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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쌤 전화로 충전한 교직의 열정

by 청블리쌤

존경하는 수석선생님의 안부전화를 받았다.

본인 연구회 연수 강사로 3년 연속 초대하셨던 분이며, 교육적 열정을 함께 하는 동역자 같은 분이다.

지난번 수석교사 지원을 고민할 때 내게 수석교사도 잘 하겠지만, 지금처럼 담임교사로서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클 것 같다고 조언하셨는데, 이후 내 블로그에서 고민의 흔적을 찾으셨는지 혹 올해 있을지 모르는 수석교사의 진로에 대해 요청도 하지 않은 나의 필요를 채우듯 그렇게 자문의 역할을 자처하신 전화에 매우 감동했다. 나의 마음이 어떻든, 어떤 결론이 나오든 그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수석교사 지원 고민>

담임교사로 퇴직할 보장이 있다면 큰 고민을 안 할 텐데 나이가 더 들어 업무부장을 피하지 못할 수도 있고, 담임을 하더라도 아이들이 나이가 계속 들어가는 날 좋아해 주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수석교사를 다시 고민하게 된 계기를 얘기했다. 나이 든다고 아이들이 좋아하지 않을 리는 없다고 위로하셨지만, 수석교사를 고민하는 이유가 수석교사 자체의 역할보다 담임교사로서의 역할 등 외적인 것이어서 다소 민망했다.


수석쌤은 내가 의외로 보수적이면서도 변화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어서 꼭 들어맞지 않아도 잘 맞출 것 같다며 수석교사도 어울린다고 했다.


오래 생각해 봐야 칭찬이었다. 보수적이라는 건 안정적인 성향을 의미하기도 할 거니까.

<수석교사의 좋은 점>

수석쌤은 수석교사하면서 가장 좋은 점을 이렇게 말씀하셨다.

"지금 수업 공부하고 이론적인 공부 책 읽고 뭐 쓰고 하는 걸 좋아하는데 그걸 대놓고 할 수 있어서 좋아요"

대놓고 할 수 있다는 말이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교사는 당연히 공부를 계속 해야 하는 직업임에도 학교 업무나 수업준비, 생기부, 평가 등 바쁜 업무와 학생 코칭 및 상담 등의 일로 공부할 시간이 의외로 많지 않고, 어쩌다 책을 읽고 있으면 여유가 넘친다고 보는 시선들도 있는데, 수석교사가 되면서는 그게 마땅한 의무이자 권리가 되었고, 마침 수석쌤은 그런 공부를 너무 좋아하니까 이것만큼 완벽하게 들어맞는 덕업일치는 없을 것이었다. 이분은 수석교사의 취지에 제일 잘 맞는 분이라는 걸 새삼 실감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추구하는 교사로서의 삶의 방향과도 어느 정도 일치하는 것 같기도 했다.

수석교사를 하면 담임교사를 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프리랜서처럼 더 많은 학생들에게 담임 다음으로 귀한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생겼다.



<활동중심연구회 강의 초대의 의미>

선생님 연구회 강의로 초대받았던 3차 강의를 준비하면서 몇 달 동안 고민하고 연구하고 책을 보면서 정리했던 과정이 즐겁기도 했지만, 많은 선생님들의 마음을 움직일 성과가 나와야 한다는 부담에서는 자유롭지 못해서, 여기까지가 한계라는 현실 인식에 다음 해에도 초대하겠다는 여운을 주셨을 때 딱 잘라 거절했었다.

그런데 그동안 수석쌤이 던져주신 화두나 질문 같은 방향에 맞춰 정말 치열하고 열심히 연구하고 준비했었는데, 작년에는 그런 미션이나 구체적인 목표가 없으니 편하긴 했지만 성장은 안 된 느낌이었다고 솔직히 얘기했다. 그동안 다른 여러 강연의 뿌리가 되는 내용이 연구회 강의 준비하면서 쌓였고, 실제로 준비과정에서 성장한 것 같다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그래서 올해 강의로 초대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끌어낼 수 있을 것 같은 화두나 질문을 던져주시면 강의 여부와 관계없이 즐거운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 수석쌤은 남자분이긴 하지만 마치 뮤즈의 존재를 인정이나 하듯이..

그러니까 올해 한 학기 강의를 수락한 걸로 알겠다고 바로 이야기하셔서...

구체적으로 그 질문이 구체화되는지 확인하고, 주제를 충분히 고민해 보겠다고 했다. 전에는 그냥 바로 응했지만, 고민의 시간 거쳐서 좀 튕길 수도 있다고 신중하게 반응했다.

그러니까 뜻밖의 반전의 이야기를 하셨다. 연구회 분들이 내 강의에 영감을 받을 거라는 생각이 없지는 않았지만, 블로그 눈팅하다가 관심이 생겨서 더 듣고 싶은 의도를 공식적인 초대의 형식으로 진행했다는 강연 초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그러고 보니 작년에 강의는 없었지만, 글쓰기의 구체적인 일상과 노하우 등이 궁금하다고 다른 수석쌤과 함께 만나서 인터뷰하듯이 이야기를 나누긴 했다.


이후 블로그를 보다가 좀 더 알고 싶은 부분이 있으면 아마 살포시 문을 두드릴 것 같다는 여운을 남기셨다.

그래서 블로그에 진심을 담아 더 노력할 명분이 하나 더 생겼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기회를 생각하면 강의 성사 여부는 중요한 문제는 아닌 것이다.

나의 교사로서의 삶이 강연을 궁극적인 목표로 한 것은 아니니, 어쩌다 보니 생긴 기회에 그저 감사할 뿐이다.


<고등학교 특강 초청 주제 의미>

얼마 전 블로그 이웃인 대구 시내 고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학생 대상 강의 의뢰를 받았다. 작년 1정 연수 강의 일정과 겹쳐서 응하지 못해 죄송했었는데 잊지 않고 올해 다시 섭외를 해주셔서 감사했다. 마침 강의일이 개학일이었고, 행사장소가 퇴근 후 37km 이상을 택시로 가야 하는 먼 길임에도 난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다.

놀라운 건 블로그에서 감명 깊게 보셨던 학년 올라가는 학생들이 가져야 할 마음가짐 및 공부법, 자기주도학습의 중요성, 정시파이터 등의 주제로 요청을 하셨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영어에만 국한하지 않고 재미있는 사례를 포함해서 전체적인 자기주도학습법, 수시와 학교생활의 중요성, 입시 현실, 영어로 수능 최저 맞추는 공부 방향, 사교육 없이 대학 도전하기, 행복교육 등 전반적인 이야기를 준비하기로 했다.


<수석교사의 역할의 확장성>

고등학교 특강 이야기에 수석쌤은 자신의 사례를 더해주셨다.

수석교사가 되니 과목에 국한되지 않고 과목을 넘어서 교육학 일반 분야에 개인적인 관심을 확장하면서 열정적으로 선생님들께 도움을 드릴 수 있었다고.

내 경우도 블로그나 강연을 통해서 백그라운드는 영어교과지만, 영어를 통해서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다는 면에서 자신과의 공통점을 발견하고 공감을 하셨다고 했다.


어차피 수석교사가 되지 않았더라도 다양한 책을 찾아보면서 연구를 계속하셨겠지만 수석교사를 하시면서 자기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기회를 추가로 얻게 되신 것이니 정말 복된 일인 것 같다고.

난 수석교사는 아니지만 수석쌤처럼 이런 강연의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 또 블로그를 통해서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기회가 나만의 성장으로 끝나버리는 건 아니라서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

애초에 교사가 된다는 것은 혼자의 영역으로 가둬둘 수 없는 사랑과 관심과 지식과 감성 등을 흘러넘치도록 그렇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이니...

<수석쌤의 응원과 받은 감동>

수석쌤은 그동안 블로그 눈팅을 해오면서 나의 심경의 변화를 캐치하고 계셨다. 이미 강연 등을 통해서 수석교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정식 수석교사로서 역할을 하고 싶은 것과 오로지 학생들에게만 모든 시간과 노력을 쏟겠다는 생각이 20 대 80에서 20이 80 범위로 조금씩 침범하는 느낌을 좀 받으셨다고.


그래서 이런 심경의 변화를 대놓고 얘기한 것도 아닌데 그걸 감지하고 이렇게 얘기해 준 것에 대해 마음을 어떻게 정하든 상관없이 너무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다.

혹 수석교사를 도전하게 되더라도 결과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며, 그게 아니면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지금 포지션에 더 전심을 다할 것이라고.

지원 양식을 작성하고, 면접을 하는 등의 절차에서도 꼭 되어야겠다는 부담 없이 있는 모습 그대로 보여주고 수석교사의 취지에 안 맞는 사람이거나 더 적합한 분이 있으면 탈락에 대해 안타까워하지 않을 것이며, 영어과 모집인원이 안 나오더라도 교직 방향에 대해 고민했던 기회와 시간은 의미 없던 것이 아닐 거라고... 그러니 마음은 편하다고 했다.


참으로 감사한 대화였다. 전화 통화만으로도 교사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성찰을 가능하게 해주었으니... 이렇게 대화를 정리하면서 수석쌤과의 소중한 인연에 대해 더 감사하게 되었다.


최고의 수석교사 중 한 분이신데, 수석교사도 별것도 아닌 나를 있는 모습 그대로 존중해 주시고, 겸손한 배움의 자세로 강연에도 계속 초대해 주시고,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하시면서 늘 내게 교사로서 영감과 열정을 채워주시는 역할을 생각하니... 이미 많은 교사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계시지만, 내게 준 그 영향만으로도 그 쌤은 수석교사로서, 이미 교사로서 정말 최고의 역할을 하고 계신 거라고...


나도 대화를 통해서도, 그 어떤 말과 인연을 통해서도 이분처럼 선한 영향력을 전하는 교사가 되는 것을 계속 꿈꾸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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