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짝꿍쌤께 교육대학원 현직교사 특강 초대 받았다고 얘기했다가 학년 담임쌤들께 커피를 샀다.
선생님들은 신분상승이라도 한 것처럼 축하와 대대적인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다. 너무 정겹고 감사했다.
심지어 선생님들은 특강을 매주 나가면 좋겠다고 격려하셨다. 매주 커피 내라는 의미였다ㅋㅋ
그동안 전체 교직원, 영어교사, 학부모, 학생 대상의 강연을 해왔고, 교생실습 직전의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특강도 했었지만, 교육대학원 석사과정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은 처음이라 그 떨림과 설렘은 이전과는 좀 달랐다. 예측되지 않는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불안함으로 혹 내가 상황에 맞지 않는 실언을 하면 안 되는데 염려하는 마음과 그들의 마음에 울림과 웃음을 선물하지 못하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때문이었다.
그 모든 느낌을 그냥 설렘이라고 규정하기로 했다.
교육대학원은 늘 내게 절실함을 떠오르게 한다. 그래서 설렘은 그 느낌과 멀지 않았다.
<교육대학원이 절실함으로 다가오는 젊은 날의 기억>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군대 미필이라서 하나라도 합격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해 놓은 것 없이 바로 군대를 가야 하는 불안함으로 나는 임용고시, 일반대학원, 교육대학원 세 가지 시험을 다 응시했는데 모두 다 합격했다. 그것도 수석합격이었다. 안물안궁이지만..
동기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세 개 중 한 개라도 걸리면 다행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면서 결과가 그게 뭐냐고ㅋㅋ
대학원은 중복합격이어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교직생활과 병행하려면 교육대학원이 훨씬 더 유리했다. 야간에 수업이 이루어지고 교사에게 특화된 과정이기 때문이었다.
지도교수님은 내게 일반대학원을 강력하게 권하셨다. 선택의 폭을 넓히라는 의도셨다. 교수님은 내가 유학을 가서 공부를 더 하기를 바라셨다. 교사를 하다 보면 3년 후부터 권태가 올 수도 있다는 말씀도 하셨지만 내게는 끝끝내 적용되지 않는 듯하다. 공부를 계속 하지 않은 것에 미련도 후회도 전혀 없다. 학문을 위한 공부보다 당장이라도 활용할 수 있는 미드나 매체나 독서를 통한 삶으로 하는 교재연구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대학원 선택을 한참 고민 중이던 그때 한 낯선 여자분의 전화를 받았다. 나에게 교육대학원 대신 일반대학원을 선택하면 안 되겠냐는 부탁이었다. 어디선가 내가 중복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내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는지 연락을 해온 것이었다. 자신이 예비합격 1번이라서 내가 교육대학원을 등록 포기해야 입학할 기회가 생긴다고 하면서, 나는 사범대 출신이라서 교원자격증이 받겠지만, 자신은 비사범대라서 교육대학원 아니면 교사의 길을 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노력했을지, 그리고 이번에 안 되면 1년 얼마나 더 고생해야 하는지 나도 공감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지만, 엄밀히 말하면 내 선택과 상관없는 이유들이었다.
그런데 한편으로 너무 큰 간절함이 느껴졌다. 초면에 정말 어려운 대화였을 텐데 불쾌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정중하게 그리고 간절하게 내게 호소하고 있었다. 보통 용기와 간절함으로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마음속 깊이 느끼면서 마음이 마구 흔들렸다.
지금이라면 일반대학원은 옵션이 아닐 것이다. 지금은 교직과 일반대학원은 병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여자분의 간절함이 닿았는지, 교수님의 조언을 받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결국 일반대학원을 선택했다. 결과론적으로 그 여자분의 간절함의 영향도 없지 않았을 것 같다.
그 당시 통화를 했던 여자분은 어디선가 교사를 하고 계실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믿고 싶다. 그 간절함으로 많은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과 성장에 기여하고 있을 거라고도 믿고 싶다.
교육대학원 특강을 앞두고 그 간절함이 생각난 거다. 내가 만나는 분들은 사연은 다 다르지만 그런 분들일 것 같았다.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강의를 준비했다.
그 젊은 날의 나를 만나러 가는 느낌이다. 설렘으로 준비했다. 이후 이야기는 다녀와서...
특강을 다녀왔다.
기대했던 대로 학생들의 순수한 열정을 만났다. 한 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만 아쉬울 뿐이었다.
초대해 준 대학원 동기 교수님은 물론 학과장교수님까지 오셔서 학생 이상으로 몰입하며 질문까지 하시는 열의를 보이셨다.
교수님들께서 현직교사 특강에 참여하시는 것도 놀라웠지만, 이렇게까지 열정과 겸허한 배움의 모습을 보이시다니... 그 자체로도 학생들에게 배움과 삶의 모델이 되실만했다.
초대한 예의로, 혹은 학과장으로서 자리를 빛내려는 명분상의 참석이 아니라 특강에 한 시간 내내 몰입하시는 두 분 교수님들의 빛나는 눈빛과 적극적인 호응을 보고 한 시간 내내 감동을 받았다. 매 순간 환대 받는 느낌이었다.
굳이 강제 연수가 아니면 참여하려 하지 않는 나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그 느낌만으로도 난, 특강하러 간 것 이상으로 배우고 돌아온 거였다.
임용현실이 각박하고, 교사가 되어서도 온전한 평안을 보장할 수 없는 요즘 시대에, 마냥 교직에 대한 낙관적인 이야기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로서 서야 할 마땅한 이유와 이후 주어질 기회에서 진심을 다하는 방법 등을 전했다.
교육현장과 소통하려는 특강의 취지에 맞게, 적어도 살아있는 교육학 강의가 되기를 소망했고, 삶의 방향성의 구체적인 현장의 목소리가 되기를 원했다.
특강하러 가는 길에 대학 캠퍼스에서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대학생들의 젊음을 마주했다. 특강을 듣는 교육대학원생들도 많이 젊고 열정이 넘쳤다. 그전에 대학캠퍼스를 갔을 때와는 달리 그냥 학생들이 마냥 어려 보이기만 했다. 큰 딸의 나이와 차이가 없을 것이니 그럴 만도 했다. 생각해 보니 내가 그때보다는 나이가 훨씬 더 든 거였고, 상대적으로 그들과 나이의 격차가 벌어져 있던 거였다ㅠㅠ
초대한 교수님이 정해준 특강 주제는
<미래사회의 영어교사로서 갖추어야 할 역량>
나의 결론은
그러기 위해 더 인간적이 되자는 것이었고, 완벽하지 않아도 대체할 수 없는 자신만의 스토리를 삶으로 써 내려가면서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자는 것이었다. 보이지 않아도, 알아주지 않아도 교육으로 뿌리는 씨앗은 단 하나도 의미 없는 것이 없을 거라는 확신으로 멈추지 말자는 이야기를 역시 나만의 삶으로 전했다. 나의 그 진심이 그들의 간절함과 절실함에 맞닿는 느낌이 들어서 행복했다.
특강 후 정말 감동했다고, 자신의 삶은 내 특강 듣기 전과 후로 나뉠 것 같다고 인사를 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너무 감사한 순간이었다.
학과장 교수님께서 특강 직후 학교 업무와 수업준비를 병행하면서 어떻게 다 감당할 수 있냐고 질문을 하셨다.
일단 업무를 감당하려면 일잘러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그래서 학교에서 링크해 드린 <일잘러 되기 시리즈>를 참고하시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일잘러가 되어야 하는 이유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서 학생들에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단순작업을 하게 될 때는 고민해서 효율을 찾는다고.
그리고 교재연구에 대해서는 덕업일치의 삶에 대해 강조하면서, 영어로 된 모든 매체와 읽을거리 등이 모두 교재연구인 것이니, 그리고 학생들은 교사의 눈과 귀로도 세상을 보고 듣게되니, 그 설렘으로 그저 많이 감동받고, 감성적이 되고 재미있게 즐기고 누리고 행복하면 된다고. 그러면 그 행복과 즐거움이 학생들에게도 전이될 거라고...
마치고 잠시 학과장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교육현장과 접목하는 사범대나 교육대학원 시스템을 간절히 원하시는 것 같았다. 4주간의 교생실습만으로는 교육현장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할 것 같다는 아쉬움을 이야기하셨다. 진정 학생들을 아끼시는 진정성과 따뜻함이 느껴졌다.
현장 선생님들의 평상시 수업을 사범대 학생들이 참관하고 배울 수 있는 기회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시길래 학교 관리자분들께서 허락만 해주시면 내 수업을 오픈하고 함께 고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드렸다. 보여주는 만들어진 수업이 아닌 평소 교사 수업의 부족한 모습 그대로 보여주면 학생들이 그 낮은 문턱에 오히려 더 용기를 얻을 수 있고 힘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성사되기도 전에 변명부터 하고 있었다.
교수님들뿐 아니라, 특강에 참여한 교육대학원 학생들 모두에게 전달한 노션페이지 링크에 특강 자료에 더해서 내 전화번호와 이메일 등의 개인정보를 그냥 공개해 드렸다.
교직 인맥이라고 생각하고 언제든 필요할 때 연락하시라고...
대학원 동기 교수님은 내게 이후의 역할에 대해 성사될지도 확실하지 않으면서 예약하듯 잠정적인 부탁을 했다. 난 특강비나 강사비 등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니 혹 수요나 필요가 있다면 후배 예비교사들을 만나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를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다고 마음을 전했다.
동기 교수님으로부터 교육대학원을 거쳐서 교사로 활약하고 있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말을 들어서만은 아니고, 이렇게 학생들과 교수님들이 모두 진심을 다해 교육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교사의 꿈을 간절하게 키우고 있는 그 뜨거운 현장에 잠시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 벅찬 경험이었고, 감사한 기회였다.
거듭 감사를 표현하시는 학과장님께 내가 오히려 영광이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렸다.
기회가 될 때마다 힘닿는 데까지 돕겠다는 나의 제안은 예의상 그냥 해본 말은 아니며, 마치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는 현실 인식에서 나온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세대교체를 준비해야 한다는 비장함과 슬픔 가운데서도 솟아오르는 희망을 느꼈다.
그렇게 교육은 계속될 것이다. 상황이나 환경의 변수에 맞서서 이미 현장에 나와 있는 선생님들은 물론, 예비교사들과 그들을 돕는 교수님들의 헌신이라는 상수가 교육의 희망으로 이어질 것임이 확실하다. 내가 그곳에서 두 눈으로 분명히 보았고, 확실히 느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