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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Jul 10. 2023

(질문) 고등학교 수능형 지문 수업방식?

후배교사의 질문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능형 지문으로 수업할 때 어떻게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수업 시작하자마자 불특정 학생들을 랜덤으로 지목하여 구두로 간단하게 예습단어 테스트를 해서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지금은 방과후수업할 때 모든 학생들이 다 맞힐 때까지 몇 바퀴를 돌리면서 예습단어 테스트를 하기도 합니다.

예습단어 학습여부가 수업 몰입도를 결정하니 어떻게든 예습단어학습 유도 방법을 고민해 보셔요

그대신 예습단어 외의 지문 예습은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예습단어 테스트 후 일단 모의고사처럼 역량껏 대략 한 번 읽고 문제를 풀거나 대의파악하도록 합니다.

해설지에도 제시된 일대일 단어뜻으로 학생들도 충분히 의미를 적용할 수 있는 단어말고, 하나의 기본 의미를 알면 확장 응용이 가능한 단어나, 맥락에서 이해가 어려운 단어 위주로 설명합니다.

가장 기본적인 구문(역시 한 번 알면 거의 모든 지문에 적용될 핵심구문)이나, 학생들 스스로 이해하기 어려운 구문만 선별해서 설명합니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학생들이 의미단락 끊어읽기 하면서 의미를 해석하도록 유도합니다. 

[명사구,절], (형용사구,절), /부사구,절/ 

이렇게 표시하도록 약속하고 적용합니다.

수업진행할 때 학생들이 헷갈릴 수 있는 부분이나 중요한 부분에서 질문을 던지며 스스로 정확한 해석이 되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학생수준이 높지 않으면 아예 의미단락으로 끊고, 수식어를 문장 아래 내리고, 병렬구조를 시각적으로 맞추는 등의 문장분석 학습지를 준비해 줍니다. 

이번에 1등급프로젝트로 진행했던 EBS 지문 분석 학습지 첨부합니다. 빈칸이나 여백을 줘서 학생들이 채울 수 있도록 한 것도 의도적이었습니다.


해석은 해설지에 나오니까 세세한 부분까지 일일이 읽어주듯 해석하지 않고, 학생들의 역할을 남겨주는 것도 좋습니다. 

화면녹화방식으로 기본 해석을 동영상강의로 올려주어서 예습, 복습을 하도록 유도하면 덜 중요한 부분은 넘어가서 중요한 부분에 더 집중하고, 보다 다양한 방식의 수업도 가능해집니다. 일종의 flipped learining인 셈이죠.


독해의 흐름을 따라가고 문제 푸는 건 학생들이 할 일이고, 학생들에게 문장이 보이도록 도와주는 것은 교사의 역할입니다. 단어는 학생들이 스스로 암기해야 하지만, 적어도 첫 해석 단계에서는 구문과 문장구성에 대해 교사가 가이드하여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문법의 체계를 잡은 상태라면 더 유리하겠지만 배경지식이 거의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더 쉽게 문법을 활용하여 해석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교사의 노력도 중요하겠지요. 

물론 교육과정 재구성을 적용할 수 있는 단독 시수가 있으면 가장 좋지만, 아닐 경우라면 학생들이 시공간을 초월해서 접근할 수 있도록 자신의 컨텐츠를 서서히 축적해 갈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욕심을 버리셔야 해요. 모든 구문을 다 책임질 것처럼 하시면 안 되고, 수업하고 싶은 여러 후보 중에 우선순위를 정해서 수업이 허락하는 시간 내에 선택과 집중으로 학생들에게 임팩트를 남기실 것을 권합니다.

그리고 교사가 빡빡하게 혼자 수업한다고 학생들이 다 받아들이는 것은 아닐 것이니, 학생들 수준에 따라서는 중간에 5분 정도 팝송 등의 영상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재미있지만 학생들 삶에 도움이 될 썰을 준비해서 푸는 것도 좋습니다. 선생님 삶에서 나온 썰이면 제일 좋구요.

 

교사가 정답을 말하기 전에 학생들이 생각할 시간을 조금씩 여유를 두시면서 pause 하는 습관도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그게 잘 안되어서 아이들이 많이 헉헉거렸어요. 

 

그러니까 수업은 일단 정확한 해석에 초점을 두시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해석만 되면 독해는 학생들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이니까요. 

그리고 교사가 설명할 때는 맥락에 녹아들게, 단어든 문법이든 활용중심, 적용중심으로 설명해 줍니다. 

필요할 경우 영영사전의 뉘앙스를 전달하거나, 교사가 평소에 확보한 문법의 깊이에서 우러나오는 단순화되었지만 농축된 활용문법의 진수를 보여주는 거죠. 

 

학생들이 문장 내 모든 단어의 의미와 역할(문법)이 하나도 소외되지 않고 다 납득되는 그 순간을 위해 애써주시되, 이번 시간 지문에서 덜 한 부분은 다른 지문에서 보완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학생들이 스스로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니까...

일단은 구문독해 위주로 영어멘토링학습코칭 구상하시고... 단어도 쉬운 단어부터 평소에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멘토링학습코칭과정이 필요합니다. 

영어수업시간만으로 학생들이 영어실력을 완성할 수 없으니까요.

 

고3학생들 EBS 수능특강 수업하실 때는 고민이 더 클 수도 있어요. 최상위권을 제외하고는 지문의 해설지를 보고도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사실 100% 이해는 어려워요. 전문적인 내용의 맥락 없는 글이 많아서 그렇겠죠. 그리고 수능에 직접연계가 아닌 간접연계이니 당장 그 지문의 100% 이해도가 중요할 것 같지는 않은 데다가, 지문의 내용까지 100% 이해시킨다고 해서 당장 학생들의 문해력이 그만큼 성장하는 건 아니니 너무 완성을 지향하는 수업의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어요.

그래서 전 학생들에게 역할분담을 확실하게 했어요. 단어는 각자 외우는 거고, 문장은 보이도록 선생님이 도와줄 수 있고, 그렇게 정확한 해석이 가능하게 되면, 독해도 각자 학생들의 영역이 되는 거죠.

그러니까 학생들은 수업 전 예습단어와 평소 기본단어부터 학습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수업을 해도 의미가 없는 거고, 평소 우리말 읽기(비문학독서)가 꾸준히 되어 있지 않으면 해석을 하고도 무슨 말인지 독해가 안 되는 것이니 평소 그런 노력을 꾸준히 하도록 격려해야 하구요.

그대신 수업시간에는 핵심적인 활용문법이나 어려운 구문, 맥락에서 특이하게 적용되거나 확장도가 높은 단어를 한두 개만이라도 확실하게 알려주는 역할을 교사가 해야 합니다.

그 구문과 어휘가 이후 학생의 공부에도 연결되도록 가장 중요한 것들을 선별해서 가르쳐야 하죠.

그렇게 완성이 아닌 확률을 높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해도가 50%가 안되어도 대의파악 문제는 해결될 수 있고, 좀 더 높여야 순서나 빈칸추론을 맞힐 확률을 높일 수 있으니, 쉬운 단어부터, 중요한 구문부터, 문장이 좀 더 보이도록 해주고 학생 스스로 노력해서, 자신의 준비된 문해력으로 하는 데까지 해보는 거예요. 

그리고 매 수업시간도 학생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거기까지 존중해 주되, 사소한 성취를 확인시키면 성장과 희망의 메시지를 계속 전할 수 있게 되겠죠.

 

수업도 기획하시고 세특도, 과정형수행평가도 해야 하니 정말 힘겨운 일상이지만, 그럴수록 길게 보시고, 사소한 것이라도 감당할 수 있는 것부터 희망을 보여주시면서 학생들과 함께 행복걸음을 걸으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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