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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Jul 15. 2023

열정 넘치는 선생님께 번아웃 예방 조언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신다는 선생님들을 한 번씩 만난다. 과연 그 정도는 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내가 열심이 넘치는 교사인지는 확신이 없지만, 교직의 문제로 지적받는 것 중의 하나는 개별교사의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개별적으로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나 학부모님을 만날 때 의미와 보람을 느끼긴 한다. 그러나 그런 평가와 인정은 교사의 자존감과 동기유발에 유의미한 보상이긴 하지만, 그것 자체로 좋은 선생님이라는 객관적이고 외적인 증거 효력을 기대할 수 없다.

일반 회사는 능력에 따라 승진을 하고, 그에 따라 연봉체계도 달라진다. 객관화할 수 있는 개별적인 성취나 성과가 매우 중요할 것 같다. 끝없이 자기증명을 해야 한다.

사교육 강사들도 노력과 성과에 따라 연봉은 물론 생존 자체가 결정된다.

공교육교사에 대해 철밥통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칭이 붙는 것은, 교사 개인의 열정과 개별적인 노력과 성취가 반영되지 않으면서, 그저 연차에 따라 호봉이 올라가며, 정년보장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매년 교원평가를 실시하지만, 평가 결과에 따라 실제적인 보상이나 불이익은 주어지지 않는다. 익명을 보장하며 진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열의를 다하는 교사들이 당장 자신들을 불편하게 한다는 이유로 학생들로부터 평가테러를 받는 일도 흔하며, 교육방향 설정에 유의미한 결과로 참고가 되기보다 상처받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성과급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학교마다 기준을 정해서 선생님들을 세 등급으로 나누는데, 그 기준의 공평성확보로 인해 단위학교마다 기준을 정할 때 애를 먹는다. 그리고 그 성과급 체계로 교사들의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진심을 담아내어 평가할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

결국 진정한 교육적 가치의 실현은 행정적으로 교육시스템 내에서 드러나거나 보상으로 주어지지 않는다.

이 지점이 훌륭한 교사의 갈림길이다. 훌륭한 선생님들은 보상을 바라고 아이들을 만나지 않는다. 인정을 받거나, 승진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교육활동에 열정을 쏟는 것도 아니다.

교권이 추락하고, 민원의 대상이 된 교사들은 날이 갈수록 자존감을 지키면서 학생들 앞에 서기가 정말 힘든 현실을 마주한다. 소신껏 열정을 다하는 교사들이 오히려 상처받을 위험이 높아지니, 학생들과의 거리 유지를 미덕으로 생각하는 교사들도 차츰 많아지는 것 같다.

나도 몇 번의 위기를 거치면서, 치유되지 않는 상처를 여전히 가슴에 품으면서 이 자리를 지켜왔다. 다른 선택권이 없는 생업이라는 현실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이들에 대한 사명감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악조건 속에서도 정말 많은 선생님들이 그런 사명감으로 현장을 지킨다. 그럼에도 교육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명문대를 보내는 것만이 교육의 전부가 아닌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방향을 보여주어야 하고, 학생들의 인격적인 성장을 도와야 하고, 각자가 꿈을 포기하지 않고 행복걸음을 계속 갈 수 있도록 넘어지는 아이들을 일으키며 확신을 주고 희망을 심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사교육에 비해 가르침에 대한 전문성을 상실했다고 욕을 먹으면서도 교육이 마지막 희망이라는 사명감으로 이름도 빛도 없이 자리를 지키는 그분들의 헌신은 곳곳에 존재한다. 드러나지 않는다고 제대로 안 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분들의 가치는 제대로 잘 하고 있을 때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 세상은 유명세나 인지도가 높은 분들이나, 사건사고로 인해 다른 의미로 유명한 분들에 의해 좌우되는 게 아니라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역할을 묵묵히 다하는 Invisible한 존재로 인해 유지되는 것이다. (아래 Invisible 도서 리뷰 참고)

https://blog.naver.com/chungvelysam/221014272897

그런 와중에도 굳이 자신의 능력과 한계를 넘어 열정을 발휘하시는 선생님들도 의외로 많다. 그런 후배교사를 볼 때마다 한 번식 말리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 분들의 특징은 대개 이렇다. 

거절을 잘 못함. 아쉬운 소리도 못해서 혼자서 힘든 일을 다 감당하려고 함. 사소한 한 마디에도 상처받고 게다가 상처도 오래감. 늘 웃으려 애쓰고 남을 배려하려고 애씀. 일을 몰고 다님. 인기도 많지만 늘 피곤하고 힘듦. 모든 상황과 결과가 자기책임인 것 같음. 방어적 염세주의자로서 늘 최악의 가능성을 대비함. 사소한 인정과 칭찬에도 감격함.

그런 분들께 유경험자인 선배로서 이런 처방을 내려주고 싶다.

한계를 인정할 것. 약점보다 감정에 더 집중할 것, 즉 선택과 집중을 할 것. 거절은 학생들에게 더 집중하기 위한 어렵지만 필수적인 덕목임을 기억할 것. 감정에 좀 더 솔직해지고 표현도 적극적으로 할 것. 

모든 학생들이나 선생님들께 좋은 인상을 주거나 인정받으려 애쓰지 말 것. 모두가 다 자신을 좋아하고 자신의 좋은 의도를 다 알아줄 수 없음을 기억할 것.

지금 이 순간 한 번에 한 학생씩만 바라볼 것. 교사의 교육활동은 결실이 아니라 씨를 뿌리는 작업임을 기억할 것. 그러니 기다릴 것. 

지금 이 순간 자신의 진심과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 결과나 결실을 확인 못 하는 것이 당연한 상황에서도 정말 의미있는 귀한 일을 해내고 있음을 자각할 것.

좌절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동일한 위로가 전달되도록 할 것.

연수 때 만난 교육적 열정 속에서 번아웃이 왔다는 후배선생님과의 인연으로 이 글을 썼다. 주고받은 몇 번의 메시지에서 치열한 고민 속에서도 이미 답을 가지고 계신 것을 확인했고, 선배 교사로서 도움을 드리려 했다가 내가 더 위로를 받았다. 교사로서 가장 중요한 역할 중에 그 선생님의 아래 메시지를 가슴속에 꼭 눌러 담고 있는 중이다.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단 한 사람의 어른(One caring adult)이 되어주고 싶은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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