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 겨울방학 영어몰입수업하면서 쉬는 시간에 학교 야구부 훈련 모습을 지켜보았다.
1루 땅볼일 때 투수가 베이스커버하는 훈련을 하고 있었다. 너무도 쉽고 간단한 동작이어서, 중학교 입학 전까지 야구에 미쳐 살았던 아마추어인 나도 연습 없이도 가뿐히 할 만한 것이었다.
그게 프로와의 차이점이었던 것이다. 단 하나의 실수나 오차도 허락하지 않고 어떤 변수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몸이 기억하는 연습...
아마추어는 어쩌다 한 번씩 되는 걸로 자신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그리고 하고 싶을 때만 움직인다.
프로는 하기 싫어도 실수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받아들이고, 겸허하게 연습을 반복한다.
그 사소한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영어를 잘하는 방법도 다르지 않다.
요즘 수업하는 학생들에게 그 사소한 방법을 전수하고 있고, 사소해 보이는 훈련을 함께 하고 있다.
나중에 큰 시합에서 실력 발휘가 될 수 있도록...
신기한 것은 간절함의 정도는 학생들의 성적에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논리적으로는 부족함이 클수록 간절함의 크기도 커야 한다. 그러나 때론 거의 채울 것이 없는 학생들이 더 큰 간절함으로 반응하기도 하고, 채울 것이 많은 학생들은 사소한 성취의 기억조차 전무한 상태에서 이미 오래전 학습된 무력감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기도 한다.
당장 실력을 테스트하여 결정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난 학생들의 눈빛과 간절함의 정도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 같다.
상위권이든 아니든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각자의 시작점부터 점검하라고...
난 원리와 이해 중심의 효율적인 학습을 강조하지만, 모순적이게도 초반에 닥치고 암기할 것을 강요한다.
구구단의 원리를 이해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입으로 바로 튀어나올 수 있을 정도로 단순 암기를 해야 이후의 곱셈을 여유 있게 감당할 수 있다.
영어 단어도 어근접사, 단어의 기본 그림, collocation 활용한 많이 쓰이는 단어 모임, 예문을 통한 맥락 의미 추론 등 다양하고 효율적인 방법이 많지만, 가장 기본적인 단어를 어느 정도 꽉꽉 채워둬야 가능한 다음 단계일 뿐이다.
그것도 "그게 뭐더라?" 이렇게 망설임을 허용하지 않는 암기가 필요하다. 머리가 아닌 마치 몸으로 기억하는 듯한 자연스러운 출력이 되도록 연습하지 않으면 이후에 이해의 과정으로 좀처럼 나아가지 못한다.
난 학생들에게 문턱을 넘는다는 표현을 쓴다. 일단 힘겹게라도 문턱을 넘으면 신세계가 열릴 거라고 희망을 준다. 방향이 맞고 멈추지 않으면 이내 현실이 된다.
성적으로 증명되지 않아도 문장이 보이기 시작하면 누가 주입하지 않아도 자신감은 자체 생성될 것이니...
거창한 성공도 사소한 동작의 반복으로 이뤄진다. 기적은 사소한 일상의 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