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문법을 계속 덧붙이는 것은 교사중심의 만족일지도 모릅니다. 교사는 뭘 더 가르치냐가 아니라 뭘 가르치지 않을지를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나열된 지식 중 그냥 한두 가지를 제외하는 것이 아니라 압축하고 단순화해서 확장 및 응용 가능한 가장 중요한 핵심을 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려운 것을 더 깊이 있게 계속해야만 실력이 늘 거라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학원에서 자꾸 어려운 것을 심화해서 하면 학생들이 쉽게 그만둘 수 없겠죠. 혼자 힘으로는 안 되니까요.
공교육교사의 목표는 학생들을 자립시키는 것이어야 합니다. 기본기를 수업으로 정립시켜주고, 코칭으로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을 형성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일단 수업을 구성하려면 개념을 단순화해서 압축해서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이때 교사의 설명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사의 설명이 최소화되어 공백이 생긴 것만큼 학생들의 생각이나 활동이 더 커질 여지가 더 생기겠죠. 교사의 고민으로 정제된 발문이 그런 학생들의 지식처리 과정을 촉진합니다.
두 번째는 수업을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흐름만 따라가도 단계별로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도록 하는 일입니다. 단편적으로 흩어지는 지식의 나열이 아니어야 하는 것이니 교사의 고민이 더 깊어지는 지점입니다.
세 번째는 사용하는 예문 등의 진정성입니다. 이왕이면 인생과 사랑이 담겨 있는 따뜻하거나 감동적이거나 재미있는 예문을 활용하면 살아 있는 언어를 학생들이 접하게 되고 흥미가 확장되는 기회가 됩니다.
수업내용을 구성하면서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를 연구할 때는 자기만의 언어를 개발하도록 해야 합니다.
운전면허를 따러 가서 이론교육을 받을 때 완벽하게 교재를 암기해서 말하는 강사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뿌듯한 표정이 우러났지만, 강사 자기만족의 관점이 아닌 수강생의 입장에서는 별로 인상적이지도 않았고, 도움도 안 되는 교수법이었습니다. 정확성을 바탕으로 글자 그대로 읽는 것이 아니라 앞뒤 내용의 연관성과 체계성으로 재구성하고 수강생들의 이해에 맞닿도록 설명을 구성하고, 강사 자기만의 언어로 전달해야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전달이 가능합니다.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건 티칭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시작은 자기만의 언어로 가르치는 일이고, 두 번째는 학생 스키마와 흥미요소에 맞추도록 구성하는 일입니다. 이런 티칭이 축적되면 점점 자신만의 티칭 내용으로 재구성하여 personal branding을 갖추게 될 수 있습니다.
인강 일타강사는 자신만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있고 자기만의 언어로 티칭합니다. 말투나 설명을 풀어나가는 전개 자체가 그들만이 할 수 있는 시그너쳐와 같습니다. 심지어 쓴소리도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수험생들이 열광합니다. 물론 강사 혼자만의 노력이 아닌 팀으로 구성된 조력자들이 있겠지만, 공교육 교사도 그에 준하는 과정을 구성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교직 초반기에는 숲보다 나무를 부지런히 모으는 방식으로 지금 이 시점에 할 수 있는 한계를 인정하며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그러다 보면, 이후 숲을 구성할 수 있습니다. 물론 평생 완성되는 커리는 없습니다. 계속 수정을 거쳐야 하죠.
교사의 수업은 이렇게 구성되어 배움이 일어나는 공백으로 치밀하게 짜임새를 갖추는 것이 좋습니다. 오히려 교사가 다 채우려고 애쓸 필요는 없습니다. 어설퍼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공백을 채우게 하는 의도적인 설계가 필요한 거죠.
학생들과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교사가 다 채우는 대화는 꼰대의 정석입니다. 공감도 이뤄지지 않죠.
교사는 교과만 전달하지 않습니다. 입시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맥락을 짚어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학부모나 학생들도 입시를 언론이나 온라인 등으로 접하지만 그럼에도 어려운 것은 아직 필터링할 수 있는 맥락 형성이 되어 있지 않아서입니다. 교사가 그런 역할을 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교과에서도 교사의 전문성을 살려 맥락을 짚어주는 역할을 해주어야 하죠.
그렇다고 완벽한 교사의 모습이 완성될 때까지 기다릴 이유는 없습니다. 부족한 모습 그대로 드러내야 학생들이 용기를 내며, 함께 성장을 이뤄갈 수 있습니다.
솔직한 모습의 진정성이 학생들과의 교감을 촉발합니다.
제 딸들의 망가지는 모습을 얘기하면 학생들이 특히 좋아했습니다. 위로를 받고는 했죠.
잘난 사람들의 잘난 이야기에 우리는 관심 없습니다. 시기나 질투만 늘죠.
그러니 잘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려 굳이 애쓸 필요는 당연히 없습니다.
교사의 부족한 모습은 아이들이 교사들에게 다가올 수 있는 장벽을 낮춥니다.
역시 교사의 여백 혹은 공백의 효과인 거죠.
그러니 교사는 당연히 노력을 멈출 수 없으며 학생들과 함께 평생 성장할 운명입니다.
결국 도달할 결과에 앞서 선생님의 과정도 행복하고 의미가 넘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