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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May 10. 2023

슬럼프에 잠시 빠진 재수하는 제자에게

재수를 선택하고 늘 배움의 즐거움에 빠져 행복하게 지냈던 제자가... 몸이 좀 아픈 직후에 거의 처음으로 슬럼프가 왔다고 자신의 심경을 내게 전해왔다. 늘 성실하게 자기관리를 철저하게 하던 학생이어서, 때로는 정신력으로 버티지 말고 요령껏 쉬어가면서 하라고 오히려 공부를 말리고, 잠을 더 자라고 잔소리를 해야 했는데...

건강 회복 과정에서 정신력으로 버틸 체력이 다소 떨어졌을 수도 있었을 것이고, 그동안 치열하게 달려온 것에 대한 안식과 휴식의 신호였을 수도 있고, 높은 성취기준과 목표지향점이 자신의 현재 위치와 대비하여 눈에 보이는 현실적 판단을 하게 되면서 완성에 대한 부담감이 생겼을 수도 있고, 국영수과 인강 강사를 드림팀으로 구성하여 재미있게 배움의 즐거움을 가졌지만, 그래서 오히려 자기 스스로 학습하는 주도권을 갖지 못하여 자기성취의 부족함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우린 누구나 주기적으로 슬럼프를 겪기 때문에 그렇게 걱정할 일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멘토교사로서 이런 내용으로 답변을 해주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에게도 혹 도움이 되길 기대하면서...



지나고 나면 이 모든 게 퍼즐이 들어맞는 스토리로 완성되겠지만, 그렇다고 지금 이 순간을 감내하고 견뎌내야 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는 마라. 노력의 정도와 상관없이 (목사님 말씀처럼) 이 또한 지나갈 것인데...

이런 아픔과 슬픔이 공존하는 슬럼프였다면 그저 참아내는 것보다 원인을 진단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동안의 공부가 재미있었다는 건 나도 증인이지만, 그 이면에 반드시 진도를 맞춰야 하고 인강을 빠짐없이 채워서 완성해야 한다는 방식 자체에 지쳤을 수도 있는 거란다.

좀 서툴러도 너 스스로 채워가는 기쁨과는 좀 구별되는 거니까. 그래도 인강을 인덱스로 찾아들으면서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자발적 노력을 하고 있어 안심은 좀 되지만, 너 스스로를 좀 더 믿으면 좋겠구나.

작년 9월에 남은 시간 동안 인강을 완강하려는 계획의 현실성에 대해서 고민하던 그때 상황을 5월로 옮겨놓은 것 같은 느낌도 받았단다. 그때보다는 아직 시간이 많기 때문에 괜찮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면에 (작년에 현우진 강의를 제대로 안 들었으니 이번만큼은 적어도 드릴까지는 완성해야 한다는 굳은 의지는 칭찬해 주고 싶지만) 스스로 자발적인 공부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억눌려 있는 건 아닌지, 스스로를 더 믿고 확신을 갖고 싶은 건 아닌지 돌아보렴.

모든 의미 있는 과정 중에 안식과 휴식을 원하는 신호라면 괜찮지만, 주도성을 회복하고 싶은 의미가 담겨 있을 수도 있으니... 내 말 듣고 더 혼란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혼란스럽게라도 냉철하게 생각해 보며, 매 순간 한 걸음의 의미를 회복하기를 기대할게.

(어떤 의미에서 21일 교회 특강이 부모님들보다 너를 위한 특강이 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갑자기 드는구나)

부디 스스로를 좀 더 믿으렴. 남의 도움으로 안 넘어지는 것보다 너 스스로 하다가 넘어지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고 더 큰 성장을 이룰 기회가 될 거란다. 물론 아픔의 대가는 치러야 하지만, 아픈 만큼 더 성숙한다는 건 그저 뻔한 말이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닌 것이 확실하거든. 그 아픔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성장의 동력을 얻으면서 꿋꿋하게 일어서길 기대할게.
너에게 주어진 6개월은 버티는 것이 아니라 즐기고 누리는 것이란다. 너희 행복걸음을 응원한다^^

그리고 힘들 때나 그런 신호가 있을 때는 죄책감 없이 충분히 안식을 누려도 된단다. 너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노력으로 증명받으려는 데서 자유로워지길. 매 순간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며 하나님의 궁극적인 인도하심을 믿으며 주님이 주시는 힘과 능력으로 나아가길...


긴장과 스트레스는 건강에 해롭지만, 그저 설렘으로 규정하면 될 일이다. 내가 감당할 것만 생각하면 된다. 이후의 결과까지 결합해서 상상하면 너무 복잡해진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까지 설렘을 가질 수는 없다. 내 영역을 벗어날수록 설렘은 스트레스가 된다. -5월 9일 포스팅 중에서(설렘과 떨림 그 어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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