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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는 말의 역설

by 청블리쌤

힘겨워하는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은 관심의 표현이며 아름다운 일이다.

그런데 힘내라는 말에 응원의 마음이 온전히 닿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치 아직 힘을 덜 내서 힘든 일을 겪고 있다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울증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힘내라는 말은 의도와는 다르게 더 큰 상처를 준다고 한다.

괜찮을 거라는 말도 당장 전혀 괜찮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위로의 말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면 힘내야 하는 이들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한다는 말인가?

말을 아끼고 그냥 들어주면 된다.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해주는 것만으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니, 말로서 자신의 진심을 증명하려고 굳이 애쓸 필요는 없다.

그리고 너무 정답 같은 결론을 성급하게 얘기해서도 안 된다.

요즘 몸이 별로 안 좋다고 할 때 "운동해야지!"라는 뻔한 결론은 정답 여부를 떠나서 오히려 상처가 되기도 한다. 운동을 안 하는 것에 대한 비난이나 책망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듣는 이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오히려 힘겨운 이런 말들이 오가면서도 관계가 유지되는 것은 위로와 격려를 해주는 이들의 역할 때문이 아니라, 듣는 이가 오히려 상처나 섭섭함을 무릅쓰고 상대방의 본심을 이해하려고 애쓰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이렇게 반발할 수 있다. 그러면 힘내지 말라고 할 것인가?

언젠가 힘을 내야 하겠지만, 그게 지금 이 순간이 아닐 수도 있으며, 힘을 내는 건 본인의 자발적인 의지여야 한다. 너무 힘겨울 때는 쉬어야 하고, 힘을 뺀 상태에서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누구나 방전의 상태를 겪는다. 그때 필요한 건 여백과 충전에 필요한 기다림의 시간이다.

완전히 방전되기 전, 수시로 충전을 하지 못했을 때는 충전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 서럽게 울 때 울지 말라는 말도 눈물을 멈추라는 명령 같은 위로가 아니라, "너의 눈물에 나도 마음이 아프다"는 마음이 전달될 때에만 진정한 위로와 힘이 된다.

눈물이 필요할 때는 그걸 막으면 안 된다. 눈물이 마르면 더 울라고 해도 울지 않을 것이니...

내 경험 상 눈물을 흘리는 이에게 왜 그러냐고 다그치듯 묻는 건 상대를 더 힘겹게 하는 행위일 수 있었다. 보통 눈물이 말라야 입이 열린다.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이 다 울 때까지 어색함의 침묵을 곁에서 감당하는 더 어려운 미션을 감당해야 한다.

그 어색한 간극을 인위적인 나의 개입으로 채워놓으려 한다면, 상대의 마음은 그만큼 닫힐 수도 있다.

전달하는 사람의 진심이 전달되는 것이 실패하거나, 듣는 이의 상태가 너무 vulnerable(취약한) 한 상태라면 상대방의 선의는 고스란히 상처로 전달될 수도 있다.

상대가 힘겨워할 때 그들에게 필요한 건 우리의 입이 아닌 귀다. 물론 공감하고 감정이입하는 진심이 담겼을 경우에만 해당되는 경청의 마음이다.

어차피 공감과 감정이입에는 잠시 멈춤(pause)이 필요하다. 그 멈춤의 공백과 여백이 나만의 생각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극적인 타이밍이 될 것이며, 이해받는 사람들에게는 급속충전의 시간이 될 것이다.

우리는 기다림으로 더 큰 위로와 사랑을 전할 수 있다. 그게 지금 이 순간 뭐라도 해주고, 무슨 말이라도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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