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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마지막 날에 사랑하는 딸들에게 편지

by 청블리쌤

올해는 그저 잠시 머물다 스쳐 지나가는 평범한 한 해가 아니었던 것 같다. 우리 딸들이 삶의 큰 언덕을 넘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 그 어느 때보다 감사한 마음이 드는 한 해구나.

새해가 오는 경계에서 너희들에게 편지를 쓴다.


이 세상의 성공도 물론 큰 의미가 있으며 아빠도 그걸 부인하고 싶진 않단다.

그러나 천국소망을 안고 사는 엄마와 아빠의 지금 간절하고 유일한 소망은... 우리 딸들이 복음의 영향력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바라는 신앙의 삶을 사는 것이란다. 하나님이 부르시면 그게 언제든 아빠엄마는 천국에 가겠지만, 너희들을 그곳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소망이 없다면 아빠엄마는 그냥 절망뿐일 것 같아.

물론 너희 둘 다 복음을 알고 마음으로 영접했다고 믿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머리와 가슴으로 온전히 믿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의도적으로 자주 성경 말씀을 보고, 신앙서적을 가까이하며, 교회에 가서 예배드리는 삶을 살아야 한단다.

이제까지는 엄마, 아빠의 의지로 교회를 갔다면... 지금부터는 너희들의 자발적인 믿음과 신앙의 삶이어야 한다.


모태신앙이었지만 복음을 알기 전 아빠의 삶은 1등, 서울대, 성공, 인정, 명예가 삶의 목적이었단다. 재수하면서 복음을 받아들이고 나서는 구원을 얻게 된 것 이상으로 아빠의 삶은 달라졌다. 세상이 추구하는 성공이나 돈에 얽매이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면서 사는 삶, 그 사랑의 가치를 전하는 삶이 목적이 되었고, 서울대를 못 가게 된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서울대로 아빠의 가치를 증명하려던 옛 자아에서 벗어나게 해주셨으니까.

그 대신 내가 만나는 곳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끼치는 섬김의 삶을 추구하게 되었지. 물론 아빠의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능력과 인도하심으로만 가능한 일이었고.

그리고 하나님의 측량할 수 없는 은혜로 너희 엄마를 만나고 너희들을 딸로 만나면서 아빠는 과분한 행복과 축복을 누렸단다.


그렇지만 세상적인 성공 기준에 맞는 물질적인 성취를 이루지 못한 아빠는, 너희들에게 뭔가를 더 해주지 못했고 지금도 그렇다는 무력감에서 미안한 마음만 앞서는데... 이제껏 너희들은 불평불만 없이 감사하면서 지냈던 시간들로 인해 아빠는 너희들에게 너무 고맙고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란다.

그게 가능한 것도 주님을 만나고 바뀐 삶의 가치 덕분일 거라고 생각한단다.

가진 것 중에 받지 못한 것이 무엇인가?

남들보다 덜 가진 것에 집중하기보다 주어진 모든 은혜에 감사하며 오히려 감격하며 행복해하는 삶의 가치...


너희들이 독립을 하게 되는 시기에 최소한의 생활의 불편함 없는 물질적 지원을 보장해 주지 못해 아빠는 가슴이 아프다.

그래도 첫째는 그 가운에서도 잘 이겨내고 잘 지내주어 너무 고맙고, 둘째도 앞으로 잘 해낼 거라 믿는다.


너희 어린 시절 동화책에서 아빠가 아이에게 천국에 일찍 가겠지만, 하나님이 그 이후의 시간에 함께 하실 줄 믿고 감사할 거라는 이야기를 읽어주면서, 슬픈 비장함도 느껴졌지만, 그때는 아직 아빠가 젊을 때라서 실감을 잘 못했는데...

아빠엄마가 이제 **세가 된단다. 오지 않을 것만 같던 아빠의 퇴직은 **년 남았고, 이제는 갑자기 무슨 일이 있어도 너무 이상하지는 않을 나이라서 그저 매일 주어지는 하루가 당연한게 아님을 알게 되니까 오늘이, 지금 이 순간이 그저 귀하고 소중하며 더 감사하단다.

이제껏 지켜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고, 앞으로도 인도하실 그 능력과 은혜에 기대어 힘겨운 순간도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너희들 모두 집을 떠나서 독립의 시기를 겪을 거고, 아빠가 해줄 수 있는 지원이 크지 않을 것 같아 미안하고 안쓰럽지만... 하나님께서 너희들을 인도해 주실 것이니, 아빠의 작은 그늘보다 하나님의 거대한 그늘 아래에서 변함없는 사랑으로 늘 함께 하실 것이니, 주님을 바라보며 그렇게 살자.

너희들의 영적인 성장과 신앙의 삶은 엄마아빠가 이 세상에 있는 동안 평생 기도의 제목일 것이고 천국에 먼저 가서도 중보기도의 제목일 거란다.


존재 자체로도 너무 귀하고 특별한 우리 딸들... 이제껏 잘 지내주어서 너무 고맙고... 엄마아빠에게 가장 큰 기쁨이 되어주어 감사하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그럴 거다. 자주 연락하고 자주 만나자.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


좀 깨는 얘기지만...

무슨 일이 있어서는 아니고 혹시나 해서 지난번에도 한 번 알려준 적 있던 아빠의 저축, 연금, 보험에 대해 더 알려준다. 오래도록 너희들이 신경 쓸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아빠 마음 편하라고 자꾸 알려주는 것이니 일단은 너무 마음 쓰지는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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