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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여행 전 안전 교육, 아이들의 설렘

by 청블리쌤

안전 교육은 매우 중요하다. 실제 안전을 위해서다.

안전벨트를 매는 것이 중요하고, 실제로 사고가 났을 때에도 안전벨트 덕분에 모두가 무사했던 미담까지는 아니라도, 안전에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안도감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문제는 안전 교육이 너무 뻔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뻔한 이야기는 잔소리의 속성과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뻔한 이야기를 머리가 아닌 몸에 새겨야 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일시적으로 아이큐가 60 정도가 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이성적인 판단력이 아니라 몸이 기억하는 대로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정기적으로 화재대피훈련을 한다. 불이 나면 대피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가까운 계단을 통해서 밖으로 나가는 길도 모두가 다 알고 있다. 그러나 머리로 아는 것과 몸이 기억하는 것은 다르다.


어떤 학교에서 5층 교실에서 불이 났는데 모두가 무사했고, 대피를 도왔던 교사 한 분만 병원 치료를 받았던 사건을 보고 모두가 화재대피훈련의 중요성을 실감했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평소 화재훈련한 대로 신속하게 잘 대피했다는 목격담도 전해 들었다.


안전교육을 시키는 또 다른 이유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법적, 도의적 책임을 위해서다.

너무 뻔하고 당연하다는 이유로 안전교육을 생략했을 때, 혹 사고가 나면 학교나 교사가 법적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수 있다.

혹 사고가 났을 때 안전교육을 했는지부터 조사한다.


오래전 고등학교에서 박물관에 현장체험을 갔을 때, 장식장이 쓰러져 학생 한 명이 다쳤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고였다. 그때 내게 제일 먼저 들렸던 얘기가 출발 전에 안전교육을 했는지 여부였다. 물론 안전 교육을 실시했고, 고의성은 없었지만 박물관이 책임을 인정하고 치료비를 부담해 주는 절차를 진행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원만한 합의로 법적인 소송까지 가지는 않았다.


오늘 있을 우리 학교 체험활동을 앞두고 안전교육을 지루할 정도로 자세하게 했다. 중학생이라서 고등학생보다는 덜 당연한 이야기였는지 더 잘 집중했다.


우리 버스에 학생부장 선생님이 동승하시기로 했다는 사실은 학생들에게 부담이었지만, 내게는 든든함이었다. 그 존재감만으로 평소 과도하게 활발한 반학생들이 조금 더 절제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너무 시끄럽거나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있으면 내 옆자리도, 학생부장쌤 옆자리도 비어 있다고 은근하게 겁을 주기도 했다.

그러니까 아이들이 두 분이 같이 앉으시면 되겠다고 아우성이었다. 평소 접점도 거의 없어서 대화도 나누지 않은 분인데, 그 투샷이 어울리겠냐고 하니까 어떤 아이가 “설레는 키 차이”라는 말을 던져서 폭소가 터졌다. 학생부장님이 키가 크시긴 하지만, 내 키가 작다는 데 초점을 둔 발언이었다.


버스로 먼 길을 가야 해서 아침 7시쯤 출발하기로 예정되었다. 아이들에게 어떤 경우에든 시간을 지키지 못하면, 작게는 학반, 크게는 전교생들의 시간을 빼앗는 일이라고 절대 그런 민폐를 끼치면 안 될 것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7시 10분 이후에 학교에 오면 버스가 없을 것이지만, 그래도 괜찮을 거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택시 타고 쫓아가면 되냐고 하길래... 버스가 없으면 잔류 학반인 3학년 1반 교실로 등교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 출석인정은 된다고...


어떤 반에서는 지하철과 도보로 한 시간 남짓 이동하시는 담임쌤이 아침에 시간 맞춰 못 올까봐 걱정이라고 하니까, 반 아이들이 “괜찮아요 쌤. 우리끼리 잘 다녀올게요.”라고 했다고 한다.


그렇게 아이들은 무척이나 설레고 있었다. 버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여정이 험하고 길 것 같은 예감 따위는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는 듯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재미만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난 계속 찬물을 끼얹었다. 재미보다 안전이라고. 안전을 지킨 후에야 진짜 재미가 보장된다는 꼰대 같은 말을 계속 했지만, 진심이었다.


아이들의 즐거움과 행복을 지켜주어야 할 책임의 무게를 느끼는 어른들은 출발부터 도착까지, 여정 가운데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최소화하며, 안전사고예방에 민감해야 한다.


어제 1학년 부장님께서 잘 다녀오라는 성의와 인사를 표현하셨다. 1학년 부장님의 방문 자체가 큰 힘이 되었다. 얼마 전 천방지축 중1 학생들을 데리고 텐트 야영 1박 2일을 다녀오셨기 때문에 그에 비하면 우리의 여정은 분명 덜 힘겨워 보이기 때문이었다.


체험활동은 더불어 어울리는 체험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문화를 익히고, 자신의 언행을 학교 밖에서 더 조심하며 서로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을 확인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배움인데 체험활동은 특히 삶을 통해 배울 수 있다는 걸 온몸으로 체험하는 기회다. 학생 본인은 즐거움과 행복에 묻혀 의식도 못하는 배움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은 어른의 눈에만 보이는 듯하다.


학생들은 교실에서 수업 한 시간 이상의 것을 배우며 삶에 대한 즐거운 꿈을 키우는 기회를 마주하였다.


부디 안전하게, 한순간의 재미와 행복도 놓치지 않고, 평생 가슴에 품을 추억을 모두가 하나씩은 간직할 수 있게 되기를...너무 큰 욕심이지만, 그 추억의 한켠에 담임선생님의 자리도 좀 남겨주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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