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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글에 이어지는 존경하는 선배선생님 따님 결혼식을 다녀와서)
초대를 받는다는 건 때론 가슴 벅찬 일이다.
초대 덕분에 아름다운 신부와 신부대기실에서 사진도 함께 찍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의 첫 만남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내게는 흐른 세월의 무게만큼 신기하고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오히려 내가 쑥스러워서 "너무 예쁘다"라는 솔직한 첫마디 뒤에 행복과 축복은 마음으로만 빌어주었다. 이 설렘과 행복의 순간이 이후 삶 전체를 지배하기를...
핵인싸 선생님답게 너무도 많은 하객들로 예식장이 가득 차서 마치 예식장 입구까지 봉쇄될 정도였다.
여러 학교 동창회를 하듯 선생님들끼리도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선생님과 인맥이 겹쳐 인사를 나눈 선생님들이 많았지만, 인맥을 나눠주시듯 선생님의 추천으로 자녀 컨설팅을 해드린 분들도 반갑게 인사를 해주셔서 기뻤다. 단 한 번의 만남이었음에도 아이가 정시로 서울 명문대에 진학했다고, 3년 전의 짧은 인연을 기억하고 감사 인사를 전해주신 선생님도 계셨다.
단 한 번의 만남이라도 신뢰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니, 내게 주신 신뢰만으로도 그 이상의 보상을 받은 느낌이 들어 감사했다.
선생님은 예식 후 식당에서 인사를 다니시면서 신랑에게도 나를 멘토선생님이라고 소개해 주셨다. 그 중요한 순간에, 따님의 아름다운 성장과 행복의 여정에 잠시 동행했었다는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가슴 벅찼다.
나도 다른 선생님들도 모두 한 마음으로 행복한 커플의 탄생을 축하하고 이후의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하며, 넘쳐나는 행복을 나눠가졌다.
15년 전 함께 동학년을 하면서 유독 나의 건강을 염려해 주고 챙겨주신 선배선생님은 나를 보자마자 허리는 괜찮냐고 물어주셨다.
난 감사한 마음으로 이렇게 대답했다. "허리 통증을 그냥 삶의 동반자로 받아들였어요."
각자의 삶의 여정에서 잠시 머물다 헤어지는 공립학교 선생님들과의 인연은 의도하지 않으면 현실에서 이어지지 않는다. 난 그 의도적인 모임에 참여하지 않는 은둔자 같은 삶을 살았음에도 이런 귀한 축복의 자리에서 그분들을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는 감동 같은 정겨움을 느끼게 된 것은, 존경하는 선배선생님께서 해주신 따님 결혼식으로의 초대 덕분이었다.
경조사가 있을 때마다 더 이상 일상을 공유하지 않는 우린, 기억 속의 그 사람이 아직 살아 있음을 서로 확인하고, 잊고 있던 행복한 순간들을 소환하여 재충전하며, 이후 각자의 행복을 응원하게 된다.
건강하게 지내다가 또 다른 우연한 만남을 통해서 서로의 그 행복을 다시 확인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