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원에 다니는 이유

고등학교 영어내신 대비 방향

by 청블리쌤

내신 영어학원에서 이런 것까지 한다고? 시험 전에 학생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우리 학교에서 교과서 지문 외에 중학교 졸업하기 전에 반드시 알아야 할 빈도수 단어를 학년초부터 꾸준하게 시험범위에 포함시켰다. 아이들은 거부했고, 불평했지만, 그것이 선물이라는 것을 고등학교 가서는 알게 될 거라는 확신으로.


단어를 출제하는 또 하나의 효과는 굳이 학원을 가지 않아도 혼자서 공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아니 혼자서 공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원 수업만으로 단어를 익힐 수는 없는 노릇이니.


이번 기말 220개의 단어 범위에서는 발음도 출제된다고 예고했다.

아이들은 너무 자기 마음대로 단어를 발음하고 그대로 암기한다. 일일이 찾아보기도 귀찮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단어의 발음을 정확하게 익혀야 한다는 메시지도 같이 전하고 싶었다.


debt를 "데브트"라고 발음하고 deny를 "데니"라고 발음하여 당황할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니까.

그런데 시험 후 답을 맞히지 못한 아이들은 왜 "b"발음을 안 하냐고 내게 따졌고, 어떤 애는 틀린 속상함 때문에 자기는 누가 뭐래도 평생 "데브트"라고 발음할 거니 말리지 말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래도 정규시간에 수업해 줄 것은 아니지만 시험범위에 포함되니까, 내가 직접 제작한 단어 범위 동영상강의 QR코드도 다 알려주었다. 친절하게 일러주는 발음과 의미를 들어가면서 스스로 학습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원에서 내가 내준 단어 범위로 재시치는 바람에 집에 일찍 못 간다고 투덜거렸다. 자기진단이 가능하도록 온라인 시험도 만들어서 공개했었는데 아이들은 애초에 스스로 해보겠다는 생각자체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학원 수업시간에 내 단어 동영상강의를 보여준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만 찍으면 누워서도 공짜로 볼 수 있는걸, 수강료를 내고 학원에 가서 내 강의를 듣다니...


그렇게 학생들은 혼자서 공부하는 방법을 잊어가고 있었다. 그런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학원에 다 맡길 줄은 몰랐다.


그렇게 자생력 없이 공부하고 난 이후의 학습은 더 막막할 것이다. 중독된 것처럼 계속 학원을 찾게 될 것이니...


내신영어를 대비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학생들은 덜 불안하고 더 쉬워 보이는 길을 선택하는데, 그게 학원 다니는 일이다.


중학교때까지는 학원의 영향이 커서 분명 성적이 오른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되면 그 영향력은 유의미하게 축소된다. 고등학교 내신대비 학원의 비장의 무기는 시험범위 지문의 변형문제다. 시험기간이 되면 학원에서 변형문제의 일부를 교문에서 무료로 배부한다. 그보다 많은 범위의 변형문제를 구하려면 학원을 오라는 유혹의 선물이다.


중학교는 교과서 위주로 출제가 되니 교과서를 암기하고, 시중에 나오는 평가문제집으로도 어느 정도 시험대비는 된다. 물론 촘촘하게 많은 문제를 풀도록 유도하니 시험과 전혀 상관없는 내용들이 훨씬 더 많아 수고에 비해 실력이 많이 늘지 않는다. 원리만 알면 그 많은 문제를 다 풀어볼 필요가 없는데 암기 위주로 하다보니 그냥 양으로 승부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변형문제도 그러하다. 그래도 고등학교의 선택형 문제는 수능유형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아 지문변형없이 출제된다면 어떻게든 적중하는 일이 생긴다.

그러나 변형문제 답을 기억해서 맞히는 문제는 혼자서도 지문분석을 충분히 하면 맞힐 수 있다. 그리고 당연히 적중 안 되는 문제가 더 많다. 학교 선생님들은 학원에서 변형문제로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피해서 출제하려 애쓰기 때문이다. 그러니 변형문제를 풀어보는 것만으로는 고득점은 물론 평균 성적도 보장할 수 없다.


게다가 시험범위 지문을 변형하여 간접연계 방식으로 출제하면 적중의 의미는 희석된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변형문제 한 문제 더 풀 시간에 스스로 지문분석을 해보라고 충고한다. 단어와 구문을 통해 문장구조가 완벽하게 이해되면 해석은 물론 어떤 유형의 문제가 나와도 맞힐 수 있을 것이니까.


그러나 그렇게 문장분석을 할 수 있는 역량을 준비하지 않고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시험공부로 무엇을 할지가 막막하다. 그래서 학원을 가는 거다. 그리고 중학교 때부터 내신대비를 학원에서 해왔기 때문에 모험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가던 대로 학원을 다니는 경우도 많다. 자립과 성취의 기억이 없으니 용기를 낼 수도 없다.


그리고 대다수가 학원을 다니니까, 불리해 보이는 상황을 선택하는 것 자체가 이미 상대적 박탈감을 자초하는 것처럼 보인다. 부모님들 입장에서는 아이를 방치한다는 오해나 자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자생력을 키우며 고등학교 영어내신을 대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고등학교 영어부터는 시험공부만으로는 시험 대비가 완벽할 수 없다. 기본기의 축적만큼 이미 등급이 어느 정도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시험공부로 할 것이 적을수록 고득점에 가까워진다.


그 기본기란 단어의 축적, 문장구성에 대한 이해와 생성 수준까지를 의미한다. 물론 문장끼리 연결하는 독해력은 우리말 문해력과 병행해야 할 과제지만, 수능까지 길게 보고 대비하면 되고, 당장 시험범위가 어느 정도 정해진 내신시험에서는 문장분석능력만 확보해도 충분하다.


문장분석능력은 정확한 해석과 문장구성 및 어법문제 대비까지도 이어진다. 각각 변별도를 높인 킬러문항이나 서술형 대비까지 가능하게 해주는 내공이다.


모의고사 문제를 많이 풀어봤다는 것은 쌓인 경험치만큼 분명 도움은 되겠지만, 정확성을 다듬지 않았다면 고득점의 문턱을 넘을 수는 없다.


오히려 기본기 없이 모의고사만 풀면서 상상독해를 이어간다면, 자립할 기회는 점점 멀어진다. 혼자서 문장분석이 안 되는데 상상력을 동원해서 지문의 답 찾는 데만 급급하다면, 스스로 할 수 없는 곳곳의 구멍을 학원 수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봤자 혼자서 분석하는 능력이 쌓이지 않으면 홀로 시험문제를 만날 때 수업들으며 준비한 것만큼 효용성도 없다.


자생력은 기본기 축적과 습관형성에서 생긴다.

기본기를 축적하면서 혼자서도 문장을 분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내공을 쌓아야 하지만, 꾸준하게 학습하는 습관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국 도달할 수 없는 길이다.


기본기가 충분한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는 것은 도무지 혼자서 할 습관이 안 되어 있고, 늘 시키는 것만 하는 것에 익숙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기본기가 안 되어 있는 학생들은 시험을 잘 못 쳤을 때 원인을 스스로에게서 찾지 않는다. 출제한 교사를 원망하거나, 학원 탓을 한다.


고등학교는 상대평가라서 무조건 문제를 쉽게 낼 수 없다는 걸 아이들이 인지하기 때문에 50점을 맞아도 1등급만 맞으면 불만이 없지만, 중학교는 절대평가이니 문제 쉽게 내달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 마인드는 고등학교 적응을 더디게 한다.


그리고 시험 전에는 시험이 쉽냐고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리고 "선생님 믿어요"라는 말을 던진다. 문제를 쉽게 냈을 거라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러면 나도 맞받다 친다. "나도 너가 열심히 공부했을 거라 믿는다"


그런데 자생력이 없고 자기주도학습을 해보지 않은 학생들은 당연히 외부에서 실패의 원인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육특구에서는 특히 시험성적이 안 나오면 학원을 갈아타는 경우도 많다.


중학교에 와 보니 학생들의 학원 의존도가 생각보다 심각했다.


혼자서 공부하라고 만들어준 자료, 동영상강의, 온라인시험 양식이 있음에도 돈을 내고 시켜주는 데 가서 해야 하다니...


중3 학생들 가르치면서 그런 부분이 제일 어렵다. 그나마 시험범위에 들어가니까 학원에서라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의 교육과 학습코칭 과정은 아이들에게 선택받지 못할 것이니까.


학원에서 이것저것 다 해보고도, 결국 자신이 주도적으로 학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뒤늦게 받아들이며 후회하는 절실한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고등학교에서, 중학교보다 나의 학습코칭과 멘토링과정이 더 잘 통한다는 것도 중학교 와서 바라보니 오히려 당연해 보인다.


후회를 안 할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지점에서 굳이 후회의 길을 선택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것은, 나의 학습코칭이 가닿지 않는 안타까움보다 더 큰 아픔이다.


공교육교사로서 난 당장은 승산이 없지만,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그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모두를 향해 외치고 있지만, 소수의 메아리에 집중하는 데 의미를 찾고 있다. 지금 가닿지 않으면 그 다음에는 가닿을 수 있기 기대하며 기약 없이 계속 외친다.


3학년 기말고사 후, 이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벼랑 끝에서, 나 홀로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한 위태로움이 아이들에게 큰 기회가 되기를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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