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대학원 특강 이후 두 분의 선생님과 만날 기회가 생겼다.
내 강의를 들으셨던 분이 20년도 더 된 내 출판도서를 중고로 구입하시고는 내게 저자 싸인 요청을 하셨던 거다. 불후의 명작이었으면 초판본을 구했다는 감격일 수 있겠지만, 겨우 초판만 팔리고 재판 출간 없이 망한 책의 초판이었으니 그 가치는 중고도서로 구입한 가격만큼도 안 될 수도 있을텐데, 너무 좋아하시면서 싸인을 받으시는 모습을 보고 잠시 셀렙이라도 된 것처럼 설렜다가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함께 오신 다른 분이 내게 특강할 때 자료를 제한없이 공유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하셨다. 노력하고 애쓴 자료를 나누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닐텐데, 이렇게 나눠줘도 이것보다 더 좋은 자료를 얼마든지 더 생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였다고.
아닌데... 그냥 있는 자료를 아낌없이 다 공유한 건데. 물론 이후에 더 많은 자료가 계속 더 쌓이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그렇지 않아도 강의든 영어자료든 유료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나 권유를 많이 받기도 한다.
그러나 스스로 인지도나 후광효과에 따른 상품성이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자각하고 있어서 그런 권유에 설레발을 치거나 헛된 망상을 하지는 않는다.
내 자료나 강의가 누군가에게 미세하나마 도움이 된다면 열정페이가 아니라 오버페이다.
어쨌거나 인정을 받았다는 느낌보다 누군가에게 선배교사로서의 작은 울림으로 전해질 수 있었다는 감격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러나 그 울림과 영향력이 가닿는 것은 나의 역량이 아니라 그분들의 절실함의 깊이라는 것을 느끼고는 이내 겸손해졌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시다가 뒤늦게 교육대학원을 시작하여, 그 공백의 길이만큼 깊은 절실함으로 배움의 즐거움을 누리고 계셨다. 대학원 수업을 그렇게 재미있고 열심히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놀라웠고, 내 특강 시간에도 누구보다 몰입해서 경청하시며 반응을 보여주셨었다. 마치고 나서 내 특강에 큰 의미를 부여해 주시는 피드백도 잊지 않으셨다.
그런 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열정이 가득한 학생들을 만나는 것만큼의 축복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중학교에 와서 고등학교의 열정을 다 쏟아붓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져서, 심지어 백수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학교 학생들보다 더 큰 열정과 절실함을 마주하게 되어 잊고 있던 행복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