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위권 학생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모아보려 한다. 학교에서 관찰한 학생들의 모습과 학창 시절 내 모습도 함께 투영하여 정리해 보았다.
1. 염세적 방어주의
굳이 안 해도 될 것까지 촘촘하게 준비한다. 그러려면 시작은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 미리 시작할수록 본게임의 여유를 더 누린다.
2. 완벽주의 배제
미리 시작한다는 것은 단지 선행진도를 뽑는다는 의미가 아니고, 앞서서 심화문제를 건드린다는 것도 아니며, 자신의 수준과 단계에 맞게 준비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과정이다. 초기단계에서는 완벽하게 할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면, 오히려 본게임에 설렘으로 더 몰입할 수 있다.
3. 완급조절
너무 의욕이 넘치고 성취의지가 강하면 강강강으로 밀어붙이다가 지친다. 최상위권은 가볍게 준비운동할 때와 몰입할 때를 구별한다. 물론 쉴 때는 확실하게 쉰다. 오히려 여백이 완전학습의 그림을 완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체험으로 알고 있다.
4. 겸손한 배움의 자세
수업에 몰입한다. 어떤 종류의 수업이든 수업에 투입된 것 이상의 산출을 낸다. 그들의 노트필기는 교사들도 욕심내는 보물창고다. 분명 교사 자신이 수업한 내용인데 그들의 필기는 그 수업을 능가한다. 그들 자신만의 정보처리가 이뤄지며, 그들의 지식체계를 만나 풍성한 관점으로 재구성되고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출제자의 의도에 맞추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관점을 교사의 관점과 끊임없이 대비하며 융합하고 맞춰간다. 자기주장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래야 수업에 몰입할 수 있기도 하다.
5. 뛰어난 맥락연결자
암기보다 이해에 더 뛰어나다. 이해가 가능한 것은 사전지식으로부터 점진적으로 축적되어 가는 지식체계로 인함이다. 그 풍부한 지식체계가 있어서 수업이나 자습을 통해 만나는 내용에 맥락이 부여된다. 패턴 없는 무의미한 나열이 아니라, 모든 투입 내용이 맥락을 만나 퍼즐 조각 맞춰지듯 의미를 부여받으니, 별로 애쓰지 않아도 이해가 되며 지식체계가 증식된다. 그들의 여유로운 모습은 연기가 아니다.
맥락을 연결할 수 없으면 무조건 암기를 해야 하고, 그건 엄청난 반복과 애씀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해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학생들은 최상위권이 노력 없이 좋은 성적을 받는다고 오해할 수 있다.
6. 뛰어난 문해력 소유
예외는 있지만 대개 독서량이 축적되어 있어서 외부의 자극을 빨리 파악하며 맥락을 연결한다. 빨리 읽고 맥락에서의 인과관계를 파악하여 이해로 이어진다면 공부가 더 이상 단순 반복의 노동이 아니다.
7. 계획성 있는 학습
마스터플랜과 세부계획에 대한 그림이 그려진다. 자신이 뭘 해야 하고, 어디까지 와 있는지에 대한 현실 인식이 뛰어나다. 부족한 점을 인식하니 바로 채울 수 있는 전략도 이어지고, 목표의식이 뚜렷하니 계획도 현실성 있게 잘 세우며 실행한다. 뭘 얼마만큼 더 하면 완성이 되고, 어떤 부분이 취약한지에 대한 냉철한 자기 판단을 하니 배움에 대한 겸손함으로도 이어진다.
이는 메타인지와 회복탄력성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8. 자신만의 커리큘럼 구성
여러 커리큘럼을 참고하지만 수동적으로 누군가가 짜 준 학습커리큘럼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는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신의 커리를 완성해 간다. 소신은 있지만, 효율성 없는 커리나 학습방법을 고집하지는 않으며 유연성으로 대처한다.
9. 시험보면서 자가채점
시험 직후 자신의 틀린 문제를 거의 명확하게 인식한다. 틀린 문제에 대한 복기가 빠르며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 시험 망했다고 하면 거의 한두 개 틀렸을 가능성이 높아서 주변 친구들에게 재수 없다는 핀잔을 자주 듣는다. 그들에게 목표는 늘 완벽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10. 학보다 습에 더 집중함
필요한 부분은 수업을 통해 채우지만, 인강이나 학원수업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빠른 해결보다, 어떻게든 스스로 깊은 생각을 통해 해결하려 애쓴다. 1년 인강 패스를 끊어놓고 필요한 강의를 부분적으로 수강할 수는 있지만, 어느 단계 이상이 되면 인강 듣는 것이 시간낭비처럼 느껴진다. 혼자서도 해결할 수 있는 걸 굳이 의존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며, 시간이 좀 걸려도 그게 스포일러 없이 스스로 재미있게 공부하는 방법임을 알고 있고, 스스로 공부에 대한 성취의 기억과 자신감으로 학원인강 등을 실리 없이 불안함으로 듣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으니 필요한 것만 골라서 인강을 듣는다.
11. 성장마인드셋
성취의 기억은 이후의 실패의 과정에서도 회복탄력성의 이유가 된다. 몇 번의 좌절에 주저앉지 않으며 반드시 다음 기회를 노린다. 점수로 드러나는 성취보다 알아가는 즐거움을 누린다. 슬럼프가 와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확신이 있으며, 굴곡이 있더라도 꾸준한 우상향으로 자신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다.
물론 그런데도 우수한 성적으로 보상받는다.
12. 전략적 사고에 능함
목표 지점과 현재 자신의 위치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으니 큰그림이 가능하며, 당장의 성과를 얻기 위한 타협을 잘 하지 않고 명분이나 자존심보다 진정한 실력을 쌓는 실리를 추구한다. 당장 쓸데없어 보이는 과정도 결국에는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유의미한 한 걸음이었다는 것을, 성과로 확인되기 전부터 이미 알고 있다.
13. How보다 Why, 속도보다 깊이
스스로 납득될 때까지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속도보다 깊이에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날그날 이해하지 못한 구멍을 남겨두지 않는다. 답답함을 못 견디며 잘 모르겠는 것을 미뤄두지 않는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도 최상위권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내용을 잘 모른다면 어차피 그날이 아닌 며칠이 걸려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니 미뤄두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오답노트 작성이 좋다는 것도 상위권 이상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틀린 문제가 더 많은 학생들은 오답노트보다 기본기를 더 쌓아서 일단 덜 틀리는 것이 상책이다.
오답노트는 오개념을 반복하지 않고 실수를 줄이는 효율적인 방법이므로, 최상위권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 해서는 안 된다.
14. 몰입할 때 건드리면 안 된다
집중과 몰입은 가속이 붙는다. 시작 지점이 아닌 절정의 몰입 중에 누군가 방해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가속이 붙어 황홀한 지경에 이르는 몰입의 지점에 다시 이르려면 시동부터 걸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황홀한 순간의 몰입에 도달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시간 학습의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야 하며, 문제가 잘 풀리고 공부하는 내용이 이해가 잘 되는 성공적인 집중의 경험이 몸에 새겨지면 어느 순간 애쓰지 않아도 그런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 이 경지에 이르면 뜯어말려도 공부를 안 할 수가 없다.
15. 시험기간에 여유가 있다.
수업 진도에 맞춰 예습, 복습 등이 철저히 이루어져 있어 이미 평소에 시험공부가 끝난 느낌이다. 거기다 탄탄한 기본기와 심화 능력으로 똑같은 내용을 배워도 조감하는 높이가 다르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 심지어 출제자의 의도까지 꿰뚫는 경우도 많다.
16. 학생부와 비교과를 챙길 여유가 더 있다.
평소 기본기와 심화 능력과 자기주도학습 습관은 시험기간의 여유로 끝나지 않는다. 학생부와 비교과를 챙길 여유까지 얻게 된다.
17. 멈추지 않는다.
도전의식을 가지고 더 높은 수준을 지향하며, 새로운 배움에 대한 갈망도 포함되어 있어서 시키지 않아도 공부를 계속한다. 아는 것만큼 보이게 되어 있으니 뭘 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충분한 이유를 갖추고 있다.
노력을 멈추지 않으니 성장도 멈추지 않는다. 가속이 붙어 점차 넘사벽으로 바뀌어 간다.
성취의 기억이 계속 쌓이니 그 자신감과 확신으로 꾸준한 노력을 멈출 수가 없으며, 몰입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