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입 수시, 정시 비교

정시파이터 선언에 신중해야 할 이유

by 청블리쌤


수시와 정시 합격자들을 단순비교할 수는 없고 누가 더 우수한지를 따질 필요도 이유도 없다. 수시가 정시보다 훨씬 투입대비 산출이 좋다고 해서 수시 합격자들의 평상시의 치열한 노력을 깎아내릴 생각도 전혀 없다. 학교에서 수시 합격자들이 고등학교 생활 내내 얼마나 절실하게 애를 쓰는지를 계속 지켜봤기 때문이다.


정시 파이터들은 모의고사 실력으로만 따지면 훨씬 수능 합격자를 능가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수업태도나 성실도까지 더 뛰어나다고 볼 수 없는 경우도 많았다. 더 일찍, 더 오래 준비하고 축적해 온 과정이 있어서 실력도 더 쌓여 있는 정시 파이터들도 많지만, 자신에게 맞는 경로를 선택해서 최적화된 노력을 하는 수시 트랙의 학생들과 초점이 다소 다를 뿐 각기 자기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있는 것이니, 나의 관점으로 수시와 정시 방향의 차이를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부터 정리할 얘기는 편가르기로 어설픈 일반화를 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목격하고 입시지도한 사례의 축적을 통한 통계적인 관점이니, 각자의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 좋을 것 같다.



정시파이터에 신중해야 할 이유와 내신을 망쳤을 때의 대책에 대해 정리하려 한다.


학생들이나 학부모님들의 어설프고 막연한 생각으로 성급한 선택을 하고서 후회하기를 바라지 않는 마음과 모두가 노력한 것만큼 성취하기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정시파이터에 신중해야 할 이유>


1. 현재 모의고사 성적은 수능 성적이 아니다


1) 재수생, 반수생들의 유입


1, 2학년이라면 현역들끼리의 통계이므로 절대 신뢰할 수 없다. 3학년 6월, 9월 평가원 모의고사에 N수생들이 드디어 합류하지만, 그렇다고 전체가 다 유입되지는 않는다. 즉, 6모, 9모는 다른 모의고사보다 어느 정도 유의미한 통계지만 그 성적만으로 수능 성적을 잘 받을 거라고 보장할 수 없다.


보통 고3 때 1, 2학년 모의고사보다 등급이 하나 정도 떨어지면 선방했다고 볼 수 있다.




2) 시험 운의 영향


현역 고3이든, N수생이든 수능에서 경쟁력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운의 작용을 배제할 수 없다.


수능은 수학 단답식을 제외하고는 선택형 문항으로 되어 있어서 찍어서 맞히는 걸 막을 방법은 없다.


실제로 제자 중에 수학 한 문제 찍어서 맞힌 걸로 의대를 진학하기도 했다.


반대로 의대는 물론 명문대일수록 하나의 실수도 치명적이다.


시험 운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 것은 수능이 표준화된 시험이고 출제 매뉴얼도 존재하지만, 어떤 지문과 어떤 내용이 어떤 방향과 난이도로 출제될지 누구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제자는 원래 국어를 못했는데 평소 자신 있어 하던 물리분야 독서지문이 나와서 거의 홀로 대박 났던 사례도 있다. 학교가 두 라인이나 달라졌다.


킬러문항을 없애라고 해서 정말 없어지면 더 큰 혼란의 결과를 가져온다. 2024학년도 수능이 그랬다. 수능은 자격시험이 아니고 최상위권까지도 변별해야 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정답자와 오답자를 세밀하게 가려내야 그 기능에 충실한 것이다.



보통 수능 경향은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수능기출문제 분석으로도 어느 정도의 예측 범위에서 수능시험을 준비할 수 있지만, 이번 2024 수능처럼 킬러문제를 없애면서 선택지의 매력도를 극강으로 올리는 등 평소 같지 않은 예상치 못한 출제 방향을 맞게 되면 투자한 시간과 노력의 보상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문제가 너무 쉽게 출제되면 등급 블랭크가 생기고, 특히 탐구영역이라면 다른 과목보다 표준점수는 낮아져서(표준점수는 평균이 낮고, 표준편차가 낮을수록 다른 과목과 같은 원점수라도 점수가 더 높게 나온다) 그 과목을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불리함을 안고 원서를 써야 한다. 게다가 문제가 쉬우면 만점자들끼리도 변별이 안 될 것이니 시험 난이도를 능가하는 실력과 노력을 갖춘 학생들을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2. 이과의 문과 침공


보통은 과탐이 사탐보다 표준점수가 높게 나온다. 문과라면 아무리 사탐 선택과목을 죽을힘을 다해 공부하더라도 넘어설 수 없는 신분 차이 같은 벽을 느끼게 되어 있다.


보통 표준점수가 높게 나와서 이과학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국어 언어와 매체는 문과 학생들도 선택하면 그만이지만, 공통과목 성적이 동일해도 표준점수 계산원칙에 의해 표준점수가 더 높게 나오는 미적분을 문과학생들이 도전하기는 어렵다. 문과는 성서한 라인을 넘어서기 매우 어렵다는 걸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정시도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반대로 이과학생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


실제로 건동홍숙 라인 이상으로는 문과라도 이과학생들의 지원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지방거점국립대학도 마찬가지다.


문과 침공이 일어나는 건 학교 라인을 올리려는 것이 본질이지만, 평소 예상대로 한두 영역의 점수가 안 나온 이과학생들에게는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3. 정시는 수능 한 과목, 한두 문제만 망쳐도 망한다


수능을 망치는 것은 이과학생들의 문과침공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수시는 수능최저를 맞출 때 한두 과목을 완전히 망쳐도 잘한 과목만으로 등급을 맞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제자 중 한 명은 수학이 5등급 나왔지만, 다른 과목으로 수능 최저를 맞춰서 중앙대 공대를 수시로 진학하기도 했다.


아예 전략적으로 이과조차도 수학을 포기하고 최저만 맞추려는 수시러들이 의외로 엄청나게 많다.


반대로 정시는 한 치의 오차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탐구 한 과목만 망쳐도 다른 과목의 성취가 다 묻힌다. 그런데 탐구 한 과목 망치는 것은 문제를 많이 틀려서가 아니라, 최상위권인 경우 한두 문제로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탐구영역은 어떤 식으로 어떤 난이도로 출제될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영역이다. 게다가 만점을 맞고도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시험이 되면 최상위권 경쟁에서 밀리게 되어 있다.


2024년 수능에서 화학2 만점자는 표준점수 80, 윤리와 사상 만점자는 63점이 나왔다. 동일한 경쟁을 한다면 탐구 한 과목으로 이미 승부는 결정된 거나 다름없다. 윤리와 사상은 특히 쉽게 출제되어 만점자들도 백분위가 94%가 나왔다. 물론 2점짜리 하나 틀리면 2등급 없는 3등급이면서 백분위는 86%다. 치열하게 공부하고도 특정 영역이 너무 쉬워 오히려 점수가 덜 나온 학생들은 다른 영역을 거의 완성 수준으로 해놓고도 억울하다는 느낌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결과론적으로는 그 과목을 선택하는 순간 이미 비극은 시작된 것이었으니...




평소에 잘 안 나온 과목이 여전히 안 나오면 억울함은 덜하겠지만... 외부의 영향으로 인한 것이라면...




물론 국어, 수학, 영어의 경우는 변수를 넘어서는 실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다.




탐구는 자신의 선택이 제발 틀리지 않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공부하는 수밖에 없다.


탐구 한 과목으로 삼수나 사수를 할 수도 있다는 각오가 필요한 것이 정시의 길이다.




진학사 모의지원을 살펴보면 안타까운 사례들이 무척 많다. 국영수는 거의 완벽하게 했는데 탐구 때문에 비슷한 국영수 점수대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말도 안 되는 대학라인에 지원하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물론 탐구만 완벽해서는 최상위권으로 진출할 수 없지만, 탐구가 발목을 잡을 수는 있다.




영어는 수시전형에서 최저를 맞출 때 가장 중요한 과목이지만, 정시에서도 영향력이 적지 않다. 대학마다 영어 반영비율을 완화하는 움직임도 있지만, 2024년처럼 영어 1등급 인원이 4.7%정도라면 영어의 영향력은 더 커진다. 물론 정시의 경우 2등급까지는 어느 정도 해볼 수 있지만, 3등급부터는 보통 대학 라인과 학과를 완전히 다시 고려해야 할 정도다.


물론 2등급보다 1등급이라면 비슷한 지원라인에서 합격 안정성을 더 보장받을 수는 있다.




국영수탐구에 한국사까지 다 잘하는 것이 쉬운 일이겠는가?


물론 수시전형을 위해서 내신을 챙기고, 수행평가나 비교과를 챙겨가면서 고등학교 생활을 하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고 엄청난 노력과 성실성이 요구되는 일이지만... 수시는 노력한 만큼 원하는 대학을 예측 가능 범위에서 지원할 수 있으며, 명문대 및 의대 반수생들과 맞짱 뜨지 않아도 되며, 예측불가한 변수와의 싸움에서 어느 정도 이상 운에 맡기지 않아도 되는 유리한 점이 분명 존재한다.





4. 정시 지원의 제한성과 복잡한 역학관계


수시는 6개 카드를 원하는 조합으로 얼마든지 디자인할 수 있지만...


정시는 3개의 카드 중, 다군에는 지원할 수 있는 대학들의 숫자와 다양성이 너무 적어, 결국 가군과 나군 2개의 카드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군별로 하나씩 지원이 가능하니 수시처럼 연고대를 동시에 지원하는 일은 애초에 가능하지도 않으며, 모두가 자신의 성적대로 예측 범위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므로 역시 불확실 속에서 눈치작전을 펼쳐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질렀을 때는 정시를 한 번 더 해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할 수도 있고, 안정적으로 간다면 성취한 성적이 아까워지는데, 그건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으니, 지원 과정과 발표 과정에서의 불안함은 필연적이다.






5. 내신은 만회가 가능하지만 수능은 1년 단위의 기다림이 필요하다


수능최저를 맞추기 위해 선택적 성공이면 충분한 수시에 비해, 정시는 모든 영역에서 오차가 없어야 한다는 맥락과 유사하게, 수시전형의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내신의 경우에도 중간, 기말고사나 수행평가를 망쳐도 만회할 방법이 있다. 물론 거의 완벽하게 해내는 이들에게만 서울대 의대 등의 최고의 자리가 약속되겠지만,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한두 개 이상의 빵구 같은 실수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내신 나눠먹기를 하는 교육특구 등에서는 더 그러하다.



내신은 집중적으로 2년, 그리고 수능에 집중하면서 병행하는 한 학기를 더해야 되는 긴 여정이지만, 실수를 보완하면서 충분히 갈 수 있는 길이고, 쪽문 크기도 안 되는 정시에 비해 열린 성문과 같은 결과를 생각하면 투입 대비 성과는 비교불가다.


실제로 정시파이터들이 쏟는 노력과 훨씬 더 높은 실력에 비해, 수시합격자들은 투입 대비 엄청난 성과를 얻어낸다. 교육특구와 비교육특구 고등학교를 골고루 겪어본 현직교사로서 생생하게 목격했다.



정시는 공부를 훨씬 더 많이 하면서도 단번에 해내지 못할 거라는 불안함과도 계속 싸워야 하고, 대개 그 불안은 현실이 된다. 거의 완벽하게 갖추었더라도 수능 당일의 컨디션이나 외부 변수에도 무력할 수 있는 것이 정시의 단 한 번의 기회인 것이다. 수능이 다가올 때의 압박감은 3년 동안 쉬어가면서 긴장하던 수시 학생들의 부담을 미뤄두었다가 한 번에 지는 느낌까지 들 정도다.



그렇게 정시는 멘탈적인 요소도 매우 크게 작용한다.


한 번의 실패는 추가 1년을 의미한다.


의대 포함, 최상위권 대학 수시를 실패한 학생들은 거의 수능 최저를 못맞춰서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수시재수는 이미 확보해둔 영구적인 내신성적을 그대로 활용하면서 선별적 수능성적으로 대개는 재수만에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경우가, 더 높은 실력을 갖추었지만 1년간 정시에 올인하여 얻는 성취의 가능성보다 훨씬 더 크고 안정적이다.


내가 아는 제자는 1등급에 거의 수렴하는 내신성적 그대로, 재수해서 수능 영어 1등급을 맞고 여러 의대에 중복합격했다. 수능 다른 과목도 열심히 했지만, 결국 영어 한 등급을 더 올렸다는 차이로 해낸 성과다.


반면에 정시로 의대를 간다면? 평소의 성적도 중요하지 않다. 실전에 완벽을 이뤄내야 하며, 운의 작용도 배제할 수 없다.






<내신을 망친 재학생들의 선택과 전략>


다음 내신에서 만회하도록 애써야 한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계속 강조했지만, 많은 정시파이터들이 중간,기말고사 기간에 수능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여유를 누리며 그냥 논다. 그리고 정작 수시원서 기간에 그냥 원서를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의고사 성적이 생각보다 절대로 잘 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말인지 고3 모의고사를 쳐보면 안다. 평소에 잘 나와도 실전에서 보장할 수 없는데, 평소에 안 나오는데 수능대박의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강심장의 학생들은 별로 없다.


그러니 정시파이터 선언은 당장 내신공부하기 싫다는 투정이나 귀찮음은 아닌지 냉철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


내신 성적보다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온다는 단순한 상대적인 비교만으로는 무모하다.


재수생과 반수생이 유입되는 것도 고려해야 하고, 내신성적이 마음에 안 들어도 웬만큼 높은 모의고사 성적 대비 수능 성적보다 수시로 훨씬 더 잘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시파이터를 선언해야 하는 경우는 내신 성적이 잘 안 나와서가 아니라, 그동안 수능을 철저히 대비해 너무도 크고 깊은 노력을 통해 내공을 탄탄하게 쌓아온 학생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임을 기억해야 한다.


내신 비교 대상은 학교에서 구체적으로 다 볼 수 있지만, 수능 비교 대상은 보이지 않는다. 소속 학교가 교육특구나 전국단위 자사고라 하더라도 무림의 고수 같은 경쟁 상대들이 서연고성서한... 라인에 반수생으로 포진되어 있고, 의대생까지 존재할 수 있고, 다른 지역의 강자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실감하지 못하는 거다.


그리고 소위 기숙학원, 재수종합반, 독학재수학원에서 고등학생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며 보다 더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하면서 이를 갈며 준비하는 학생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명문대일수록 절대 쉬운 길이 아니다



물론 재수하는 모든 학생들이 다 경쟁 대상은 아니다. 재수도 80%가량은 실패를 하니까... 그 실패는 전년도와 비슷하게 성적이 나오는 것까지 포함한다.


그럼에도 모두가 원하는 메디컬과 인서울 명문대의 자리는 너무도 한정적이라는 것... 그 자리도 수시의 더 큰 비중으로 자리를 채우고 남은 자리라는 것...


서울 15개 대학 중심으로 정시 비중을 40%로 늘렸지만, 전국에서 80%에 가까운 수시 비중을 생각하면 정시 판은 상상 이상으로 더 치열하다.




고등학교 내신도 대개 수능의 방향에 맞춰 진행하는 수업의 방향과 맞닿아 있다. 수능만큼 깊이와 넓이를 갖추지는 않았지만, 수능이라는 완성된 도달점에 이르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여정이다. 내신과 수능의 방향은 다르지 않다. 내신 같은 과정이 축적되어야 수능이라는 또 다른 레벨에 이를 수 있는 것이지, 방향을 다르게 해서 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내신을 망했다고 하면 그냥 끝까지 최선을 다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확보한 내신은 재수를 해서도 영원한 자산이 될 것이니.


어차피 평소에 꾸준히 기본기부터 쌓아 올리는 수능공부는 수시러나 정시파이터 모두에게 주어진 미션이다.



그리고 선별적으로 수능 최저를 맞추려는 수시러들도 처음부터 과목을 버리고 선별적인 선택을 하는 것도 추천할 수 없다. 특히 탐구에서 최저를 맞추려는 수험생은 아주 높은 재수의 가능성을 끌어안고 있는 거다. 탐구의 한두 문제 차이로 정시를 망치는 사례 이상으로 탐구만 바라봤다가 재수하는 수시러들도 당연히 많다. 그런데 고3이 되어서 시간이 별로 없으면 탐구를 팔 수밖에 없다. 그러니 더 좁은 문이다.


뭐든 절실할 때 하면 좀 늦은 감이 있다.



고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수능 국영수에 대한 꾸준한 노력을 하면서 기회를 보는 것이 성취의 확률을 높이는 일이다.


영어 1등급은 필수다. 영어를 1, 2 등급 맞지 않고 다른 영역으로 수능 최저를 맞추는 건 높은 수준의 대학일수록 무모해 보인다.


절대평가라고 영어를 만만하게 보면 안 된다. 어떤 난이도에서도 1등급을 맞을 수 있는 내공을 준비해야 한다. 물론 이를수록 좋다. 고3이 되어 영어 최저에 대한 절박함으로 이룰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실력은 정시나 논술 합격자들이 더 높을지 모르지만, 대학은 수시, 특히 종합전형학생들을 훨씬 더 선호한다. 정시로 온 학생들은 언제든 반수할 자세가 되어 있기 때문이며 실제로 대학 이탈률이 높기 때문이다.


종합전형 합격자들은 기본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들이다. 그 성실함은 대학에서도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홍익대 미대는 미술활동보고서를 서류로 반영하는 학과와 전형이 있지만, 실기 없이 성적만으로 입학하기도 한다. 소질이 있는 학생들은 실기로 입시를 준비하는 과정 없이도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꾸준함과 성실함이다. 미술에 소질이 있음에도 공부에 충실했던 학생들은 실기를 시작해도 성실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제자들 중에 공부하기 싫어서 미술을 시작한 아이들은 미술학원도 자주 쨌다. 그리고 정작 미술실기를 보지 않는 전문대에 갈 성적도 안 되어 갈 데가 없어서 난감한 경우도 있었다.


오히려 미술하기에 성적이 아깝다는 학생들이 훨씬 더 좋은 대학에 진학했다.




그러니 핑계 대지 말아야 한다.


성적만으로 인정받는 시대에서 벗어나 인성과 사회성과 성실함 등의 다양한 장점들이 발휘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불리한 것 같은 상황에서도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하기, 사소한 성취에 즐거워하며 과정을 누리기, 주어진 일들은 물론 주변의 사람들에게도 진심을 다하기... 그렇게 감동을 주는 인재를 원하게 될 것이다. AI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위로받으며 바라본 위로자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