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존경하는 선배님을 만났다.
겸손이 우러나와서 때로는 선배님이라는 사실도 잊게 만드는 분이다.
나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다.
그 주변에 있는 후배들은 늘 선배님과 열심히 뭔가를 했다. 동학년 동교과를 하거나, 학교업무를 하거나..
원래부터 열심히 일을 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상관없었다.
진정한 리더십의 모형이었다.
선배님은 인복이 많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지만...
그 인복은 선배님 스스로 만든 것이었다.
늘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되도록 열심을 다하도록 자발적인 노력을 하게 만드셨기 때문이다.
그 비결이 뭔지 생각해 보았다.
솔선수범이었다. 그 존재 자체로도 롤모델일 뿐 아니라, 선배님이 먼저 열심히 하시고, 후배를 진심으로 대하며 존중해 주고 인정해 주시니, 후배들의 마음과 몸이 움직이지 않을 수 없다.
선배님의 그런 열심과 열정이 닿는 곳에 "호의는 권리가 된다"는 말이 증명되어 배신감이나 상처를 받게 될 위험도 무릅쓰셨다.
그 선배님과 동교과를 했던 후배 선생님이 함께 열심히 노력하며 성장하던 꿈같은 경험을 이야기하길래, 이렇게 말해주었다.
"다시는 선배님 같은 분을 만나 그런 혜택을 누릴 기회가 없을 거라고 마음 비우는 편이 좋을 거예요. 이후로는 선생님이 후배들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야겠죠."
선배교사가 된다는 것은 조금의 노력으로도 감동을 주기에 더 좋은 자리에 있을지도 모른다. 자신의 나잇값을 따지지 말고, 자신이 받아야 할 대우를 생각하지 않고, 더 낮아지고,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그렇게 권리를 포기하는 듯한 모션에 후배들은 감동할 것이며, 선배 대접을 원하며 자발적 꼰대가 되어가는 선배들 사이에 차별화된 모습에도 놀랄 것이다.
그것은 권위까지 내려놓는다는 것과는 다르다. 선배로서의 권위를 유지하되, 권위주의적이 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다.
선배님이 요즘 교육 현실이, 권위주의가 사라져야 할 지점에 권위가 무너지고 있다고 안타까워 하셨다. 맞는 얘기다. 여전히 교육에는 권위가 필요하다.
그 권위는 스스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겸손한 섬김과 열정의 자리에 있을 때 후배들이나 학생들이 세워주는 것이다.
말로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먼저 보여주는 것이다.
삶으로 전하는 교육, 선배가 되어갈수록 책임져야 할 교육의 영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