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안은 변경 가능성을 시사하는 말이다. 실제로 이번 시안은 공청회를 거쳐서 12월쯤 확정될 예정이다.
각 학교에 시안에 따른 설문조사나 의견조사를 공문으로 받고 있고, 공청회 등을 거쳐서 수정의 폭이 커질 수도 있지만, 시안의 핵심 사항을 중심으로 전망과 대책을 정리해 보려 한다. 주관적인 해석도 포함되어 있으니 감안해서 보시길.
<적용 대상>
2023년 기준 중2부터
그러면 현 중3은? 재수하게 되면 해당된다. 학교 중3 학생들에게는 부디 해당될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러나 입시제도 변화에 약간의 유불리의 차이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재수의 길이 막힌 적은 없었으니 너무 강박처럼 조급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수능시험의 변화>
현행처럼 9등급 상대평가 체제 유지(영어, 한국사, 제2외국어도 현행처럼 절대평가)
1. 수능 선택과목 폐지
1) 의미
수능 응시 영역만으로 문이과를 구별할 수 없는 구조가 된다. 물론 대학은 여전히 문이과를 분리해서 학생들을 모집하니 진정한 융합과정이라고는 볼 수는 없지만 문이과통합이 처음으로 수능에 표현되었다.
현행 수능은 선택과목으로 문이과 전형을 구별한다. 사탐과 과탐은 물론이고, 수학의 경우도 확통은 문과, 미적분은 이과라고 일반화시켜도 크게 틀리지 않을 정도다. 국어도 언어와 매체 선택에 이과학생들의 비중이 더 크다.
2) 수학
선택과목을 폐지로 이과학생들을 중심으로 확통보다 5-10배 정도까지의 공부량을 확보해야 하는 미적분2를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면 부담이 크게 줄어든 건 확실하다. 수학 선행도 결국 미적분2를 해낼 수 있는지의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그러면 그 중요한 미적분은 고등학교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다는 것인가? 아니다. 현행 수학과정에서 수학2는 미적분이며 문이과 공통으로 다 이수한다. 선택과목의 미적분은 심화단계라고 보면 된다.
* 개편 시안 수능 수학 범위 : 대수, 미적분1, 확률과 통계
대수는 현행 수1, 미적분1은 수2에 해당하니 명칭 외에 큰 변화는 없다. 단, 문과학생들이 주로 선택했던 확통이 공통범위로 포함되면서 이과학생들은 확통을 의무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단, 미적분2가 심화수학으로 편성되어, 제2외국어와 같은 카테고리에서 추가 선택 응시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한다.
3) 국어
* 개편 시안 수능 국어 범위 : 화법과 언어, 독서와 작문, 문학
현행 수능에서는 문학, 독서의 공통범위에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라는 두 가지 선택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화법과 작문이 포함되고, 언어와 매체에서 언어가 공통범위로 포함되어 있다.
언어는 문법을 말한다. 고등학교 내신에서 원래 문법의 비중이 컸고, 등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니 상위권 학생들은 확실하게 학습을 해두어야 했고, 그런 상위권 위주로 언어와 매체 선택이 이뤄졌었는데, 이제 내신이든 수능이든 국어 문법은 반드시 제대로 학습해야 할 영역이 되었다.
2. 통합사회, 통합과학 편성
1) 사회탐구, 과학탐구 선택과목 폐지
사회, 윤리, 지리, 역사와 관련된 11개 사탐 선택과목 및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1, 2로 8개 과탐 선택 과목 폐지
원래부터도 선택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백분위 등에 대한 공정성의 문제는 늘 있어왔다. 어려워서 평균이 낮은 과목에서 본인 원점수가 높으면 표준점수가 유리하고, 표준편차의 영향도 있어서 만점자들끼리도 유불리가 갈린다. 사탐, 과탐 내에서도 유불리가 있었지만 사탐 및 과탐 응시자들끼리의 유불리도 있다. 대체로 과탐의 표준점수가 더 높게 나오는 편이다. 수학은 미적분, 국어는 언매의 표준점수가 대체로 높게 나와서 상위권 대학 중심으로 이과학생들의 문과침공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물론 이과학생들의 공부량과 실력을 생각하면 공정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현행수능은 자신이 더 좋아하고 과목보다 표준점수가 높은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암묵적인 룰이다. 제2외국어가 상대평가일 때 학교 교육과정에 거의 편성도 안 되어 있는 베트남어, 아랍어 선택이 당연했다. 학교에서 배운 적이 없으니 비슷한 입장에서 상대평가의 우위만 점하면 되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수능이 공통과목으로만 구성이 되면 이런 선택과목 유불리가 다소 해소될 전망이다.
2) 문이과 공통 통합사회, 통합과학 모두 응시
이제까지는 이과학생도 물리, 화학, 생명과학, 지구과학 네 과목을 다 공부하지는 않았다. 내신을 위해서는 세 과목까지 선택하는 경우가 많고, 수능은 두 과목을 선택하게 되니 특정 과목은 이과라도 공부하지 않았었는데, 그래서 의대지원자들도 화생을 선택해야 함에도 공부가 더 수월하고 표준점수에 유리한 생지를 선택하고, 공대를 지원하는 학생들도 물리나 화학을 기피하는 기현상을 입시의 특수성으로 바라만 보았는데 이제는 과학 네 분야를 다 공부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될 듯하다. 심지어 문과학생들도 물화생지를 모두 공부해야 한다.
물론 선택과목으로서의 깊이와 분량에 비해 5분의 1 정도로 예상되는 기본 내용을 다루긴 하지만, 어쨌든 골고루 다 해야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과생들도 사회과목을 다 공부해야 하고, 문과생조차도 지리, 역사, 윤리, 경제, 법과 정치 중에서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굳이 선택하지 않을 자유도 이제는 사라질 것이다.
길게 보았을 때, 융합적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3) 통합사회, 통합과학 출제 및 대비 방향 예상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고1 때 개설되는 과목이다. 그러면 수능은 너무 쉬워지는 것이 아닌지, 단기간에 완성이 가능한 것은 아닌지, 2, 3학년 때는 수능대비로 공부할 게 없는 것인지 의문이 들겠지만, 그럴 리는 없을 것 같다.
전범위를 다 다루게 되면, 문제가 다루는 내용과 선택지가 역사, 사회, 정치, 경제, 지리 등이 융합적으로 출제될 수 있으니 단순 암기 이상의 능력을 요구할 것이다. 통합사회에서 다루는 경제, 정치, 법 등도 만만치 않은 수준이다. 융합적 사고를 요구하는 문제로 출제한다면 고1 수준에서 머무는 학생들은 좋은 점수를 받기가 어려울 것이다.
학생들은 통합사회, 특히 통합과학을 매우 어려워한다. 게다가 계열을 초월해서, 자신의 취향을 넘어서 모든 영역을 다 커버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그러면 2,3학년 때 개설되는 원래 수능선택과목이었던 사회, 과학 과목은 오히려 통합사회, 통합과학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러니 수능 직전까지도 꾸준히 공부해두어야 할 것이다.
마치 현행 수능체제에서 2학년 때 화학1, 생명과학1 등을 배우고, 3학년 때 화학2, 생명과학2를 수강할 때, 수능대비까지 같이 하는 것과 비슷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3. 수능 난이도 예상
미적분2와 탐구영역의 심화과정도 제외된다면 수능이 너무 쉬워지지는 않을까?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수능 수학이 쉽게 출제된 것 같다고 수학교사들이 입을 모아서 얘기했을 때, 학생들은 너무 어려웠다고 반응이 엇갈린 해가 있었다. 학원에서 유형에 맞게 양치기를 했던 학생들에게, 원리를 묻지만 다소 생소한 유형의 문제는 객관적인 난이도가 낮더라도 실제로는 체감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원리 중심, 이해 중심, 융합 중심의 출제는 충분한 변별력을 가질 것이며, 차츰 학생들의 암기위주 학습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통합사회와 통합과학도 광범위한 내용을 융합적으로 다루고 있으니 평소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학습하지 않고, 단기간의 사교육만으로 대비하려 하는 학생들에게는 특히 더 어려울 수 있을 것이다.
4. 정시 40% 유지 방침
공청회 등을 거쳐서 변경될 수 있지만, 일단 교육부는 정시 40%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서울의 주요 15개 대학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이며, 전국적으로는 수시가 80% 정도의 비중이다.
킬러문제를 없애겠다는 의지는 미적분2 등 선택과목의 제외로 그 방향성을 일관되게 이어가면서도, 정시 40% 및 학교 내신을 5등급으로 하면서도, 수능 9등급을 유지하는 것은 분명 수능의 변별력을 확보한다는 의도다.
5. 수능 자격고사, 논술형 평가?
수능 자격고사, 논술형 출제 등에 대한 예상도 있었지만, 교육부는 두 가지 방향 모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하게 했다. 일부과목 절대평가 유지한 9등급 상대평가를 유지하며, 수학 단답식 외의 선택형 문항 출제도 현행을 유지한다. 그 외의 요소를 그대로 두고 선택과목을 없애는 선택만 한 것이다.
그 대신 논구술을 학교 내신에서 비중을 늘려가며 점차 확대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내신도 대입시험인데 그 공정성에 대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지, 그 공정성의 부담은 일선 학교 교사들에게 책임을 다 지우는 건 아닌지, 이상적인 교육방향이긴 하지만 학생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건 아닌지, 다소 우려가 되기는 한다.
<고교 내신의 변화 – 내신 5등급제>
1. 직전 방침에서의 변화
이전 방침에서는 고1만 9등급 상대평가, 2,3학년은 절대평가를 예고했었다.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모든 학년 절대평가를 하지 않은 건 내신성적을 살려두어 학생부교과전형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특목고, 전국단위자사고 등의 쏠림현상을 막는 최소한의 방어벽이었겠지만, 고1 상대평가 대비를 위한 중학생들의 사교육의 확대와 불을 보듯 뻔하게 예측되는 중학생들의 고통과 부담에 대해서도 고민스러웠을 것이다. 그리고 대학이 수시전형을 어떻게 수정할지는 모르지만, 수시를 위한 내신은 고1 때 끝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을 것이다.
2. 개편 시안의 핵심 - 내신 5등급제 시행 범위?
이전 방침에 대해 타협안으로 내놓은 것이 9등급을 5등급으로 완화하고 전체 교과로 확대한 것이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현행 내신은 1학년 공통과목과 수능교과 위주의 일반교과는 9등급 상대평가지만, 그 외의 진로, 전문 교과들은 3등급 절대평가로 실시되어, 고교학점제에 맞춰 학생들이 모집단의 인원이나 과목의 난이도 등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고도 선택이 다소 자유로웠는데, 진로, 전문교과도 모두 5등급 상대평가로 전환한다는 것인지... 9등급을 5등급으로 하향하면서 과목을 늘려놓아야 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마 공청회 등의 과정에서 변화가 있을 것 같다.
3. 내신 9등급 vs 내신 5등급
* 등급별 누적인원(%) 비교
9등급 : 4-11-23-40-60-77-89-96-100
5등급 10 – 34 – 66 – 90 – 100
이대로라면 예전 4등급이 2등급에도 분포될 수 있고, 2등급 정도가 1등급에 분포하게 된다.
4. 5등급제의 예상되는 문제점은?
5등급제가 9등급제의 치열함보다는 경쟁이 덜 하겠다는 예상은 다소 합리적이긴 하다.
그 대신 경계 학생들, 예를 들어 내신 10.1%로 2등급이 된 학생의 타격은 엄청날 것이다. 9등급 체제 2등급이라면 여전히 아깝긴 해도 만회할 수 있는 간극이 넓지 않았지만, 개편안에서 2등급을 문 열고 들어가는 학생들의 상실감과 압박감은 만회해 보겠다는 도전의 의지까지 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2등급 분포가 24% 간극, 3등급이 32% 간극이므로 교육부가 학생부교과전형 유지에 도움이 될 거라고 했던 부분이 다소 의아하게 느껴진다. 반영 과목이 늘어날수록 일정 등급 확보가 더 힘들고 희소가치를 얻게 되겠지만, 그나마 10% 비중인 1등급은 간극이 가장 좁은데 비해 2, 3, 4 등급은 간격이 넓으므로 학생부 교과전형을 지금처럼 세밀하게 변별할 수 있을지... 대학의 고민도 깊어질 것 같다.
5. 최상위권 학생, 특목고 쏠림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억울할 학생들은 9등급 상대평가에서도 넉넉하게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메디컬이나 sky대학으로 진학하려는 최상위권 학생들이다. 물론 그런 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혹 실수로 10% 밖으로 벗어난 과목이 하나라도 생기면 현행 2등급의 타격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것이니, 10% 1등급에 안심할 수만은 없을 것이고, 특목고, 전국단위자사고, 교육특구 등에서는 여전히 긴장감은 계속될 것이다.
이러면 특목고나 전국단위자사고 쏠림현상이 분명 심해지긴 할 것이나, 간극이 넓어진 2,3등급에 비해 1등급 10% 비율은 현행 2등급 11% 비율을 상회하고 있으니 생각보다 1등급을 얻는 것이 만만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34%까지인 2등급 정도 든다면, 일반고 2등급보다 교육과정이나 생기부 기록 등에서 차별화되어 있어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훨씬 더 유리할 것이므로 이제까지 내신의 부담으로 망설이던 학생들의 주저함을 해소하게 해 주는 개편안임에는 틀림없다.
6. 내신 변별의 문제
어쨌거나 최상위권 변별은 지금보다 어려워질 것이며, 그 아래 등급도 이전보다 너무도 많은 학생들이 더 큰 무리를 지어 몰려 있으므로 변별이 제대로 이루어질지 의문이다.
그 변별을 어떤 방식으로 이뤄갈지, 의대 등 최상위권 대학은 교육부의 제약의 범위 내에서 면접, 서술평가, 논술을 실시하는 등의 대학별 고사 실시 여부로 대학의 고민이 더 커질 것이고, 중하위권 대학들도 약화된 내신을 보완할 다른 경쟁요소를 고민할 것이다. 내신성적이라는 정량적 요소가 약화된다면, 정성 평가를 강화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의 영향력도 커질 전망이다.
<대입 개편 시안의 개인적 해석, 전망 및 대책>
대입에서는 정보와 전략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므로 개선안을 철저하게 파악하여 학습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수시의 비중으로 봤을 때 내신부터 챙기는 학습방향은 유지되어야 한다.
고등학교 내신은 개편 전이든 후든, 고등학교 입학 이후의 시험공부가 아닌 이전의 준비도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1. 과목별 학습 방향
1) 국어
국어의 경우 독서와 문학의 비중은 여전하며, 수능범위에 문법이 포함되므로 어차피 고등학교 내신 대비를 위해서도 문법까지 철저히 학습해 두어야 한다. 평소 비문학독서의 꾸준한 축적은 여전히 중요하고, 객관화를 전제로 한 문학 문제 풀기 과정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2) 수학
수학은 심화 미적분이 수능에서 제외되므로 부담이 줄어든 건 맞다. 그래서 여유 있게 놀아도 된 거라고 해석하면 혼자서만 망하게 될 것이다. 심화 미적분이 포함되어 있을 때도 수학은 속도보다 깊이가 더 중요했다. 유형에 대한 양적 팽창보다 원리 이해가 더 중요했다. 그러니 이제 마음껏 수학의 깊이와 원리에 빠져들어야 한다. 속도가 아닌 더 치열한 수학적 사고력 향상에 애써야 할 본격적인 시간이 다가온다.
현행 입시제도에서도 문이과통합으로 문과학생들은 이과보다 훨씬 불리했다. 아니 문이과가 수학에서도 맞짱을 떠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능 선택과목이 달랐을 때는 그나마 1학년 공통수학, 학교마다 다르지만 2학년 수학1까지만 문이과가 함께 등급을 산출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미적분이 수능 필수과목에서 제외되면서 온전한 문이과 통합으로 수학내신은 공통으로 등급을 산출하게 될 것이다. 문과가 수학을 덜 해도 좋은 대학에 간다는 말은 이제 완전 역사로 사라질 것이니, 어떤 핑계도 대지 말고 누구나 수학 학습에 힘써야 한다.
새로운 입시제도에서도 내신이든 수능이든 수학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3) 영어
영어는 여전히 수능 절대평가에 묶여 있다. 수시제도를 얼마나 손을 볼지 알 수 없지만, 수능최저등급이 존재한다면 여전히 수시에서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물론 내신의 영향력도 중요한 건 말할 것도 없다.
그렇다면 일단은 유창성보다 정확성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어려운 것만 보면서 상상독해하는 것보다 기본단어와 문법부터 문장구조를 파악하고, 영작하는 능력까지 갖춘 단계별 학습이 중요하다. 수능보다 당장 급한 건 내신 영어이며, 그 중 서술형평가 대비이기 때문이다.
4) 통합사회, 통학과학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고1 때 개설되는 과목이지만, 실은 관련 교과의 융합적이고, 복합적이며, 체계적인 내용을 다루게 된다. 실제로 지금도 고등학교 입학 전, 예습을 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다. 특히 통합과학은 입학 후, 손도 못 대고 포기하는 경우까지 있다.
아직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저학년이라면 평소 학교 사회, 과학 교과 수업부터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수업에 머물지 말고 관련된 내용에 대한 자기주도적이고 자율적인 호기심 확장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독서는 필연적인 학습과정이다. 이는 현행 학생부종합전형 대비를 위한 교과세특의 필수적인 핵심 역량이기도 하다.
시험대비 참고서일수록 맥락을 제외하고 중요한 핵심만 개조식으로 나열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암기하라는 의도이고, 대부분은 조급하기 때문에 고민 없이 그 방향을 따르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는 맥락을 잘 파악하고 이해하는 학생들이 최강자가 될 것이다. 맥락은 사전지식과 문해력에서 나온다. 경제 관련 도서를 읽거나 관련 기사에 관심을 가진 학생들이 경제분야 학습을 할 때 속도와 이해면에서 그 효율성 면에서 압도적일 것이다.
결국 통합사회, 통합과학은 평소 독서량과 다양한 분야의 축적이 중요해질 것이며, 이렇게 축적된 능력은 국어 비문학독서는 물론, 전체적인 학습능력과 성과를 좌우할 것이다.
2. 독서, 문해력, 맥락파악의 중요성
예전에도 독서를 강조하며 딸들을 교육했고, 학교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더 결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이제는 자신의 관심분야만 덕후처럼 파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심을 확장해야 한다. 미래의 인재는 문이과 융합인재라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전공과 관심사만으로 경계를 세우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다양한 독서를 꾸준히 해야 어떤 지식이나 학문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공이 쌓이고, 이해의 과정으로 지적인 역량을 확장하는 것은 단지 고등학교 내신과 수능만 잘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의대에 진학할 학생들은 수학을 전국에서 제일 열심히 또 잘해야 했지만, 정작 의대에 가서는 수학을 계속 공부할 일이 없다. 단지 의대를 가기 위한 수단으로만 학습을 이어왔던 것이다. 이런 개편안이 추진된다면, 문제풀이에 집중했던 역량과 여유의 일부를 인문학적 소양과 문해력을 키우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AI 시대에 지식축적보다 더 중요한 건 AI에게 질문하는 능력이며, 이 능력은 평소의 인문학적 소양과 문해력에서 나오며, 이 능력을 바탕으로 AI 답변의 맥락을 파악하고 연결할 수 있다. 지식 활용, 재구성, 맥락 연결 등의 역량을 키우는 방향이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더 잘하는 비결과도 맞닿아 있다.
3. 사교육 경감 - 여전한 경쟁
개편안의 의도로 묻어나는 것 중에 하나는 사교육 경감에 대한 의지다. 물론 사교육은 순발력 있는 변화와 적응으로 계속 진화해 왔기 때문에 갑자기 위축되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9등급보다 5등급이 덜 치열한 것은 맞지만, 2등급을 맞으면 큰일 난다는 위기감이 커질수록 안정적인 1등급을 위한 사교육은 여전히 강력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2등급 학생들은 진입로가 넓어져 사교육의 도움만 좀 더 받으면 1등급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으며 학원을 더 찾을 수도 있다.
사교육은 단순히 경쟁을 줄이는 듯 보이는 숫자의 변화에 좌우되지 않는다. 여전히 더 좋은 대학을 가고 싶은 마음과, 의대를 가려는 수요와 욕심 값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전보다 더 평화로워 보이는 이면에, 완화된 경쟁 환경을 상쇄할 또 다른 분야에서, 미리미리 치열하게 준비하며 나름의 경쟁력을 갖추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키우려고 하는 그 경쟁력이 실제 도움이 될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불안하면 뭐든 하게 되어 있으니까.. 이불 당기기 하는 것처럼 한 쪽을 덮으면 다른 한쪽은 춥게 되어 있고 그 틈새를 사교육 시장은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대학서열화를 없애는 등의 방법으로 경쟁 자체를 불필요하게 만드는 등의 사회변혁적 시스템 변화가 없는 입시제도의 개편만으로 사교육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감은 별로 들지 않는다. 그동안 그 많은 대입 개편안을 겪으면서 한 번도 예외 없이 그 기대감은 늘 실망이 되었기 때문이다.
4. 공교육 기대감
그러나 이런 방향이 혹 깊게 학습하고, 학교에서 함께 탐구하고 협력하며 오랜 시간으로 축적된 역량을 강조하게 된다면 사교육의 뿌리를 뽑으려는 무모한 시도 대신, 공교육을 강화하는 교육방향이 조금씩 살아나지는 않을까 하며 속는 셈 치고 기대해 보고 싶다.
그리고 학교가 이번 기회에 암기와 단기 성취 위주의 교육보다 더불어 배움이 일어나는 교육의 장으로 개선되는 노력이, 선제 해결 과제인 교권회복과 더불어 전국적으로 사회현상이 되는 꿈을 그리며, 즐거운 상상을 하고 싶다.
5. 결론
이런 예상과 전망에도 불구하고 입시제도 개편안이 자신에게만 유리하다고 착각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며, 제도 개편 때마다 자신의 유불리를 따져보는 건 바람직한 전략적 사고지만, 성실하게 공부를 꾸준히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더 유리하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학생들이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는 제도의 개편도 함께 꿈꾸고 싶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이 어떤 제도와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변함없이 자율성과 자기주도성을 회복하면서 입시를 넘어서 평생 행복한 배움의 성장을 이뤄가길 간절히 기대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