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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블리쌤 Jul 14. 2023

(질문) 기초학력 부족 학생 수업 방식?

후배교사 질문

학생들이 영어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단어>문법,구문>해석의 단계로 진행해야 된다는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하지만 학교수업은 정해진 진도가 있다 보니 단어의 뜻도 제대로 모르는 학생들을 데리고 마지막 '해석'단계의 수업을 하려니 고민이 많이 됩니다. 특히 빈칸 문제를 풀 때는 논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글의 구조를 분석해 주곤 하는데 아이들은 영어는 둘째치고 한국어 설명도 힘겨워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지문 들어가기 전에 이야기식으로 풀어서 설명해 주는데도 내용 자체를 못 알아듣는 것같더라구요..제 설명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요 ㅠㅠ 기초학력이 부족한 학생들을 데리고 영어수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궁금합니다...!

답변

제 경험상 일단 파닉스를 확실하게 심어주는 게 출발인 것 같아요. 단어를 읽을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암기가 가능해지기 시작하거든요. 그리고 기본단어 닥단(닥치고 단어)도 어느 정도는 필요합니다. 기본 어휘가 되고 나면 어근, 접사 방법도 날개를 달 수 있고, 영화와 같은 맥락을 통해 단어를 보면 흥미도 배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초임때는 아이들 벌주면서 공부시켰던 것 같아요. 매시간 예습 단어 구두 테스트해서 틀린 애들은 다음 시간 되기 전까지 재시를 강제로 시키기도 했구요.

대구여고에서는 단어 간절함반을 만들어서 제 단어장 한 페이지만 주고 테스트 통과하면 그 다음 장을 내주고 수료하면 세특에 적어주는 방식으로 진행하기도 했어요. 수준별 영어수업할 때 C반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방식이었죠.

지금은 시대가 달라지고 힉교 분위기도 다 다르니 고민이 더 필요할 것 같네요.

 

선생님 생각이 옳아요. 일단 단어가 우선입니다. 단어만 되면 수업을 이해하기 시작하고, 어떻게든 문장 뜻을 연결할 수 있거든요. 사실 단어만 되면 문법도 금방 끝내죠. 물론 지식 위주가 아니라 제가 제시해 드린 활용문법이라면 말이죠. 

수업진도와 균형을 맞추면서 선생님께서 지금하시는 것처럼 단어를 다양하게 시키실 방법도 연구가 필요할 것 같아요. 

물론 선생님의 열정을 몰라보고, 본인 스스로 학습에 의지나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다면 선생님의 열정과 애씀이 조금씩 무색해지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사소한 영향력으로부터 소소한 성취와 변화를 한 번씩 체험하시면 열정의 불씨를 이어가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의외로 <동의어는 없다> 같은 컨셉이 기본단어를 알고 어디선가 본 단어를 연결해서 스키마에 맞춰 설명하는 방식으로 흥미를 더 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그러니까 학생들의 스키마인 것 같아요.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거나 흥미를 유발하는 관련 단어와 내용들 위주로 제시하도록 연구하는 거죠.

수업시간에 가르쳐 줄 수 있는 내용에는 시간의 한계가 있고, 진도를 제대로 나가기에는 학생들 수준과 영어 공부를 하려는 의지의 문제가 있을 수 있거든요.

교실 밖에서 조금씩이라도 학생들이 움직일 수 있어야 영어의 실력이 갖춰집니다. 물론 수업시간에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알아가는 즐거움을 주면서 수업 들은 것만으로도 기본기가 쌓이도록 조금씩 체계화시키는 교사의 노력도 필요하죠. 

 

영어를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문화적인 혜택을 강조하는 것도 의미가 있는데, 그건 팝송이나 영상매체 등의 클립을 통해 제시하여 동기유발시키는 것으로 실감나게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해요. 오히려 교과서 밖에서 영어를 만날 때 진짜 언어라는 느낌을 가지고 학생들이 몰입하게 되기도 하거든요.

 

최소한의 진도를 나가면서도, 그 안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단어와 구문을 알려주어 결국 학생들 혼자서도 문장구조가 보이는 걸 목표로 지도하는 수업기획이 필요할 것 같아요. 모든 학생들을 다 이해시킬 수 없다는 걸 받아들이시면서, 수준을 더 낮출 수 없으니 흥미요소를 더 가미하는 식으로 주의를 끌어모아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주워들을 수 있다면 그 다음 배움의 기회에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니까요.

 

수업 몇 시간의 효과나, 가시적인 성과만 바라보지 않으시면 오히려 유의미한 교육활동을 전개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한두 개라도 아이들의 마음에 뭔가를 심어주는 거죠. 이왕이면 영어를 통해 인생을 느끼고, 사랑을 배우며, 생각할 기회를 가지도록 할 수 있다면... 거기다 선생님의 진정성 있는 썰들을 조금씩 풀어주면서 교감이 이뤄질 수 있다면... 그 든든한 존재감의 교감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우리의 역할은 본인이 스스로 영어를 공부하려 하거나, 삶을 마주할 때 자립할 수 있는 기본기와 마음의 용기를 심어주는 것이니.. 서두를 필요도 조급할 필요도 없구요.

또 각자의 수준과 속도와 역량을 고려하셔서 사소한 성취를 통해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적극적인 배움의 의지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선생님만의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온라인상에서 컨텐츠를 축적하시면서 도움을 주시는 것도 좋구요. 학습코칭을 위해 개별적으로 절실한 학생들을 만나도 좋구요.

재미있는 수업을 통해 혼자서도 영어를 통해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의지와 동기를 조금이라도 얻었다면, 수업시간에 한두 가지 더 가르쳐 주는 것 이상의 평생 자산을 선물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그리고 모든 학생들이 수업이나 학습코칭에 다 반응하지 않아도, 표현을 하지 않아도, 분명 수업에서 배움이 일어나고 삶의 작은 변화라도 시작되는 아이들이 있을 거예요.

 

그래도 초반에는 닥단을 해야 할 수 있음을, 그 문턱을 넘어야 재미의 영역에 들어설 수 있음을 끊임없이 주지시키시면서, 의지가 생긴 아이들에게 공부할 방향과 자료를 제시해 주세요. 

 

평생공부의 내공을 생각하면 영어도 중요하지만, 결국 국어 문해력인 것 같아요. 영어를 해석하고도 무슨 말이지 모를 수도 있다면, 챗 GPT의 대답을 듣고도 해석을 못할 수도 있어요. 그 문해력과 이해력이 어떤 분야에서 활약을 할 때에도 큰 힘이 되거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음을 알려주면서, 사소한 읽기의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도 연구해보시구요. 저는 담임할 때 아침 독서시간을 운영하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글 읽고 댓글달기를 꾸준히 시키고 있어요. 모두가 열심히 참여하는 건 아니지만 무대를 마련해 주는 건 교사의 역할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자세한 읽기 프로그램은 제 블로그 학급특색활동(독서, 댓글달기) 등을 검색해 보세요.

 

우린 영어교사지만 아이들에게 평생공부의 기본을 갖추게 해주고, 습관형성을 돕고, 더불어 사는 법을 깨우쳐주는 역할도 같이 할 수 있어요.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는 역할도 할 수 있구요.

마음을 비우면 성취감의 기회는 더 많아지는 것 같아요. 모든 학생들의 실력을 다 책임지고, 한순간도 의미 없이 보내면 안 된다는 비장함에서는 조금씩 벗어나셔도 되어요. 

 

결국 성장은 각자의 출발점을 인정하는 지점에서, 자신의 역량과 속도에 맞게 가는 데까지 가는 것을 의미하고, 교사의 역할은 상대평가로 이미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매 순간 한 걸음의 의미를 감사함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일 수 있는 것 같아요.

 

선생님의 이런 고민은 이미 해결을 향해 있고, 학생들을 향한 진심이 담긴 사랑이 담겨 있어, 모두가 행복한 수업시간이 예약된 것 같은 느낌이에요. 고민을 멈추지 마시고, 매시간 수업 전 그 고민에 영혼을 담아 아이들 만나시길... 그러다 보면 무조건 서로가 더 행복한 방법을 찾게 되실 거예요. 

선생님의 진심이 아이들과 만나는 곳에서의 행복교육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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