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딸의 입시가 최종 결정 났다.
집 근처 지거국 대학 장학금 준다고 미끼를 던졌는데 딸은 작년처럼 올해도 거부했다.
서울지역 대학과 지거국 최초합격이라서 하나를 등록하는 순간 다른 하나는 날아가는데...
등록하기 전 정말 후회 없겠냐고.. 되풀이 물으니..
딸은 "아빠가 (딸이 집에 남았으면 하는) 미련이 있는 거겠죠" 라고 확답을 해주었다.
그리고 어제 추가합격 발표 전화를 딸이 홀로 받았고, 등록할 거냐는 질문에 2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했다고 전화 끊고 나서 내게 보고했다. 그래도 좀 더 고민했어야 했나라고 하길래, 후회 안 할 거고 확신 있는 선택이었다면, 마음 졸이며 다음 추가합격을 기다리는 다른 학생을 위해 빨리 결정해 준 건 잘한 거라고 칭찬해 주었다. 이번에 본인도 수능 망쳐서 절실해진 마음으로 응시했던 논술전형에서 750명 중에 12등을 하고도, 충원기간 내내 마음만 졸이고 희망고문 받으며 기다리다가 결국 예비 3번에서 좌절한 경험도 그런 빠른 확신에 찬 결정에 영향을 준 것 같았고, 아빠의 그 말도 마음으로 들으며 이해하고 있었다.
선택에 확신이 있었어도 어차피 더 높은 대학이 불합격이라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것과, 다 합격했고 입결은 더 높은 대학을 당당하게 포기하고 소신껏 선택했다는 건, 어감도 자신감과 자존감에 주는 영향도 다를 것이다.
확신에 찬 본인과는 달리 난 마음이 복잡해졌다.
물론 딸의 결정이 맞는다고 확신하지만 내가 선택에 적극 개입해서 다른 이들이 얘기하는 대로 입결이 좀 더 높은 대학에 가도록 해야 했던 것인지...
물론 입시결과는 100% 장담을 할 수가 없으니 결과만으로 따질 수는 없지만 추가합격까지 세 개 대학 다 합격하고 나니 너무 안정적으로 원서를 쓴 건 아닌지.
집에서 대학을 다닐 여지를 끝까지 남겨주고 싶은 부모의 미련이 반영된 초하향 안정지원의 카드를 쓴 건, 다른 대학의 합격을 100% 장담할 수는 없어서였지만, 두 개 다 합격하고 나니 어차피 안 갈 대학 대신 우주상향으로라도 지원했어야 하는 건 아니었는지.
아니면 오히려 차라리 집 근처 대학 외에는 모두 우주상향지원해서 어차피 수능 망친 거 반수를 하더라도 지거국대학을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서 계속 딸을 데리고 있어야 했던 건 아닌지.
큰딸도 수능 망해서 정시로 지거국 공대 갈 성적이 겨우 나와서 한편으로 안심했었는데, 그 찬스를 걷어차기라도 하듯, 싫다는 애 꼬셔서 서울 놀러 간 김에 논술도 치러갔다가 합격해서 수시납치(?)로 집을 떠나게 되었던 일이 스쳐 지나갔다. 딸의 행복을 바라고 선택을 존중하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으로는 집에 남는 선택이기를, 부질없이 바라는 부모의 미련 때문에 마음이 복잡한 것 같았다.
어쨌든 내가 상황과 팩트를 모아 분석하여 제시하고 나서 결정한 건 딸 본인이었으니, 선택한 후에는 절대 뒤돌아 보지 말고, 지금부터 선택을 정답으로 만드는 과정만 남았다는 아빠의 평소 잔소리를 실현해 갈 거라 믿는다.
그동안 딸을 응원해 주고 힘든 결정과 고민을 함께해 주었던 친구들과 제자들에게 이렇게 완결의 메시지를 보냈다.
A대 C과 추가합격 연락받고 바로 거절하고 B대 D과로 확정했어요. 이젠 A대 버리고 B대 온 여자가 되었어요ㅋ. 아무래도 B대에서 복수전공할 학과도 많고 교양으로 자기가 원하던 재즈댄스 같은 것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아요. B대 기숙사도 합격했고. 그동안의 헤매임에서 이제 정착한 느낌이네요. 이제야 깊은 터널과 늪에서 좀 빠져나온 것 같아요. 그동안의 응원 고마워요^^
그리고 축하와 응원의 메시지를 덤으로 받았다. 수능 전 응원의 마음을 이미 넘치게 받았지만 응원에 부응하지 못한 좌절의 나날이 계속되었고, 딸도 나도 괴로움으로 함구하고 있다가, 정시원서 쓰고 한참 지나서야, 현실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고 보냈던 불편한 찡찡거림의 구구절절 메시지를 다 견뎌주면서도 변함없는 응원을 보내주었는데, 최종편 메시지에도 이런 축복과 응원의 메시지까지 덤으로 받게 되어 감동했고 너무 감사했다. 한 친구는 자신이 힘들 때 내가 큰 위로가 되었는데 이번에는 자신이 위로를 줄 수 있어 기뻐하기도 했다.
사교성 없는 내게 이런 축복이 허락되다니...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당신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맘 고생 많았다. 이제 함께 누려라. 대학생 학부모 그리고 입시지옥 탈출
잘 됐구나^^ 물론 딸도 너도 아쉬움이 많겠지만 딸이 B대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나갈 거라고 믿어. 네가 너만의 길을 잘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처럼. 복전도 복전이지만 딸이 좋아하는 댄스가 있다니 좋다. 기숙사 들어가면 부모로서도 안심되니까 여러모로 잘 됐네. 두 딸 모두 다 잘해나갈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우린 건강 유지하면서 우리 일을 하자! 남은 2월 잘 보내~
그동안 두 딸의 뒷바라지하느라 마음고생 많이 하신 멋지고 훌륭한 아버지이신 선배의 노고를 치하하며 합격과 정착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박수~~~~칭찬~~~~~토닥토닥~~~~ 요즘은 다들 전공을 바꾸거나 여러 개를 하니 복전 가능성을 애초에 입학할 때부터 고려하는 똑똑한 아이들도 있더라구요~~~어쨌든 축하드려요~~ 늪...이라는 말에 솔직히 가슴이 아리고 아프네요~ 그동안 아버지로서의 말 할 수 없는 힘듦이 느껴져서..... 어쨌든 고생하셨고~ 이제 딸도 아빠도 맘 고생 없이 꽃길만 걷도록 바랄게요~
헉 쌤 ㅎㅎ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비록,, 생각한 최선의 길은 아니어도 ! 분명 그래야만 했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용 앞으로도 따님을 보내신 곳에서 이끄시는 대로 잘 정착하도록 저는 계속해서 기도할게요오
축하드립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아가는 따님도 멋지지만 든든한 지원군 아빠도 그에 못지않게 멋있어요!!!! 따님과 따뜻한 시간 많이 보내세요~~
정말 잘 되었네요 기숙사까지 합격하기 쉽지 않은데 잘 되었어요^^ 근처 교회에서 신앙생활하면 잘 적응하고 좋겠네요 쌤 맘 고생 많으셨죠ㅜㅜ ᄒᄒ 잘할 거예요^^ 이제 쌤도 자주 서울 오시겠네요
서울에 가면 (제 딸과) 둘이 같이 만나 오붓한 시간 가졌으면 참 좋겠습니다~~^^ 선생님~~ 이젠 마음껏 해 보고 싶은 것 다 해보라고~~^^(죄 짓는것 말고) ~~^^~~ 이제부터 시작인데 이 홀가분함은 무엇인지~~^^ 대학은 그런 곳인 것 같아요~~ 청춘~~~~~~~~~~~^^~~♡♡ 너무나 좋을 때, 너무나 예쁠 때... 선생님~~ 어쩌면 서울에서도 선생님 얼굴 뵐 수 있을런지요~~^^ 늘 고맙고 또 고맙습니다~~♡♡
그동안 힘든 항해(?)를 끝내고 이제 드뎌 정착했네요~ 기숙사까지 합격했다니 참 잘 되었구요~서울에서 방 구하기도 쉽지 않은데... 암튼 넘 축하드려요!!! 부모로서의 마음의 짐을 이제서야 어느정도 내려놓을 수 있겠네요.그 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요~세월이 흐르면 이 모든 일들의 의미가 더 또렷해질 수도~~ 이렇게 소식 전해줘서 고마워요^^
딸이 수능 치러 갈 때 차가 없어 불편할 것을 먼저 헤아리시고 늦게 출근해도 되는 날임에도 수험생 수송의 그 막중한 부담을 선뜻 자원하셔서 딸과 가족들 모두를 수능장까지 차를 태워주셨고, 이번 수능에서도 변함없는 응원의 마음을 전해주셨던 존경하는 선배님께 딸의 좌절이 담긴 구구절절한 찡찡거림을 보내드리기가 죄송해서 미뤄두고 있다가 입시 과정을 보고서처럼 뒤늦게 전해드리고 받았던 메시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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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네요. 입시생을 둔 모든 부모처럼 맘 고생도 많았을 거구. 전 입시 지옥(?)을 한 번만 겪어도 어마 무시하던데 샘은 참 대단해요 내공이 엄청 나다는 느낌!!! 그간의 일들을 진솔하게 이렇게 소설 쓰듯이 재밌게(?) 써 내려가는 글솜씨에 새삼 감탄하게 되네요~내용은 다소 심각할 수 있는데 읽어 내려가면서 미소가 지어지는 건 왜일까요?^^
하나님의 뜻과 인도하시는 길은 우리가 도무지 알 수가 없겠죠. 저도 아들이 교대 갈 줄은 정말 몰랐어요 심지에 수능이 끝난 이후에도요..그 아들 나이가 30이 다 되어도 아직 적응이 잘 안되지만... 그래도 이젠 어렴풋하게나마 주어진 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해요; 쌤처럼 훌륭한 교사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죠~일에서 보람을 찾고 본인이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게 하나님이 인도하는 길이겠죠~
실용댄스에서 진로 변경은 다소 놀랍기도 하지만... 얼마 전 전국노래자랑에 교사 댄스팀이 나왔는데 정말 댄스 실력이 대단하던데요 요즘 세대는 확실히 다르더라구요 멋있더군요!!!
**이가 많은 고민을 하면서 신중히 선택할 테고 부모가 기도로 응원해 줄 테니 잘 될 거라 믿어요~~이렇게 소상히(?) 알려 주어서 정말 고맙네요. 글의 분량만큼 선배 대접받는 느낌이네요 ㅎㅎ
수도권에서 교사하는 22년 차 제자에게 원서접수 후 추가합격까지 했을 때 어느 대학이 더 좋겠는지 물었다. 그런데 그 제자는 놀랍게도 고3 담임쌤들께 일일이 설문조사까지 자발적으로 받아주었다. 그 제자의 반응과 이어지는 대화의 내용이 재미있어서 그중 일부분을 공개하려 한다.
쌤, 맘고생 많으셨죠? 축하드려요 그래도 다 붙어서 최종 결정했다니 맘이 놓이네요.
고맙다ㅠㅠ 그래도 힘들 때 너한테 의지가 많이 되었던 것 같아. 기꺼이 설문도 해주고... 그때 부장쌤 말씀대로 난 관여 안 하고 본인이 결정했어.. 정말 고마웠어.. 나중에 딸 보러 갈 때 한 번 만나줘.
좋죠 좋죠. 40대 아줌마 만날려나 ㅋㅋ 오실 때 함 뵈어요. 쌤, 범생이 고만하시고 노세요 좀. 친구도 만나시고ㅋㅋㅋㅋ
친구는 없고 친구 같은 널 꼭 보러 갈게ㅋㅋ
쌤 아니.. 41짤이랑 이 기회에 친구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제가 샘 덕분에 학교 50대 쌤들하고 친해요 ㅋㅋㅋㅋ
그래 친구 먹자ㅋㅋ
아메리칸 스타일 ㅋㅋㅋㅋㅋㅋ
사실 너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날 약간 아메리칸 스타일로 대한 것 같기는 함ㅋㅋㅋ
그때는 철없어서 그랬고 ㅋㅋ 지금은 철들어도 그렇고..ㅋㅋㅋㅋㅋㅋㅋㅋ 엉망이예요 샘. 금쪽이네요 ㅋㅋㅋㅋ
ㅋㅋㅋ 일관된 너의 모습 마음에 든다. 그러니 세월이 흘러도 일관되게 이렇게 의리를 지키지... 너도 꼭 너 같은 제자 하나 키워야 하는데ㅋㅋ 좋은 의미임..
저 샘 블로그 보다가 샘 완전 공부만했다 하시던 학창시절 이야기 보고 의외라고 생각했자나요 ㅋㅋㅋㅋ 나랑 친해질 재질의 사람이 아닌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게 학생이 교사에게 역 교육효과를 일으킨 좋은 사례지ㅋㅋㅋ
샘도 너무 일관돼서 미치겠어요. 좀 나이 먹으면 수업도 하기 싫어하고 승진도 하고 편하게 살려고 하고 그러셔야죠!!
그렇지 않아도 이번에 (어차피 나이 들면 담임 안 시키고 업무부장시킬 것 같아) 수석교사 도전을 고민해 볼 수도..
쌤 진짜 수석교사는 쌤 같은 사람이 하라고 있는 자리예요.ㅡ 와 진심 칭찬합니다 쌤. 이제 맘이 놓이네요. 아니 무슨 담임이에요.
그래 꼭 도전해 볼게.. 너의 응원으로..
쌤 제발요. 어른쌤들이 진짜 필요해요. 후배들에게는... 꼭 하세요. 우리쌤한테 딱 맞는 옷입니다.
그리고 블로그 보시고 남겨주신 댓글의 일부ㅠㅠ
입시 전후 글이 드문드문 올라오는 걸 보며 막연히 따님의 입시가 궁금했는데, 결과보담도 그 고심의 과정이 끝났다는 것을 먼저 축하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박노해 시인의 시처럼 이미 일어난 일 말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기대할 수 있는 자리에 계신 것도 축하드립니다.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보다도 침묵의 시간에 더 많은 일이 일어남을 생각하게 됩니다.