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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안 가도 되는 3가지 조건

슬기로운 학원 사용법

by 청블리쌤

학원의 장점은 분명히 있다. 절제력을 훈련할 수 있다. 가고 싶지 않아도 몸을 일으켜 가야 하고, 숙제를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하는 걸 받아들이니 어쨌든 습관형성은 된다. 그러나 그런 습관이 형성된 후에는 시키는 것만 하게 된다는 부작용이 있다.

그래서 난 학원을 아토피 치료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약에 비유한다. 스테로이드는 "언 발에 오줌 누기" 비유가 자주 인용된다. 당장은 증상을 호전시키지만 이내 더 심해질 수 있다. 그러니 내성이 생기지 않는 범위에서 필요한 만큼만 사용해야 한다.



학원은 필요하다. 안 하는 것보다는 무조건 나을 수도 있다. 가정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자녀를 보는 것보다 실제로 공부가 되든 안 되든 학원을 보내놓는 게 부모님의 입장에서도 마음이 편한 것도 있다. 특히 자기주도성이 부족한 학생들에게는 필연적인 과정일 수 있고, 부모님의 불안함을 덜어주는 장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학원을 다니는 궁극적인 목표는 자립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학과 습을 병행하다가 결국 습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필요한 만큼만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그만둘 수 있어야 한다.



공교육교사로서 자기주도적 학습을 강조하고 있지만, 무조건 학원을 그만두라는 말은 하지 않는다.

학원을 안 가도 되는 3가지 조건이 있다.



1. 혼자서도 공부가 가능한 기본기

특히 국어, 수학, 영어 기본기를 말한다. 일단 국어 과목의 능력이기도 하면서 전체 공부의 기본인 문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학원에만 보내면 스스로 독서할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 그래서 학원에서 자립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것도 있다. 어떤 과목이든 스스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기와 문해력이 필수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독서시간을 확보해서 문해력을 키워야 학원을 그만둘 수 있다.



두 딸을 키우면서 학원을 아예 안 보내니까 독서 시간이 확보되었다. 물론 학원을 안 간다고 모두가 독서를 하는 것은 아니다. 책을 읽을 환경을 갖추어 주어야 한다. TV를 없애거나,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는 등의 인위적인 규제도 필요하고, 언제든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다양한 책들이 놓여 있어야 한다. 주변 도서관을 활용하면 더 좋다.



기본기가 있다는 건 문해력을 바탕으로 하지만 각자의 출발점을 인정하고 거기서부터 수준과 단계에 맞게 차츰 쌓아 올리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원에 다니면 수준에 맞춰서 공부하기보다 거의 높은 수준의 공부를 다른 학생들과 경쟁하듯 하게 되니까 여유 있게 생각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나 기회를 얻지 못한다. 초라해 보여도 자신의 수준에서 자신의 속도에 맞게 학습할 수 있어야 암기가 아닌 이해의 프레임으로 전환할 수 있고, 학원을 가지 않고도 혼자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스스로 이해를 하지 못하면 무한 암기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의존적이 될 수밖에 없으니 학원에서 벗어나기 더 어려워진다. 이해를 못 하고, 단계별로 체계화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무엇을 어떻게 공부할지조차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 혼자 시작할 수 있는 학습 습관

기본기를 갖추고 있고 문해력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키지 않으면 안 하는 학생들은 학원이라도 가야 뭐라도 할 수 있다. 부모님 입장에서는 아이가 무작정 마음이 내켜서 자발적으로 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없다. 학생들도 스스로 매일 꾸준히 자기 힘으로 할 자신이 없어서 그냥 떠맡기듯 학원을 가고 싶어 한다. 숙제로 힘들어하고 학원 가기를 귀찮아하면서도 학원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다.

시작은 찌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자기주도학습 습관은 형성될 수 없다.

좌절을 거듭하며 조금씩 좋아지는 사소한 성취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서는 습관 형성을 기대할 수 없다.



"마음의 의지를 몸이 기억할 때까지" 실수와 좌절을 거듭하면서도 사소한 몸짓을 멈추지 않아야 한다.

혼자서는 힘들 것이라서 학교에서 18년째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료 영어멘토링학습코칭을 한다. 이 과정은 영어실력 향상만이 목적이 아니다. 매일 꾸준히 학습하는 습관이 형성이 되면 영어공부로 그치지 않고 다른 과목 자기주도학습으로도 확장된다.

학반에서도 플래너 검사를 하면서 독려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학반 플래너 검사를 할 때는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못해도 플래너만 제출하는 것만으로도 시작으로 충분하다고 격려한다. 할 수 있는 것부터 조금씩 하다 보면 이내 무조건 조금씩 좋아지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노력을 계속하게 되는 것은 성적이 올라서 생긴 자신감이 아니라도 자신의 계획을 성취했을 때의 기억이 축적될 때이다.



3. 비교 안 하며, 성과에 조급하지 않는 멘탈 : 메타인지 + 회복탄력성

메타인지는 상황을 인지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자신의 능력과 상황에 맞게 전략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며 조정하는 등의 과정을 이끌어 가는 자기 인지 능력이다. 이는 몇 번의 시도만으로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실패와 좌절을 통해서 오히려 더 키워질 수 있다. 어른들은 실패와 좌절의 기회를 주지 않으려 하는데 이는 자기주도성에 오히려 해가 된다. 이런 실패에 대한 대처와 실패를 극복하는 성취의 기억은 회복탄력성으로 작용한다.



학원을 다니는 건 어찌 보면 실패를 아예 안 하기 위한 인위적인 조치다. 학생들은 학원 수업을 통해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 위로를 받으며, 학원 숙제의 양적 팽창으로 실제 실력의 성장을 대체한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스스로 학습하며, 좌절하고, 부족함을 스스로 인식해야 구멍을 메꿀 수 있는데, 자습 없이 학원에만 다니면 그런 현실 인식과 전략적 사고가 점점 마비된다. 평소에 잘 알고 있고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는 착각 속에서 불안감을 달래며 지내다가 시험을 보고 나서 자신이 제대로 알고 있지 않다는 걸 아픔으로 깨닫게 된다. 그렇게 뒤늦게라도 깨달으면 다행인데, 많은 학생들은 실패의 원인을 학원 선택이나 학교 선생님 출제의 문제로 생각한다. 그러면 영영 메타인지와 회복탄력성을 통한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슬기로운 학원 사용법>

혼자서는 도저히 학교 진도 따라갈 수 없어서 도움이 필요할 때, 효율적인 예습을 하고 싶거나 예습 초기에 오개념을 방지하고 싶을 때 등, 무조건 학원에 맡기기보다 주도적 판단으로 꼭 필요한 부분과 기간에 한해서 학원이나 인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단, 수준에 맞는 학원이어야 하며, 자신에게 필요한 기본기부터 쌓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자신의 자습시간을 먼저 확보한 후 남은 시간만큼만 학원이나 인강을 활용한다.



절대로 자신의 수준이 아닌 남들의 진도에 맞추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 그저 들러리 서는 것으로 그치기 때문이다. 시간과 노력과 금전적인 낭비를 통해 얻는 건, 해도 안 된다는 좌절감과 자신감 박탈이어서는 안될 건 아닌가?



학원을 처음부터 안 다녔으면 괜찮지만 이미 학원에 의존하고 있었다면, 위에서 언급한 3가지 조건에 해당되는지를 살피면서 천천히 학원 의존도를 낮추도록 해야 한다.



그러니까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 형성이 먼저인 거다. 물론 학원을 다니다가 갑자기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이 형성되는 것은 아니니 적어도 병행을 하면서 기회를 봐야 한다.



학원 대신 인강을 듣는 선택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자기조절과 절제가 가능할 때 인강 활용이 가능하다. 인강의 장점은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수강할 수 있고 수준도 자발적으로 맞추기 쉽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학원에 의존하는 것은 딴짓 안 하고 인강에만 몰입하는 것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인정하자. 방에서 혼자 문 잠가놓고 인강에만 집중할 수는 없다는 것. 누구라도 쉽지 않다. 그러니 인강은 되도록 거실 등 공개된 장소에서 수강할 것을 추천한다



주도성이 있어야 인강으로 전환할 수 있지만, 인강으로 전환하는 노력도 주도성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학원을 가는 건 수업보다 숙제를 내주고 점검해 주기 때문이기도 하니,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기 계획과 자기 점검에 대한 의식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실 자습하면서 필요한 부분만 인강을 골라서 수강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학습방향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위권으로 가는 길목에서 인강패스를 끊었던 본전 생각보다,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최상위권 학생들이 주도성을 회복하고, 학에서 습으로 전환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그리고 모르는 내용을 바로 질문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학원을 간다는 학생들이 꽤 많다. 스스로 오래 고민하여 스스로 해결하도록 애쓰는 것도 의미 있는 도전이니 너무 두려워하지 않길.

학교 선생님들께 질문하는 것도 좋으나, 모르는 문제 고민도 안 하고 처음부터 무작정 가르쳐달라고 하면 분명 거부당할 것이니, 고민의 흔적을 담아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한다. 그리고 당장 해결되지 않아도 뒷부분까지 학습하고 나면 해결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완전학습에 대한 부담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어떤 경우든 꼭 기억해야 할 것은 학원, 인강 모두 자립을 위한 중간 과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 순간 그런 의식과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야 그 목표를 눈부신 성장과 함께 성취할 것이다.그래야 대학 진학, 취업에 머물지 않고 평생 배움과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즐거움과 축복은 시키지 않아도 배우고 성장하려는 자발성과 주도성으로 자립을 이룬 이들에게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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