하는 일이고, 학생들이 스스로 배운 내용을 활용하면서 적응력과 응용력을 키우도록 격려하고 코칭하는 일이라고. 

스스로 내 수업을 돌아보고 수업방향에 대해 다시 정리해 보려 한다.



<평소 수업 원칙>

수업의 전제 - 핵심요소 집약 단순화, 아이들 스키마 맞추기, 컨텐츠 체계화 재구성

1. 암기를 최소화하는 원리 이해 위주의 핵심설명 

나만 할 수 있는 나만의 브랜드 같은 수업컨텐츠와 설명내용 구성하기. 

학생들이 해설지나 단어장 등을 통해 우리말 확인하는 단편적 단어 의미가 아닌, 핵심원리를 정확하게 제시하여 맥락에 맞게 자연스럽게 확장할 수 있도록 단어의 기본 그림을 그려주기.

가장 기본적인 뼈대를 이루는 문장구성원리를 가르쳐서 학생들 스스로 단어를 단계별로 학습하면 스스로 문장구조를 파악하여 정확한 해석과 문장구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

2. 학생들 흥미를  잡아 둘 예문이나 설명에 초점

절대로 참고서나 교과서를 그대로 읽어 주는 듯한 느낌이 아니게, 학생들 관심사와 눈높이에 맞춰 나만의 정리와 나만의 언어로 전달되도록 하기.

이왕이면 인생과 사랑을 영어 예문을 통해서도 가르치고, 가르치고 싶은 소중한 가치를 담은 문장을 평소에 모아두며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예문은 감동적이거나 재미있도록 구성하기.

수업 중 농담도 계획적으로 수업설계에 포함시키기.

3. 수업시간에는 교사가 주인공, 수업 이외 시간에는 학생이 주인공 

모두가 영어멘토링에 참여하지는 않아서 수업 이외 시간에 주인공의 역할을 강요할 수 없지만, 내게 주어진 수업시간에는 어디서도 들을 수 없고, 이후 자립에 도움이 될 어휘와 구문에 초점을 둔 수업내용 전달에 온 힘 다하기. 

수업관련 숙제를 따로 내지는 않지만, 자립을 위한 개별 어휘, 문법, 구문 학습을 내가 이미 구축해 놓은 청블리영어코스로 유도하여, 학원과 공생하면서도 기본기에 충실할 수 있게 수업시간 잔소리도 아끼지 않기.

4. 학생 활동중심 수업 유보

학생 활동은 기본기를 갖춘 상태에서만 가능할 것이므로, 학생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기본기를 공고히 하는 것이라는 확신. 

학생활동으로 재미를 더 보장하며 수업시간에 더 많은 학생들이 깨어있게 할 수는 있으나, 궁극적으로 어떤 배움이 일어나는지를 우선순위를 따져가면서 늘 냉철하게 고민하게 됨. 원어민선생님 시간에는 활동과 게임 위주로 진행되고 있으니 그 극단에서 당장 학생들의 기본기에 필요한 내용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합리화하며 내 수업방식을 고집하고 있음.

재미있는 영어수업은 모든 영어교사의 꿈과 이상이지만, 활동의 다양성이나 게임의 긴장감 등이 아닌 컨텐츠 자체의 흥미를 재미있는 설명과 예문, 학생들의 스키마에 맞춘 알기 쉬운 교과 내용 구성에 더 초점을 맞춤.

5. 영어교과의 특성 고려 

토론과 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이 불가능한 것은 다양한 심화활동을 할 정도로 영어자체 기본역량을 대다수 학생들이 갖추지 못했기 때문임.

빨리 자립하여 스스로 독해를 하면서 자신의 지식으로 체계화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니 무조건 기본기에 충실하도록 강조함.

결국 영어수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중학교에서도 고등학교 내신 및 수능대비 실력 향상에 초점을 맞춤. 단지 시험대비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평생 영어독해의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이 시간대비 더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확신함.

사고력 향상이나 확산적 사고를 위한 학생중심 심층 활동은 영어를 매개로 활동하지 않아도 되는 다른 교과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함. 당장 중간, 기말고사에 포함되는 서술형 문제도 특수한 집단이 아니고서는 영어자체를 활용하여 확산적 사고로 서술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여 거의 수렴적사고로 정답에 접근하는 영어문장구성에 치중하는 것도 그러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 봄.

6. 구체적 수업모형

수업 때 모든 필요한 사항을 다 가르칠 충분한 시수가 확보되지 않았으므로 영어멘토링 단계별 동영상강의수강을 권장함. 

교사 수업도 학생 혼자서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시간이어야 할 것임. 

단어 의미를 끌어오고, 이해하면서 기본기에서부터 자연스럽게 확장하는 수업모형을 제시하고, 쓸데없는 지식적 문법사항을 가지치기하면서 해석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적용의 예시를 보여주어 평소 학생 스스로 학습 방향을 설정하도록.

7. 영어격차 극복 방안

최상위권부터 하위권까지 만족할 수 있는 수업방식을 연구하기. 

상위권학생들도 놓치기 쉬운 기본기 즉, 해석과 문장구성에 바로 적용되는 활용중심 문법과 핵심단어의미 활용, 어근접사 단어 의미 구성, 재미있고 참신한 예문 제시, 학원에서 듣도 보도 못한 나만의 핵심내용 설명 등을 연구하여 구성하면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 나오기도 함. 

이때 필요한 건 개인 브랜딩 영어컨텐츠 방향 및 내용구성임. 

물론 몇 시간의 수업 이해가 근본적인 영어격차 극복 해결책은 아니므로, 수준별로 꾸준한 학습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극복할 수 있는 영어멘토링 학습코칭은 영어교사의 필연임. 

8. 덕업일치.. 삶으로 하는 교재연구

학생들도 시험기간 공부보다 영어공부를 평소에 해두어야 내공을 발휘할 수 있는 것처럼, 교사들도 당장 수업할 내용의 교재연구보다 평소 영어컨텐츠 축적이 더 의미 있는 과정이 될 수 있음. 물론 시험공부처럼 그때그때 교재연구도 충실히 해야 하지만, 평소 준비된 것만큼 훨씬 더 효율적이고 재미있게 수업내용을 구성할 수 있음. 

영어로 접하는 모든 활자와 영상이 다 교재연구이니, 영어교사는 평소 취미생활 자체가 교재연구인 덕업일치를 이룬 축복 받은 존재임에 늘 감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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