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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은 말하듯이(기자의 글쓰기-박종인)

by 청블리쌤

블로그에 작업한 글이 쌓이고 나니 내가 썼던 글이나 책에 대해서도 잊어버린다. 혹시나 해서 블로그를 검색해 보니 2016년 초판을 읽고 간단하게 작업한 내용이 있었다.

https://blog.naver.com/chungvelysam/221377267707

그로부터 7년이 지난 지금, 난 그때보다는 소위 공적 글쓰기를 많이 한다. 이 책도 개정되었지만, 나의 삶의 지향점과 글쓰기에 대한 관점도 달라졌다.

책을 보며 생각했다.

나의 글은 충분히 쉽고, 짧은가? 팩트보다 주장으로 뒤범벅되어 있지는 않은가?

감동과 재미를 주는 글인가?

저자의 조언 중, 글은 입말로 쓰라는 원칙은 글을 쓰는 부담감을 덜어주는 조언이다. 말을 잘 하는 아내는 유독 문자나 카톡 보낼 때 애를 먹는다. 내가 존경하는 선배님은 글 한 편 완결하시는데 소논문 수준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신다. 물론 선배님의 글은 고민한 것만큼의 깊이가 있고, 몇 번 더 읽을수록 새롭게 새겨지는 메시지와 울림이 있다.

그에 비해 내가 글을 자주 쓸 수 있는 비결은 더 잘 쓰려 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을 하듯 쓰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문어체와 구어체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지만, 구어체에서 의미 없이 들어가는 말과 반복어를 제외하고 그냥 생각나는 대로 손으로 말을 하듯 흘러가면 된다.

그러나 말을 할 때 결론을 정해 놓고 치밀하게 계획하지는 않는다.

저자의 조언 중에 글의 설계에 대한 강조가 있었지만, 난 그렇게 글을 쓸 자신도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된다. 혹 글이 길어질 때, 팩트 위주로 뭔가 정리가 필요할 때는 이미 완성된 글에 소제목을 붙인다. 그래서 내 글의 성장은 한계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혹 계속 글을 쓰다 보면 그 귀찮은 절차를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냥 글로 말을 한다.

일상 속에서 질문이나 자극이 주어졌을 때에야 글이 나오니까 무슨 글을 써야 할지를 잘 모른다는 것이 오히려 글감이 정해지고 글을 쓰는 것보다 더 어려운 과정이다.

결론은 그냥 흐름에 맡긴다.

저자의 조언이 절대적이지는 않겠지만, 기자로서 글을 전문적으로 쓴 경험치가 팩트에 녹아들어 강력한 설득력과 전문성이 뿜어져 나왔다.

이젠 이런 글쓰기 책을 보고도 주눅 들지 않는다. 이미 그 수준이 될 수 없다는 걸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편식하듯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부분만 이렇게 발췌해서 정리한다. 그러나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난 조금씩 내 껍질을 깨고 나오는 기회를 얻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저자의 명문장과 훌륭한 조언을 차려 놓고 식전 행사가 길어졌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길게 쓰지 말라고 한다. 주관적인 주장도 자제하고, 팩트 위주로 쓰라고 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팩트 중 스스로 반성하며 돌아본 몇 부분만 나의 이야기를 덧붙이지 않고 원문만 소개하려 한다.




<글에 관한 세 가지 이야기>

철칙 1 : 글은 쉬워야 한다. 무조건 쉬워야 한다.


철칙 2 : 문장은 짧아야 한다.


철칙 3 : 글은 팩트(Fact)다.


<글을 쓸 때 지켜야 할 원칙들>

고민하는 목적은 독자를 감동시키기 위함이고 고민하는 대상은 좋은 글을 구성하는 원칙이다.

글을 쓰는 궁극적인 목적은 재미다.

글이 재미있어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감동을 줘야 한다. 감동은 울림이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글은 마지막 문장까지 읽은 독자를 멍하게 만드는 글이다.


처음 신문사에 입사했을 때 선배들한테 지겹도록 들은 말이 있다.

‘신문 독자는 중학교 1학년이다.’

중학교 1학년이 읽어서 이해가 안 되면 글이 아니다.


"명확하게 쓰면 독자가 모인다. 모호하게 쓰면 비평가들이 달라붙는다." - 알베르 카뮈


<좋은 글이 가지는 일곱 가지 특징>

1. 좋은 글은 팩트다.

2. 좋은 글은 구성이 있다.

3. 글의 힘은 첫 문장과 끝 문장에서 나온다 – 글의 시작이 독자가 글을 계속 읽을지 여부 결정, 끝문장으로 읽은 보람 혹은 읽은 데 투자한 가치를 저울질함

4. 좋은 글은 리듬이 있다 – 작은 소리로 읽었을 때 막힘없이 물 흐르듯 읽히는 글

5. 좋은 글은 입말로 쓴다 – 글은 문자로 옮긴 말이며 사라져 버리는 말이 아까워서 문자로 옮기니 글이 됨

6. 좋은 글은 단순하다 - 너무, 굉장히, 매우 등의 수식어가 없다

7. 좋은 글은 궁금함이 없다 - 여운이 남을지 말지 여부는 독자가 결론을 안 다음에 판단할 문제


<주장이 아닌 팩트를 쓴다>

독자들이 관심 있는 부분은 메시지가 아니라 팩트다. 따라서 팩트를 통해서 메시지와 주장을 깨닫게 만든다.

“명강의로 소문난 훌륭한 강사십니다”라고 한다면 훌륭한 강사가 아니다. “지난 5년 동안 이 강사 수업을 거쳐 간 학생 150명 가운데 136명이 서울대에 합격했다”라고 하면 명강사임이 간접적으로 증명이 된다. 팩트가 없으면 거짓말은 그냥 거짓말이다. 사실도 믿을 수 없는 거짓말이 된다.

...

이 팩트가 제대로 수집되지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쓰게 되면 오로지 주장밖에 보이지 않는다. 또 기억, 경험, 자료, 인터뷰 등 글 재료가 풍부하더라도 미리 설계하지 않고 무조건 글을 쓰게 되면 주장을 하게 된다. 주장만 있으면 그 글은 재미가 없어진다. 백이면 백 재미가 없다. 설계와 팩트. 글을 재미있게 만드는 중요한 두 가지 요소다.

...

설계가 되지 않은 글, 팩트가 모자라는 글은 설득을 하지 못한다. 대신 주장에 몰입해 있다. 뒷받침해 줄 팩트가 없는 주장은 독자들이 이미 다 알고 있는 주장들이다. 상식적인 독자라면 바른생활이나 도덕 교과서에 나오는 당위적인 주장은 다 알고 있다.

...

팩트가 중요하지 주장은 중요하지 않다. 주장은 맨 끝까지 숨겨놓아야 글이 재미가 있다.

...

‘~해야 할 것이다’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면 그 앞에 있는 팩트로 이렇게 하고 싶게 만들어준다. 해야 할 그것을 안 지켰더니 이렇게 되더라 이렇게 되더라 이렇게 되더라 쭉 얘기해 주고 그리고 맨 끝은 다른 문장으로 끝을 내라.

‘더욱 열심히 해서 ~해야겠다’는 결심도 같은 맥락에서 글을 재미없게 만드는 문장이다. 이런 미담류, 바른생활류, 이런 주장을 하고 싶다면 숨겨놓는다. 대신 팩트를 많이 챙겨서 쓴다.


<퇴고>

글은 쓰는 게 아니라 고치는 것이다. 글은 써서 고쳐야 끝난다. 글을 고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재미가 있나? 일단 재미가 있나 없나 보라. 다시 읽으면서 자문자답해 본다. “너라면 읽겠냐?” 스스로 읽겠다고 답이 나오면 그 글은 재미있다는 뜻이다. 아니면 글을 고쳐야 한다...

두 번째, 다 읽고 질문이 있으면 잘못된 글이다. 여운을 남기고 싶다고 말줄임표로 끝내버리면 안 된다. 사람들은 끝까지 읽고서도 궁금함이 남는다. 궁금해 죽겠는데 필자는 옆에 없고 어디에도 답이 없는 글만 달랑 손에 있다. 독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글이며 틀린 글이다. 기준은 육하원칙이다. 육하원칙 가운데 ‘왜’가 가장 중요하다. 독자들은 왜가 가장 궁금하고, 필자들은 왜를 가장 자주 까먹는다. 그 글에 주장이 있으면 왜를 잘 쓰지 않게 된다. ‘내 주장이 옳은데 무슨 왜가 필요한가’라는 자만과 편견이 필자 무의식 속에 숨어 있다.

세 번째, 품격 있는 글은 마감이 잘되어 있어야 한다... 형식적이고 사소한 디테일이 잘돼 있어야 한다. 디테일은 별게 아니다. 오탈자(誤脫字)와 문법적인 오류가 없는지 보라는 말이다.

...

네 번째, 리듬은 맞는가. 반드시 소리를 내서 읽어본다. 소리를 내지 않으면 리듬이 잡히지 않는다. 되도록 글 뉘앙스에 맞춰서, 잔잔한 수필이면 잔잔한 여자 목소리를, 웅장한 풍경이라면 굵은 바리톤 음성을 상상하며 읽어본다.

다섯 번째, 어렵지는 않은가. 어려우면 외면당한다. 불필요한 현학적인 표현은 없는가, 상투적인 표현은 없는가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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