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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이 아니었음을 1

여름방학자기주도학습반 모집

by 청블리쌤

https://blog.naver.com/chungvelysam/223125623293

나의 아집을 깨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착각에서 벗어나는 것이고, 그 껍질을 깨고 나오는 듯한 고통을 자초해야 함을 스스로 자각한 글에 이어..

바로 학생들에게 수업평가를 받아 실행에 옮겼다.



수업시간 수업평가받기 전에 작년에 이어 여름방학 자기주도학습반을 모집했다.

프로그램은 작년과 비슷하므로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

https://blog.naver.com/chungvelysam/222793023159

재작년 아무런 설명 없이 안내문을 교실에 게시하였다가 신청자 0명이라는 충격적인 현실을 마주하고는, 작년에 왜 그래야 하는지를 설명한 끝에 수십 명의 희망자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했었다.



이번에도 간략하게 그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어떤 반에서는 처음 내 얘기에 주목하다가, 프로그램 소개로 넘어가는 순간 다들 감탄하며 영업 능력이 뛰어나다는 극찬(?)을 내게 보냈다.

지난번 포스팅에서 내 학습코칭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답해하는 것 자체가 나 자신의 교만함이었다는 인식을 넘어서, 아이들은 나의 이러한 권유를 일종의 영업이라고 인식하고 있었고, 불편하게 생각하는 학생들도 분명히 있음을 확인했다.



아이들에게 중3에서 예비 고1로 프레임의 전환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기말고사 끝나면 긴장이 풀어져 내 말이 귀에 닿지 않을 것이어서 미리 얘기할 수밖에 없음을 이해시켰다.

그리고 두 가지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시기적으로 여름방학의 중요성 인식, 그리고 자신의 부족함에 대한 인식..

이 두 가지는 서로 상호보완적이다. 부족함을 인식해야 움직일 것이니까...

그런데 부족함 자각을 막는 것은 객관적인 부족함의 모습이 아니라 오히려 외형적인 넘침과 자신감이라는 사실도 명확히 했다. 내신성적이 잘 나오고, 학원에서 나름 선행진도를 꽤 뽑고 있다는 것으로 우월감을 느끼는 학생들은 부족함 자각과는 거리가 멀 것이니...



그래서 중학교와는 다른 고등학교 세상에 대해 나름 실감나게 설명했다.

서울대 의대를 비롯한 최상위권 학생들의 공통점은 자기주도성(메타인지와 꾸준한 습관)과 확고한 기본기로 인해 암기를 최소화하고 이해하면서 지식을 확장하고 응용할 수 있어, 오히려 시간과 노력이 절약되어 슬슬하는 것 같은데도 결과가 좋다는 현실도...



중학교 과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방학 때 방학의 취지를 살려서 충분히 여유 있게 쉬고 고등학교 가서 "이제 시작!" 이렇게 해서는 경쟁에서 이기고 지고 문제가 아니라 배움의 즐거움을 누리며 행복한 길을 보장받을 수 없는 냉철한 현실도 얘기했다. 너무 과열되어 실속 없이 고생만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분들은 너무 순진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그리고 전체적인 공부능력을 좌우하는 독서하는 비법에 대해서 얘기해 주었다. 당장 실행해야 할 프로젝트라고... 고등학교 가서 필요성을 느끼고 하기에는, 축적된 시간과 독서량을 요구하는 상황에 가시적인 성과를 금방 거두지 못해 내신의 상처를 더 받으면서 좌절할 수도 있다고...



교육특구 학생들은 내신의 구멍이 생겨도 정시파이터 선언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대개 수시로 대학진학을 해야 할 텐데, 고등학교 진학해서 받는 내신성적의 상처는 회복의 희망보다는, 선택권의 제한으로 이어지는 현실을 알려주었다.



왜 지금이어야 하는가에 대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어떻게든 문턱을 넘어서야 하니까.. 찌질하게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는 데까지 해보면서, 겨울부터 본 무대에 올라섰을 때 힘겹지 않게 감당하기 위해서라고..



지금은 시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습관형성이 가장 중요하고, 자신의 실력에 맞는 수준과 속도가 중요하다고.. 그래서 플래너도 써야 하고, 어떻게든 혼자서 해봐야 한다고..

그걸 안 하려고 하니까 그냥 학원 숙제만 하고는 공부 다했다고 놀고 있는 거라고...



물론 내가 하는 과정을 반드시 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해두어도 아이들은 강요에 비슷한 영업이라고 인식하고 있어 마음의 상처가 되었다. 내가 아이들을 괴롭히는 빌런이 된 느낌이었다.

물론 교사의 역할을 최소화해서, 별로 힘들지 않게 관리할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이 모든 과정에 학생들에게 비용부담을 받지 않고 무료로 진행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행복교육에 대한 기대로 인한 나의 행복값도 있지만, 그저 귀찮음을 무릅쓴 나름의 헌신인데...신청을 강요한 적도 없고 신청 안 하면 그만인데,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아도 학습의 방향을 제시해 주려는 나의 진심이 왜곡된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혹 학생들에게 비용부담을 받았다면, 그럼에도 절실한 학생들은 참여했겠지만, 학생들의 비난은 폭주했을 것이고, 난 돈벌이에 혈안이 된 나쁜 교사로 인식되었을지도 모른다.



내게 중요한 키워드는 이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에게 환영받을 거라고 기대하지도 않았고, 마침 신청 직후 받은 수업평가에 비난이 담긴 어조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단 한 학생의 필요와 절실함과 만날 수 있다면 비용 대비 효율은 꽝이겠지만, 의미 없는 몸짓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기대감...



어떤 학생은 방학 때 해외에 나갈 예정이면서도 신청했다. 시공간을 초월한 가능성의 극단을 확인한 느낌이었다. 4개 반에서 가신청을 받았는데 25명이 신청했다. 아직 7개 반 신청이 남았으므로 그보다는 훨씬 더 많은 학생들과 시작하게 될 설렘에 수업평가에 받은 상처는 잠시 잊었다.

시간이 갈수록 정말 열심히 하는 학생들만 돋보이게 되는 영어멘토링 과정의 명단도 정비했다. 명단을 리셋하고 새로 신청을 받았는데, 거의 여름프로그램 신청자 수와 비슷했다.



몇 명이 신청해서, 몇 명이 살아남을지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그저 한 영혼, 한 영혼에 집중하면 될 일이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수업평가 내용을 가감 없이 올려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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